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구색 – 통영 (2018.5)

1. 새벽에 배를 타고 낚시를 나가겠다던 내 남자친구는, 현금을 안 뽑아와서 선주에게 계좌이체가 되냐고 물었다. 선주의 부인이 좋다고 했다. 도시락이 있냐고 물으니 과자뿐이라면서 계란이 좀 있는데 가져가라 한다. 건담이가 4개니 2천 원 정도 받으시겠냐고 물었고 선주의 부인은 뭘 그런 걸 돈을 받냐고 쑥스러워했다. 천원짜리 두 개를 테이블에 얹어놓고 배를 타고 나갔다. 바다 갯바위 부근에 묶어놓은“세상의 구색 – 통영 (2018.5)” 계속 읽기

노인들의 세상

동해 묵호에 가면 늘 들르는 화성곰치국. 아침7시부터 문을 여는 집이다. 도착하자마자 아침으로 곰치국을 먹으러 들어가려는데 문 앞에 발가락 양말을 신은 노인이 길에 걸어가는 노인 둘을 보고 이 집이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문을 막고 서는 건 기본. 나는 그 앞에 가만히 서서 노인의 양말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소리를 지르다 침을 흘렸다. 7시 반이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단체 손님이“노인들의 세상” 계속 읽기

여수 돌산

돌봐야 할 것들이 없다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스케줄이 없다면 다음 스케줄이 있는 때까지라도 한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직 나는 여기 저기 매인 게 많고 소속된 게 많고 맘껏 떠나기에 뿌리를 너무 많이 뻗어버려서. 가끔 지나간 사진을 들춰 본다. 여수 돌산의 작은 마을은 정말 사람이 안 사는 것처럼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관광+낚시를 활성화하고자 전략을 세운“여수 돌산” 계속 읽기

통영활어시장, 나의 비겁

통영 중앙시장이 활어가 싸다길래 가봤다. 중앙시장은 활어시장과 붙어 있는데 항구의 출입구와 바로 맞닿은 곳은 통영활어시장이고 바로 옆에 중앙시장이 있다. 통영활어시장은 위치로 봐서는 그야말로 항구에서 막 잡아온 활어를 받아다 팔 수 있을 것이다. 항구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고 4차선 도로 앞에 활어시장이 있다. 통영활어시장만큼 싼 곳이 없다길래 회를 먹으러 갔다. 시장 한 가운데 쪼그려 앉은 아지매들이“통영활어시장, 나의 비겁” 계속 읽기

거제, 해금강마을

거제에 가면 봐야 할 것이 해금강과 바람의 언덕이라고 한다. 바람의 언덕은 개인 사유지인데 얼마 전에 너무 지저분해져서 소유자가 개방을 재고하겠다는 소식이 있었다. 주말이 되면 도로가 꽉 막힐 정도로 관광객이 몰린단다. 거제 와현해수욕장 부근에서 1박을 하고 해금강쪽으로 차를 돌렸다. 구비구비 산길이 해변으로 이어져 있다. 운전자는 볼 수 없지만 동행자는 좋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해금강은 바다의“거제, 해금강마을” 계속 읽기

거제, DSME 남문

  새벽 다섯 시 40분.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 미니스톱. 로또는 6시 조금 지난 시간부터 판다. 작업복의 남자들이 한 둘씩 편의점에 들어와 각자의 하루를 책임질 물건을 사간다. 담배, 딸기 우유 하나, 숙취 해소 음료 하나, 일주일을 책임질 로또 같은 것들. – 삼년 전에 성과급 좋을 때 이 동네 여자들은 싸우나 끊어 다니고 그랬죠. 이제는 성과급 없다고“거제, DSME 남문” 계속 읽기

거제 (2017, 5)

거제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였다. 멀리서 남해의 태양이 노오랗게 떠오르고 있었다. 동해의 일출이 붉은 색을 많이 띈 주황이라면 이 곳의 태양은 노란빛이 절반이상을 휘감고 있었다. 거제엔 조선소가 있다. 대형 선박을 만드는 대우조선해양부터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크고 작은 중공업 공장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 거대한 섬의 삶을 책임진다. 입구부터 휘발유 값이 안양보다 싼 게 눈에 띄였다. 거제도는 절대“거제 (2017, 5)” 계속 읽기

기역의 바다

허리가 기역자로 고부라진 할머니를 보면 미원 맛이 최고라던 고흥의 박 씨네 할머니가 생각나곤 해. 도무지 일어날 수도 앉을 수도 없을 것 같던 노인이 하루 종일 뭔가를 하고 있었거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노인이 하는 일이라곤 온통 먹거리를 만드는 거였어. 그 집 마당엔 뭔가 펼쳐져 있었는데 계절별로 아마 다른 것들이었을 거야. 가을에 갔을 때는 유자껍질이 있었으니 그 전엔“기역의 바다”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