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의 찌꺼기

아이의 옆 침대에 한두 살 많아 보이는 여자아이가 왔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초까지의 아이들은 한창 성장하는 중이라 그런지, 어딘가 생김새에 균형이 깨져 있다. 진료를 받는다고 왔다갔다 하더니 어디서 다 큰 여자아이의 통곡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쭉 빼고 내다보니 옆 침대에 있던 그 아이인데 엄마 아빠가 말리고 난리다. 메르스 이후, 한림대평촌성심병원은 경기도 서남권역 응급센터가 되어 병동이“응급실의 찌꺼기” 계속 읽기

절반의 부모 절반의 아이

부모님의 생애사를 쓰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강좌신청을 했다. 8주간의 강좌는 생애사쓰기에 대해 소논문을 작성하신 수리장애인복지관 이형진관장님이 특강으로 마무리했다. 엄마를 이야기하며 눈물짓는 선한 사람과, 아버지의 처절했던 삶의 투쟁에 대해 울먹이는 사람이 있다. 나에겐 둘 다 생경스러운 풍경이다. 몇 년전이었다면 배알이 뒤틀리거나 기분이 착찹했을 것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태초부터 없던 것과 다를“절반의 부모 절반의 아이” 계속 읽기

오늘의 숙제

1.   오래 묵은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멀리 여름나라에 살다 와서 아이 겨울 옷을 물려주려고 같이 옷을 정리하고 개고 싸고 하던 중에 작은 놈 같은 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숙제 프린트 했냐고 묻는다. 무슨 숙제? 그거 숙제 있잖아. 사진 붙여 가는거. 어.. 나는 모르는 일인데. 우리 아들이 알림장도 잘 안 가지고 오는 건 널리“오늘의 숙제” 계속 읽기

도시의 극장

갑작스럽게 내 신변을 환기할 필요가 있었다. 스트레스 저항력이 약해지는지, 이제는 몸의 증상으로 치환되는 일이 너무 잦아지는 중이다. 사소한 일을 마치고 나서 갑자기 진땀이 나고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까지 아파져 급하게 휴대폰 어플을 켜고 제일 빨리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의 극장에 영화예매를 했다. 바지만 다른 것으로 갈아입고 외투를 챙겨입고 부랴부랴 어두워 지는 밤길을 달려 극장까지“도시의 극장” 계속 읽기

특별한 계절

셀프주유소에서 카드를 긁고 있는데 (순서상 카드 먼저 긁고 주유) 주유소 아저씨가 다가오신다. 아저씨가 주유총을 잡으시고 물으신다. 할 줄 알아요?아저씨 라기엔 연세가 많으신 편. 아버지 뻘도 더 되신 듯 하다. 네! 잘 합니다! 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저씨는 총을 잡다가 놓고 한 번 해보랜다. 익숙하게 걸쇠를 딱 받쳐놓으니 어 정말 할 줄 아시네 하신다. 예전에 알바도 했었습니다.“특별한 계절”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