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원 고기집

사람들은 살다가 중년의 어느 날, 인생이 확 뒤엎어지는 고비를 겪곤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모두 어떻게 인생을 엎어치고 매치고 다시 일어났는지 궁금해졌다. 내 어머니는 땅에 침을 뱉는 것처럼 욕지거리를 하며 세상을 밀쳐내고 일어났고, 아버지는 바다를 건너가 삶의 기준을 뒤틀었다. 누군가는 그때쯤, 가정을 잃고, 누군가는 그때쯤 자식을 잃고, 또 누군가는 그 비슷한“인덕원 고기집” 계속 읽기

배롱나무 꽃 필 때

어떤  관계의 균열에 관하여 산책을 하다 문득 배롱나무를 본다. 그때 이후로 나는 여름마다 배롱나무 꽃피기를 기다린다. 배롱나무는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만지면 간지럼을 타듯 흔들린다고 한다.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면 새 껍질이 드러나는데 그 껍질이 매우 부드러워 사람의 속살 같다고 한다. 배롱나무를 설명한 문건을 찾다보면 “여인의 속살”이라는 말이 나온다. 배롱나무 꽃은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서 핀다. 백일을 핀다고도 해서“배롱나무 꽃 필 때” 계속 읽기

굿나잇

1. 마음속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분노는 대부분 추측에서 벌어진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뻔할 때, 그 역시 내 생각이다. 그에게 묻지 않았다. 맞냐고. 내가 보기엔 거짓말 같은데 맞냐고.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다보면 모순을 찾을 수 없다. 대신 평정을 유지하며 관찰해야 한다. 추측은 추측을 낳고 눈덩이가 되어 원망과 분노에 사로잡힌다. 대부분의 이런 분노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다.“굿나잇” 계속 읽기

저녁

새벽녘 두어 번 뒤척였다고 휴대폰 어플이 알려준다. 내가 잘 잤는지, 잘 못 잤는지, 그런 것도 기계에게 묻고 사는 한심한 삶.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씹다버린 사과모양의 전자제품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인지 사과가 나인지, 이미 그 경계는 허물어 진 것 같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말을 찾아 헤맨다. 쓰리고 아린 상처를 적확하게 표현해 줄 단 한 줄의“저녁” 계속 읽기

저녁

새벽녘 두어 번 뒤척였다고 휴대폰 어플이 알려준다. 내가 잘 잤는지, 잘 못 잤는지, 그런 것도 기계에게 묻고 사는 한심한 삶.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씹다버린 사과모양의 전자제품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인지 사과가 나인지, 이미 그 경계는 허물어 진 것 같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말을 찾아 헤맨다. 쓰리고 아린 상처를 적확하게 표현해 줄 단 한 줄의“저녁” 계속 읽기

너는 별이었으니까

아이가 물었다. 엄마 사람은 왜 살아? 행복해지려고 살지? 어차피 죽잖아. 그러니까 죽기 전까지 행복하려고 살지?   사람은 죽으면 뭐가 돼? 뭐가 되긴 뭐가 돼. 끝이야.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글쎄… 그럼 정말 아무 것도 없어? 음……………….. 별이 되는거야. 뭐가 된다고? 별이 된다고. 그럼 엄마도 별이 돼? 그렇지. 그럼 나도 별이 돼? 응. 왜 별이 돼?“너는 별이었으니까” 계속 읽기

사람은 지혜가 있대

엄마 나는 태권도 쭉 해서 상장도 받고 트로피도 받을거야. 응. 아주 좋은 생각이야. (상상이 안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나름대로 친절한 대답 잘 해줌) 엄마도 좋다고 생각해? 그럼. 근데 예환아, 예환이는 공부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도 있어? 있어! 그래? 근데 공부는 언제까지 해야 해? 음.. 누나처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도 가고 싶으면 가는“사람은 지혜가 있대” 계속 읽기

엄마 나는 왜 살아?

아빠 누나와 바다에 갔다와서 아주 늦은 저녁을 먹던 아들이 묻는다. “엄마. 나 요즘 꿈을 꾸는 게 있어.”“뭔데?”“아니. 궁금한 게 있어. 알고 싶은 거. 고민이야.”“뭔데 말해봐” (갈치 바르는 중) “엄마. 사람은 왜 태어나고 왜 죽고 왜 살아?” (젓가락 정지 동작멈춤)“그러니까 나는 왜 태어나고 나는 왜 살아?”“•_•;;;;;;;;;”“나 요즘 꿈이야. 궁금해서 꿈꾼다는 말이야.”  “예환이한테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지?”(일어나서 몸을 반으로 나누는“엄마 나는 왜 살아?” 계속 읽기

어떤가요 여기는

그래도 일기를 한 줄이라도 쓰고 나면 낫다. 상황을 적고 그럼 이제 내가 가져가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적는다. 매일 매일 나는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오늘은 어제 움켜쥔 것을 버릴 때가 되었다고 적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사람에게 공들이며, 보상이 올 것이라고 믿어마지 않았던 어리석은 마음을 버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는 것은 칭찬도 보상도 아닌“어떤가요 여기는” 계속 읽기

인생은 한끗차이

밤.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테니스장에는 조명이 눈부시다. 나는 개를 끌고 아파트 단지 한 바퀴를 돈다. 지하주차장은 모든 아파트의 현관으로 연결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사람이 걸어나올 길은 없다. 차만 다닐 수 있는 주차장 입구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온다. 저 남자는 왜 저 길로 올라오는 것일까. 가끔 이 보다 더 늦은 시간, 밤 11시가 넘어가 혼자 단지를 걷던 남자가“인생은 한끗차이”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