일요일 밤, 세신

일요일 밤인데 이해할 수 없을만큼 목욕탕에 사람이 많았다. 일요일 낮까지는 그럴만 한데, 원래 월요일 출근 전에는 어디나 썰렁한 법 아닌가. 밤 10시가 다 되어 들어섰는데 꼬맹이들도 엄청 많고 가족단위 입장객이 많았다. 다들 가족단위로 어디 놀러갔다가 비오고 으슬으슬하니 단체로 목욕이나 하고 가기로 맘 먹은 걸까. 들어서자마자 세신을 할 요량으로 오만원짜리 지폐를 카운터에서 만원짜리 다섯 장으로 바꿔“일요일 밤, 세신” 계속 읽기

여자들의 도시

1. 오늘 아침엔 늦잠을 자려고 맘을 먹었는데 일찍 깨어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이명박 구속으로약간 흥분상태였던 게 분명하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데다가 어깨와 팔 통증이 심해 집 근처 사우나에 갔었다. 불가마에 들어가려는데 입구를 떡 막고 어떤 여자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육중한 몸을 움직인 여자가 통로를 열어주어 나는 불가마 안에 들어가 앉아 책을 폈다.“여자들의 도시” 계속 읽기

마늘을 까며 

마늘을 까며 송곳을 본다. 이렇게 많은 마늘을 까본 적 없다. 이렇게 많이 깔 필요가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세 시간 정도를 보냈다. 안하던 짓을 하려니 왼손 검지손가락이 붉어지며 지릿지릿 통증이 왔다. 마늘을 많이 까면. 맨 손으로. 이렇게 되는구나. 매번 사먹던 깐마늘을 생각했다. 장갑 끼고 까야되는구나. 장갑없이 일하던 중국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맨손으로, 인이 배겨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마늘을 까며 “ 계속 읽기

눈이 많이 오던 날 

눈 내리는 해장국집에 여자 둘이 들어섰다. 신발 벗기 귀찮다며 의자에 앉자더니 이내 방으로 올라왔다. 그 집의 의자가 있는 테이블은 알량하기 짝이 없어서 앉으라고 채워둔 거 같지 않다. 안경 쓴 총각이 들여오는 식재료나 다듬던 콩나물이나 무우를 쌓아두거나 때로 주인장이 읽던 신문지를 놓아두는 곳에 더 걸맞다. 해장국 두 그릇을 시킨 여자가 창문을 보며 비명에 가까운 탄식을 뱉었다. 어머“눈이 많이 오던 날 “ 계속 읽기

초승달 2

살수록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자꾸 겪게 된다는 뜻이다. 이따봐용맘미. 라고 카톡을 보내는 딸아이의 수줍은 미소는 왜 이리도 처연한가. 하루 종일 술독에 절궈져 초저녁부터 코를 고는 사내 앞에서 티비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아이의 허벅지가 튼튼하다. 늙은 개와 손바닥만한 아파트단지를 두 바퀴 돌았다. 이제는 누구 앞에서도 울고 싶지 않은 나이가“초승달 2” 계속 읽기

초승달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콧수염 사내가 말했지. 요즘들어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사내가 참 그립네. 처음에는 비극으로 나중에는 희극으로 온다는 말은 참담하다. 수많은 비극을 겪어야만 한다는 건지. “칭얼칭얼”을 하지 못해 그 자리에 “씨발씨발”을 넣는 어른들이 있네. 익숙했던 풍경은 수십년이 지나도 그대로 반복되고, 우물속에 빠진 두레박에 어린 계집애 둘이 떨고 있는 그림이 되네.“초승달” 계속 읽기

저녁

새벽녘 두어 번 뒤척였다고 휴대폰 어플이 알려준다. 내가 잘 잤는지, 잘 못 잤는지, 그런 것도 기계에게 묻고 사는 한심한 삶.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씹다버린 사과모양의 전자제품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인지 사과가 나인지, 이미 그 경계는 허물어 진 것 같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말을 찾아 헤맨다. 쓰리고 아린 상처를 적확하게 표현해 줄 단 한 줄의“저녁” 계속 읽기

저녁

새벽녘 두어 번 뒤척였다고 휴대폰 어플이 알려준다. 내가 잘 잤는지, 잘 못 잤는지, 그런 것도 기계에게 묻고 사는 한심한 삶.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씹다버린 사과모양의 전자제품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인지 사과가 나인지, 이미 그 경계는 허물어 진 것 같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말을 찾아 헤맨다. 쓰리고 아린 상처를 적확하게 표현해 줄 단 한 줄의“저녁” 계속 읽기

내일의 전쟁, 오늘의 일상

내일 세상이 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던가. 뭐 영국에서 염려됬는지 연락이 왔었다. BBC 는 매일 매일 북한 소식 전하느라 정신이 없고, 미국은 CNN도 난리를 치는 모양이다. 나는 일단 전쟁은 나지 않는다. 라고 믿고 있긴 하다. 그 이유는 1. 본국보다 영국과 미국에서 더 수선을 떠는 게 매우 의심스럽고 2. 북한의 결속력이 그렇게 전력투쟁 할 만큼이“내일의 전쟁, 오늘의 일상” 계속 읽기

어느 추운 밤 이야기

1. 딴따라나 재주꾼이나 그가 사는 곳, 그가 머무는 자리가 바로 작업실이고 무대다. 어디에 가면 화양연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바닥을 치는 자존감의 발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산이 좋지 않으면 저 산도 좋지 않다. 2. 할머니는 언제나 오만가지 재주 있는 년이 밥굶는다 했다. 오만가지 재주 중에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3. 한 밤의 도로엔“어느 추운 밤 이야기”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