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어떻게 오는가

점심시간 내내 포켓몬을 잡다가 분식집에 들어가 건빵이와 충무김밥과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나 보광동 살 때 이런 분식점 순두부 자주 시켜먹었어.” 건빵이가 “나도”라고 말했다. 제일 만만하고 표준화된 맛. 냄새가 나거나 비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음식. 반찬이 허술해도 충분히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것. 나는 빈집에서 출근을 준비하다 순두부를 시켜 먹고 그릇을 지하방 알루미늄 새시 문 밖에“우연은 어떻게 오는가” 계속 읽기

삶을 말할 때

가끔 내가 분노를 느끼는 건 “노력하지 않아서 가난하게 산다.”,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 폐지나 줍고 산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볼 때다.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자발적 가난은 정신적 풍요를 기본으로 한다. 있다고 치자. 가난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좋은 조건이다.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려는 사람은 가난하고자 경제활동을 하는 게 아니다. 각자 먹고 살 양식쯤은 갖고 살고자 한다.정말“삶을 말할 때” 계속 읽기

썩은 애플망고

  동네에 마트가 하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마트는, 슈퍼마켓인데 규모가 약간 큰, 중소유통업체에서 운영하거나 개인이 하는 그런 동네마트다. 1기 신도시 평촌의 구멍가게들은 모두 편의점으로 전환했고 나들가게가 소수 남아있다. 새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중소업체의 마트가 하나 들어올까 기대해봤으나 없었다. 근처에 시장도 있고 이 아파트 하나 생각하고 들어오기에 요즘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서일까? 내가 물건을 살 수 있는“썩은 애플망고” 계속 읽기

얼마나 더

서촌에서 점심을 먹었다. 소리나지 않게 틀어둔 티비에서 그 뉴스가 나왔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저 사람을 어쩌면 좋냐며 울상이었다. “형 살겠지요?” 흉기를 준비해서 갔다는 게 문제가 클 거라는 말, 망치가 어떤 거였냐는 말,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말, 나라면 진짜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말, 왜 강남유지가 여기까지 와서 이러느냐는 말들이 오갔다. 점심을 먹고 길을 지나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여기냐며 가게를“얼마나 더” 계속 읽기

뒤통수

1. 몇 년전,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었다. 암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턱에 뭔가가 날아왔고 엄청난 충격이 있었다. 날아와 내 턱에 부딪쳐서 떨어진 건 일수대출 찌라시. 일수대출 찌라시를 뿌리는 사람들은 스쿠터를 타고 다니며 여기 저기 종이를 던지는데 그 종이는150~200g 정도 되는 아트지 류다. 코팅된 두꺼운 종이라는 얘기. 기껏해야 책 표지 정도 되는 얄팍하고 작은“뒤통수” 계속 읽기

강남역 10번 출구

강남역은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계에 걸쳐 있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가 맞닿는 곳에 강남역이 있다. 강남대로 동쪽은 강남구 역삼1동, 강남대로 서쪽은 서초구 서초 4동이 된다. 강남역 1,2,3,4,11,12번 출구는 강남구이고 마주보는 강남역 5,6,7,8,9,10번 출구는 서초구가 된다. 서울시 통계(2012년부터 2015년 통계의 평균치)에 따르면 강남역 9번 출구 주변 일 평균 유동인구는 17,334명, 저녁평균 유동인구는 6,646명이다. ▲ 23일 월요일 정오. 추모메세지는“강남역 10번 출구” 계속 읽기

꿈없는 세상 – 그들의 눈동자

내가 상하이에서 학부를 다닌 화동사범대학은 말 그대로 사범대학인지라 국가에서 적극(?) 지원하고 졸업한 아이들의 취업이 모두 보장되어 있으며 등록금도 타 학교에 비해서 저렴한 학교였다. 상하이에는 명문이라 불리는 복단(FUDAN)대학교와 각 단과대학이 잘 되는 몇 개 대학이 있었는데, 이과쪽은 교통대(JIATONG), 건축은 동제대(TONGJI) 외에도 상해외대나 상해대학교등이 있었다. (대학이름은 한국식 한자 독음으로 표기함) 화동사대는 캠퍼스가 예쁘기로 유명했다. 애초에는 복단대에서 학부를“꿈없는 세상 – 그들의 눈동자” 계속 읽기

누구와 일할 것인가

모든 제도는 인간이 만듭니다. 악의적으로 만든 제도도 있었지만 현대사회는 대부분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제도들이 많습니다. 그 제도가 현장으로 갔을 때 많은 것들이 변질됩니다. 제도의 의의를 고민하고 늘 생각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습니다. 제도는 현장에서 누가 실행하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사업이 되기도 하고 운동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지속성의 승패가 갈립니다. 단발적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이 되면“누구와 일할 것인가” 계속 읽기

가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냥 내 이야기

1. 가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글쎄 이 글이 가난에 대한 이야기일까, 노동에 대한 이야기일까, 밥벌이나 경제에 대한 이야기일까. 그냥 내 얘기라고 치자.   오늘따라 자꾸 나에게 가난에 대해 묻는다. 사람들이 묻는다. 스치는 글이 그렇고, 읽는 책이 그렇다. 잠시 가족들이 본다고 켜둔 TV에서 나오는 프로그램이 그렇다. 고단함, 가난, 그리고 노동에 대해서 자꾸 말한다.   오늘은 “주우웬(朱文)” 라는“가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냥 내 이야기” 계속 읽기

거래의 시작과 끝

#1. 며칠 전 강의를 듣다가 과천이 지방자치제 자급율 1위의 도시라는 얘기를 들었다. 경마장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권수입에 대한 것이 지방세로 잡혀, 말하자면 사람들이 반대할 만한 장소인 경마장의 부지를 내주고 그만큼의 세수를 걷어가는 거래가 생겨났으며 그로 인해 풍족한 재정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예산낭비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으나 대부분의 예산은 언제나 부족하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부족한 예산때문에 쩔쩔매는지“거래의 시작과 끝”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