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유능했던 대통령

  첫 번째. 나같은 범인들은, 아침이 되면 아무리 내가 프리랜서라도, 남들이 모두 출근할 시간이라는 걸 아니까. 진동으로 해 놓은 휴대폰에 알람이 울리면 잠결이라도 한 번은 들춰보기 마련이다. 게다가 계속 울리는 전화가 있다면, 내가 늦잠을 자는 건 내 사정이니까, 잠결에 잠긴 목소리 티 안 내려고 애쓰며 정중하게 받곤 한다. 특히 아침 8시 반 이후면, 내 사정이“그 누구보다 유능했던 대통령” 계속 읽기

3년 후, 4월의 바다

꿈은 기억 위에 돋아난다. 상상했던 모든 것들은 과거에서 온다. 들었거나 읽었거나 봤거나 느껴봤던 것들. 기억 속에 숨어있거나 그 밖에서 혼자 울고 있었더라도. 꿈꾸지 않았던 일들은 늘 일어나고 만다. 다시 과거가 된다. 바다를 바라보고 산철쭉이 혼자 섰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 분홍옥매와 꽃잔디와 뜬금없는 난까지. 바다앞에서 나를 잊지 말라 했던가. 바다는 예전의 바다가 아니다. 나쁜 기억은 좋은“3년 후, 4월의 바다” 계속 읽기

더 많은 내부고발자

  외부충격이다, 음모론이다, 잠수함이다, 암초다. 믿고 싶지 않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우리는, 그 커다란 배가 어찌 그렇게 넘어갔으며, 모두가 살아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당연해보였던 예상을 뒤엎고 너무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생중계로 봤기 때문이다. 그날 해가 지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청문회에 나와 마이크 앞에 앉은 자들은 모두 그날이“더 많은 내부고발자” 계속 읽기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 –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교육청 주관으로 민주시민교육 교과서연구와 활용방안에 대한 교원연수를 진행중이다. 오늘은 관내 모 중학교 교원연수를 진행했다. 중학교는 연수 시작 가능시간이 3시 30분이후인데 퇴근이 4시 40분이라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사전에 학교측에서 2시간 꽉 채워 해달라는 경우도 있겠으나 퇴근시간이 중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건 학교 분위기에 따라 판단한다. 학교 분위기는 섭외를 담당한 교사의 태도와 연수장소에 들어섰을 때“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 –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계속 읽기

1994년 10월 21일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닌 탓에 한 살 어린 친구들과 동급생이었다. 학교를 4년 다니다 보니 유명해져서, 나름대로 편하게 살았다. 술담배를 하거나 일탈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교사를 어려워하지 않았고, 한 살 많은 나에게 선생님들도 나름대로의 대접을 해 준 셈이다. 고 3 때, 아침 7시 50분까지 등교를 해야 했는데, 학교는 월계동이고 우리집은 경기도 양주라서 새벽차를 타고“1994년 10월 21일” 계속 읽기

생존자

1. 아이들이 바다에 갇혀 사그라지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지. 그리고 19분 전 화요일이 되어서 참사 후 112일째다. 2. 아이들이 아이들을 괴롭혔다. 죽도록 때리고 죽고 싶을 만큼 놀렸다. 성인이 된 한 아이는, 총을 들고 세상을 향해 울었고 가해자가 되었다. 또 다른 아이는, 맞아서. 죽었다. 또 어떤 아이가. 불타 알아볼 수 없게 된 채. 죽었다. 3.“생존자” 계속 읽기

절반의 부모 절반의 아이

부모님의 생애사를 쓰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강좌신청을 했다. 8주간의 강좌는 생애사쓰기에 대해 소논문을 작성하신 수리장애인복지관 이형진관장님이 특강으로 마무리했다. 엄마를 이야기하며 눈물짓는 선한 사람과, 아버지의 처절했던 삶의 투쟁에 대해 울먹이는 사람이 있다. 나에겐 둘 다 생경스러운 풍경이다. 몇 년전이었다면 배알이 뒤틀리거나 기분이 착찹했을 것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태초부터 없던 것과 다를“절반의 부모 절반의 아이” 계속 읽기

세월호 사건일지

노후한 배가 있었다. 정부정책이 바뀌어 사용기한을 늘려주었다. 불법 증축과 개조를 했다. 화물을 3배나 더 실었다. 그 화물을 결박하지도 않았다. 안개가 많이 낀 날이었다. 그러나 출항했다. 수학여행을 가는 아이들이 탑승했다. 탑승자 정보가 정확하지 않았다.  배가 기울어지면서 침몰했다. 선장와 선원들이 먼저 탈출했다. 구명정이 펴지지 않았다. 배가 급속도로 기울었다. 안내 방송은 없었다. 해경은 40분이 지나 도착했다. 신고한 아이에게 GPS 위치를 물었다. 아이는 GPS를 몰랐다.  해경의 구명정은“세월호 사건일지” 계속 읽기

믿음의 메뉴얼

이 나라에 털어서 먼지 안나는 인간 없다는 옛 말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그 말은 인간은 모두 거기서 거기다, 완벽할 수는 없다. 라고 받아들여도 되지만, 약간 꼬아서 보면 – 아무리 잘난 척 해봤자 너도 분명히 꼬투리 잡힐 게 있다라는 협박이기도 하고 더 깊고 넓게 보면 이 나라의 구조는 예로부터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게 살“믿음의 메뉴얼” 계속 읽기

용서하지 말아라

일주일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책이 한 권 있다. 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소년이다. 소년의 아버지는 살인범이다. 7년 전의 일이다. 7년 전의 그 밤이 갑자기 소년에게 밀려온다. 작가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을 정확하게 설계했다. 책의 앞부분엔 이 마을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물론 가상의 마을이다. 이 마을의 중심은 저수지다. 소년은 저수지 근처의“용서하지 말아라”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