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골목의 풍경

나 보광동 살 때는 집안에 들어와 앉아 있던 놈도 있었어. 반지하 창문 열어놨는데 안방에 마당 수도 틀어서 물 뿌린 놈도 있고, 샤워하는데 목욕탕 창문 여는 놈도 있었어. 그 놈 잡겠다고 머릿수건 두르고 나가서 112 불러 골목에서 내가 아는 온갖 욕을 해제꼈어. 동네 아줌마들이 튀어나와 아가씨 입 한 번 걸죽하다며 박수 쳐줬어. 알잖아 내가 욕 좀“폭력적 골목의 풍경” 계속 읽기

맥락 없는 두 가지 이야기

1. 당구를 배우고 싶다는 아이에게 큣대를 바이올린 활이라 생각하라고 말했다. 왼손으로 지판을 잡고 오른손은 힘 있되 유연하게. 오랫만에 큣대를 잡아보니 정말 그랬다. 우연하게 비슷한 원리들이 있다. 어깨에 힘을 뺀다거나, 손목의 스냅을 이용한다거나, 손가락의 안 쓰던 근육을 쓴다거나. 물론 중딩은 바이올린 활을 어떻게 잡는지 모른다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투덜댔다. 생각해보니 바이올린 레슨 받은지가 꽤 되었다. 4년 되었나.“맥락 없는 두 가지 이야기” 계속 읽기

메리 크리스마스

두 아들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 백씨는, 오전 내내 터진 수도를 고쳤다.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봤자 안 좋은 소리를 해댈게 뻔했다. 관리를 잘 못해서 그렇다느니, 날씨가 이렇게 추우면 알아서 수도관을 보온해야지 뭘 했느냐고 말할 사람이다. 날이 추워지자 집안은 온통 한기다. 다 큰 아이들의 옷은 무겁고 두껍다. 한 겨울에 쪼그려 앉아 다 장성한 아이들의 빨래를 하고 있으면 어떻게든“메리 크리스마스” 계속 읽기

백화점

서점은 백화점 안에 있다. 내일 있을 일 때문에 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꼭 백화점으로 갈 필요는 없었는데 마트와 옷가게와 문구점이 이동거리를 생각했을 때 가장 적게 움직일 동선은 백화점이었다. 걸음을 아껴야 한다. 겨울이니까. 문구 코너에 가서 검은 색 파일을 사야했다. 어디선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피아노 연주가 들리는데 분명히 누군가 연주하는 소리였다. 음원을 틀어놓은 것과 그랜드“백화점” 계속 읽기

꿈없는 세상 – 그들의 눈동자

내가 상하이에서 학부를 다닌 화동사범대학은 말 그대로 사범대학인지라 국가에서 적극(?) 지원하고 졸업한 아이들의 취업이 모두 보장되어 있으며 등록금도 타 학교에 비해서 저렴한 학교였다. 상하이에는 명문이라 불리는 복단(FUDAN)대학교와 각 단과대학이 잘 되는 몇 개 대학이 있었는데, 이과쪽은 교통대(JIATONG), 건축은 동제대(TONGJI) 외에도 상해외대나 상해대학교등이 있었다. (대학이름은 한국식 한자 독음으로 표기함) 화동사대는 캠퍼스가 예쁘기로 유명했다. 애초에는 복단대에서 학부를“꿈없는 세상 – 그들의 눈동자” 계속 읽기

마을지우기

어쩌면 수많은 도시민들은 도시의 시스템에 기생하여 살아가지 않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처럼 밀려오는 시스템에 거부감만 느끼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엉겨붙어 기생하고 있지 않나. 기생하여 사는 것은 그만큼의 불편함과 수치심을 동반하지 않았나. 그러면서 늘 불평하지 않았던가. 도시가 나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고.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주인이라 느낀 적 없다. 나는“마을지우기” 계속 읽기

도시, 한 밤중

아이를 재우다 잠들었고 새벽 2시 반이 넘어 깼다. 내가 자고 일어나면 무조건 밖에 나가는 줄 아는 개를 데리고 아무도 없는 길의 짧은 산책 아무도 없는 새벽,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나간 게 이런 풍경. 모두가 벽으로 둘러쳐진 아파트, 똑같은 풍경이라니 참으로 재미없고 정떨어진다. 아파트 생활 6년. 다시 또 생각한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2013.1.30.

어느 추운 밤 이야기

1. 딴따라나 재주꾼이나 그가 사는 곳, 그가 머무는 자리가 바로 작업실이고 무대다. 어디에 가면 화양연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바닥을 치는 자존감의 발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산이 좋지 않으면 저 산도 좋지 않다. 2. 할머니는 언제나 오만가지 재주 있는 년이 밥굶는다 했다. 오만가지 재주 중에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3. 한 밤의 도로엔“어느 추운 밤 이야기” 계속 읽기

주말 마트 휴업이 필요한 이유

1. 마트에 가야한다 하니 남편이 다녀와서 치킨을 시켜 달라 함.  (개 사료및 간식이 딱 떨어졌다. 집 앞과 근처 동물병원 역시 문을 닫았다) – 혼자 시켜먹을 줄 모름 – 나는 마음이 조급함 2. 주차장 만차, 게다가 몇몇 차주들의 야릇한 주차 – 스트레스 상승 3. 사람 많음. 혼잡 복잡 판매원들이 적극적 마케팅 – 피로도 상승인구밀집도가 높아져 공기도“주말 마트 휴업이 필요한 이유”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