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하게 견디는 삶

구구절절 갈등이 있었다. 어쨌거나 수개월이 지났고, 내가 맡은 일을 마무리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생애사쓰기를 한 게 2013년. 그 원고를 억지로 책으로 내놔보자고 덤빈 게 그 해 가을. 오직 그 책을 위해 출판등록을 했고 그 책을 위해 인디자인을 배웠다. 변화된 장애아엄마들과, 한껏 뿌듯해진 중도장애인과 다섯 군데 사회복지학과를 돌며 북콘서트를 연 게 2014년. 그리고 올 해는 장애아이들과 그 엄마들이“꼿꼿하게 견디는 삶” 계속 읽기

자전거 타는 아이

며칠 전에 본 풍경이다. 집 앞에 나서면 좁은 4차선 도로가 있고 500미터쯤 나가야 16차선쯤 되는 대로가 나온다. 내가 어딜 가든 항상 대로앞에서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하게 마련이고 대로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다. 신호등이 잘 안 보일 때가 있고 여기까지는 동네골목이나 마찬가지라 늘 천천히 움직인다. 가끔 버스가 뒤에서 엄청 빵빵거리지만. 저녁이었다. 7시쯤 되었다. 사방이 완전히 어두웠고 저녁의“자전거 타는 아이” 계속 읽기

머리 못 감는 아이

신생아 목욕시키는 건 꽤나 귀찮은 일이다.  페친의 포스팅을 읽다가 나도 그게 참 두렵고 어려웠던 기억이 났다.  게다가 내 아이는 봄에 태어나 배밀이를 하기 전까지 뜨거운 여름을 보냈기 때문에 늘 땀이 흥건하여 매일 씻겨야 했다. 백일까지는 아이 아빠가 많이 씻겨주었는데 아홉살이 된 올 해 여름 끝물에 드디어 혼자 머리를 감게 되었다. 한 번 해보라고 시켰더니 곧잘“머리 못 감는 아이” 계속 읽기

절반의 부모 절반의 아이

부모님의 생애사를 쓰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강좌신청을 했다. 8주간의 강좌는 생애사쓰기에 대해 소논문을 작성하신 수리장애인복지관 이형진관장님이 특강으로 마무리했다. 엄마를 이야기하며 눈물짓는 선한 사람과, 아버지의 처절했던 삶의 투쟁에 대해 울먹이는 사람이 있다. 나에겐 둘 다 생경스러운 풍경이다. 몇 년전이었다면 배알이 뒤틀리거나 기분이 착찹했을 것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태초부터 없던 것과 다를“절반의 부모 절반의 아이” 계속 읽기

오늘의 숙제

1.   오래 묵은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멀리 여름나라에 살다 와서 아이 겨울 옷을 물려주려고 같이 옷을 정리하고 개고 싸고 하던 중에 작은 놈 같은 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숙제 프린트 했냐고 묻는다. 무슨 숙제? 그거 숙제 있잖아. 사진 붙여 가는거. 어.. 나는 모르는 일인데. 우리 아들이 알림장도 잘 안 가지고 오는 건 널리“오늘의 숙제” 계속 읽기

엄마 나는 왜 살아?

아빠 누나와 바다에 갔다와서 아주 늦은 저녁을 먹던 아들이 묻는다. “엄마. 나 요즘 꿈을 꾸는 게 있어.”“뭔데?”“아니. 궁금한 게 있어. 알고 싶은 거. 고민이야.”“뭔데 말해봐” (갈치 바르는 중) “엄마. 사람은 왜 태어나고 왜 죽고 왜 살아?” (젓가락 정지 동작멈춤)“그러니까 나는 왜 태어나고 나는 왜 살아?”“•_•;;;;;;;;;”“나 요즘 꿈이야. 궁금해서 꿈꾼다는 말이야.”  “예환이한테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지?”(일어나서 몸을 반으로 나누는“엄마 나는 왜 살아?” 계속 읽기

삼겹살 연상

엊저녁에 느닷없이 백만년만에 집에서 저녁을 드시겠다는 바쁜 따님께서 삼겹살을 먹고 싶다 하더니 애들 아범까지 가세해서 8시가 넘은 시간에 삼겹살 한 근에 갈매기살까지 굽기 시작했다. 귀찮아서 불판을 안 꺼내고 후라이팬에 구운게 화근이었다. 부엌 가스렌지 싱크대를 넘어서 기름이 방울방울 온 집안에 튀기 시작했다. 대체 튀겨지는 돼지의 기름은 어디까지 전달될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니 온“삼겹살 연상” 계속 읽기

엄마의 일요일

일요일, 지난 달에 국립극단 안티고네를 예약했고, 나는 마감을 해야 할 일이 있고, 날씨는 더없이 좋고, 벚꽃잎이 흩날리는 찬란한 일요일이였다.   예정대로였다면, 오전에 일찍 일어나 일을 하다가 여유있게 공연장에 가서 연극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될 일이었다. 어린 아이는 아빠와 함께 있을 것이므로.   그러나, 남편은 급작스럽게 출장을 갔고, 그 출장은 늘 급작스러우며, 일정은 전적으로 본인의 사정과“엄마의 일요일”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