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세상

동해 묵호에 가면 늘 들르는 화성곰치국. 아침7시부터 문을 여는 집이다. 도착하자마자 아침으로 곰치국을 먹으러 들어가려는데 문 앞에 발가락 양말을 신은 노인이 길에 걸어가는 노인 둘을 보고 이 집이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문을 막고 서는 건 기본. 나는 그 앞에 가만히 서서 노인의 양말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소리를 지르다 침을 흘렸다. 7시 반이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단체 손님이“노인들의 세상” 계속 읽기

묵호항 (2017.5)

  묵호항은 꽤 큰 항구로 보인다. 묵호항으로 네비게이션을 찍으면 여객터미널이자 배가 드나드는 진짜 항구로 들어선다.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을 타는 터미널과 여객터미널이 분리되어 있다. 묵호등대는 상징물이 되어 그 주변에 등대오름길과 수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묵호항 수변공원에서는 방파제가 이어져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내항이라고 부르는 곳에 바다쪽으로 다리를 놓았다. 파란색 금속펜스를 두른 전망대에는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낚싯대를 던진다.“묵호항 (2017.5)” 계속 읽기

새벽

어두운 밤 두레박에 물 길어올리듯 그깟 반쯤 깨진 두레박엔 물이 반밖에 안 찼을 테지만 낡은 펌프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물을 긷는 갈증 소리가 절반을 해갈한대도 하루는 코 한 올이 풀린 그물 같은 것 빠져나갈 물고기가 아쉬워 뒤척이는 어부의 이부자리처럼 배는 곪지 않아도 먹고 살 일이 까마득해 먼 바다에 나가 안개만 먹고 노래했으면 그리운 것이 많아“새벽” 계속 읽기

3년 후, 4월의 바다

꿈은 기억 위에 돋아난다. 상상했던 모든 것들은 과거에서 온다. 들었거나 읽었거나 봤거나 느껴봤던 것들. 기억 속에 숨어있거나 그 밖에서 혼자 울고 있었더라도. 꿈꾸지 않았던 일들은 늘 일어나고 만다. 다시 과거가 된다. 바다를 바라보고 산철쭉이 혼자 섰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 분홍옥매와 꽃잔디와 뜬금없는 난까지. 바다앞에서 나를 잊지 말라 했던가. 바다는 예전의 바다가 아니다. 나쁜 기억은 좋은“3년 후, 4월의 바다” 계속 읽기

기역의 바다

허리가 기역자로 고부라진 할머니를 보면 미원 맛이 최고라던 고흥의 박 씨네 할머니가 생각나곤 해. 도무지 일어날 수도 앉을 수도 없을 것 같던 노인이 하루 종일 뭔가를 하고 있었거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노인이 하는 일이라곤 온통 먹거리를 만드는 거였어. 그 집 마당엔 뭔가 펼쳐져 있었는데 계절별로 아마 다른 것들이었을 거야. 가을에 갔을 때는 유자껍질이 있었으니 그 전엔“기역의 바다” 계속 읽기

삼척

삼척 오래된 골목을 걸으며 당신의 바다를 만져본다 반짝, 하고 빛나던 별들의 폭발과 무너져 내리던 한 세상에 관하여 돌아보면 돌이 될 거라던 이방인의 주문이 국자에 스뎅그릇에 덜그럭, 소리를 내고 떨어질 때 도깨비처럼 벚꽃잎처럼 천변에 흩날리던 산 자의 영혼에 관하여 꽃잎처럼 뛰어내린 여자들에 관하여 비 내리는 기차역 앞마당에 관하여 비린내가 싫었던 당신의 차가운 우주를 잡아본다 여기 이“삼척”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