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내 어리석은 낱말들을 모아 미련한 문장 하나를 만들어 뽑혀나갈 나무 뿌리 아래에 숨겨두고 싶었다 부끄러운 연필을 부러뜨리고 운동화 끈을 꼭 묶고 달릴 수 있다면 사다리를 타고 척척 달에 갈 수 있을까 흩어질 꽃잎을 모아 주인 잃은 의자 위에 뿌리면 오늘이 조금 짧아질까 해가 너무 길다고 네가 말했다 170319 경기도 이천

어느 봄

– 숨막히게 그리운 사람 하나 없는 인생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 숨막히게 그리운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했던 나의 한 시절, 어쩌면 그 때의 나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르겠다. –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기 때문에. – 밤에 삼각대를 놓고 벚꽃을 찍고 있으면 술에 취해 흔들흔들하면서도 가만히 서 있던 그 사람,“어느 봄” 계속 읽기

어스름

  해 지는 시간이 늦어진다. 하루가 추웠다. 나만 추웠겠는가. 그도 추웠을 것이고, 당신도 추웠을 것이고, 우리 모두, 조금씩 시린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따듯한 것이 생각나서 나는 설렁탕을 사러 간다. 검은 나의 차를 타고 어스름이 내리는 거리에, 네온사인이 들어오는 광경을 본다.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식당에 삼삼오오 앉아 있기도 하고 야근을 하기 전 허기를 달래려는“어스름” 계속 읽기

비오는 밤

기억이 잊혀지는 게 구슬프다. 내가 잊어가는 것도 구슬프다. 빗소리는 더 이상 양철지붕을 때리지 않는다. 곱게 화단에 내려 앉아 값비싼 향나무를 적시고 비싼 개밥을 먹고 사는 개들의 똥무덤을 적실 것이다. 하나씩 잊혀져 가는 게 구슬프다. 온 몸을 감싸던 외투를 벗는 계절이라 슬프다. 태양이 빛나고 꽃이 피더라도 답답하던 옷에 배어 있던 체취가 그리운 날이 있더라. 갑자기 눈이“비오는 밤” 계속 읽기

봄 밤

밤벚꽃 아래 남자고등학생 애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덩치에 안 어울리는 놀이기구를 타고 놀고 있다. 공기는 차가운데 아이들의 목소리는 뜨겁다. 별 것 아닌 농담에 깔깔대는 앳된 사내의 목소리에 사춘기와 변성기를 지낸 여물지 않는 수컷의 성성함이 낯설다. 그저 아이들은 웃고 있을 뿐인데, 그 소리들을 제어해 본 적 없는 치기에 아파트 단지가 우렁우렁하다. 줄여입은 교복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작은 아파트“봄 밤”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