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 (2017.5)

  묵호항은 꽤 큰 항구로 보인다. 묵호항으로 네비게이션을 찍으면 여객터미널이자 배가 드나드는 진짜 항구로 들어선다.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을 타는 터미널과 여객터미널이 분리되어 있다. 묵호등대는 상징물이 되어 그 주변에 등대오름길과 수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묵호항 수변공원에서는 방파제가 이어져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내항이라고 부르는 곳에 바다쪽으로 다리를 놓았다. 파란색 금속펜스를 두른 전망대에는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낚싯대를 던진다.“묵호항 (2017.5)” 계속 읽기

새벽

어두운 밤 두레박에 물 길어올리듯 그깟 반쯤 깨진 두레박엔 물이 반밖에 안 찼을 테지만 낡은 펌프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물을 긷는 갈증 소리가 절반을 해갈한대도 하루는 코 한 올이 풀린 그물 같은 것 빠져나갈 물고기가 아쉬워 뒤척이는 어부의 이부자리처럼 배는 곪지 않아도 먹고 살 일이 까마득해 먼 바다에 나가 안개만 먹고 노래했으면 그리운 것이 많아“새벽” 계속 읽기

3년 후, 4월의 바다

꿈은 기억 위에 돋아난다. 상상했던 모든 것들은 과거에서 온다. 들었거나 읽었거나 봤거나 느껴봤던 것들. 기억 속에 숨어있거나 그 밖에서 혼자 울고 있었더라도. 꿈꾸지 않았던 일들은 늘 일어나고 만다. 다시 과거가 된다. 바다를 바라보고 산철쭉이 혼자 섰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 분홍옥매와 꽃잔디와 뜬금없는 난까지. 바다앞에서 나를 잊지 말라 했던가. 바다는 예전의 바다가 아니다. 나쁜 기억은 좋은“3년 후, 4월의 바다” 계속 읽기

별바다집

남자는 배를 타고 고기를 낚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그물을 손질하는 사이, 여자는 의자에 앉아 해금을 연주하고 있었다. 밖에 놓인 메뉴판엔 식사가 세 종류. 백합조개가 들어간 칼국수가 있었지만,  칼국수보다 커피가 궁금했다.  예상치 못한 사물은 낮게 말한다.  여기, 무언가 숨어 있다고.  드립커피가 3500원. 벽에는 LP판이 꽂혀있고 피아노 위엔 영농일지가 있었다. 어느 도예가가 선물했을 법한 도자기들과  바다를 좋아하는 작가가“별바다집” 계속 읽기

빈 집

빈 집     아이들이 물 마시러 들락거리는 이 집은 어쩌면 우물   두레박 깊이 내려 시원한 물 한 모금 아니면 이 집은 펌프가 달린 수돗가 마중물 부어대면 쏴아하고 내려오는 녹맛이 나던 지하수   벌컥 벌컥 마셔도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잘만 가던 시원한 여름날   꼴락꼴락 늙은 개가 물 마시는 소리 와르르르 내 입에“빈 집” 계속 읽기

바다바람

입추가 지나면 바닷물이 찹다는데 주문진 아들바위 다리뻗은 두 연인 회 한접시에 소주 한 병 깻잎에 싸먹는 달큰한 생물의 삶 살아 펄떡이던 삶을 작살내고 오독오독 씹으며 오가는 웃음 맞잡은 두 손가득 이유있는 진땀들 바다멀리 옹졸한 하늘 아래 배롱나무 꽃 진다고 애업고 우는 미친 여편네 차디찬 바닷물이 나는 싫어라 아무 것도 보기 싫다며 얼굴을 파묻는데 어디서 날아오는“바다바람” 계속 읽기

용서하지 말아라

일주일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책이 한 권 있다. 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소년이다. 소년의 아버지는 살인범이다. 7년 전의 일이다. 7년 전의 그 밤이 갑자기 소년에게 밀려온다. 작가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을 정확하게 설계했다. 책의 앞부분엔 이 마을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물론 가상의 마을이다. 이 마을의 중심은 저수지다. 소년은 저수지 근처의“용서하지 말아라”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