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야기 11. 낮아줌마

졸음이 쏟아지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어제도 두 시간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밤을 샜다. 하룻동안 해야 하는 일은 그닥 많지 않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는 자리다. 아줌마는 작은 의자를 펴고 담배를 물었다. 소란스런 영화의 배경음이 홀을 울리고 있었다. 엎어 놓은 맥주잔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줌마는 담배를 다 피우고 저 물기를“한 사람이야기 11. 낮아줌마” 계속 읽기

한 사람이야기 – 9. 마후라아줌마

그 길의 1층은 대부분 옷가게들이었다. 서울시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옷을 팔았다. 유난히 큰 사이즈의 옷이나 큰 신발, 맞춤 와이셔츠, 용과 태극기가 그려진 하얀 면티부터 요란한 금박무늬의 가운들, 화려하지만 전혀 고급스럽거나 세련되지 않은 드레스, 브랜드이긴 한데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 앉은 자리에서 세월을 울컥울컥 집어삼킨 듯한 소품을 파는 가게, 도장을 파는 가게, 초상화를 그리는“한 사람이야기 – 9. 마후라아줌마” 계속 읽기

한 사람이야기 – 8. 옥희

한 사람이야기 – 8. 옥희 홀이 시끄러웠다. 웨이츄리스들은 군데 군데 흩어져서 인상을 구기고 한 테이블을 쏘아보고 있었다. 손님들도 더러 그 테이블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의자에 깊이 앉아 그 테이블의 남자들을 빤히 보는 손님도 있었다. 시선이 집중된 테이블을 제외한 곳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단골손님들이었다. 웨이츄리스들이 그들이 즐겨먹는 메뉴가 뭔지, 테이블에 올려놓고 가는 팁이 얼마인지 이미 정해져 있는“한 사람이야기 – 8. 옥희” 계속 읽기

한 사람이야기 7 – 지원

웃고 있었다.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낀 채,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앞에 앉은 갈색머리의 남자도 호기롭게 웃었다. 지원의 큰 입은 웃을 때 진가를 발휘했다. 가지런한 치아, 붉은 입술, 넓게 퍼져 광대근육 바로 아래로 올라붙는 입꼬리가 시원했다. 앞머리를 길게 내리고 안경을 썼다. 사람들이 왜 안경을 쓰느냐고 물으면 그저 눈이“한 사람이야기 7 – 지원” 계속 읽기

한 사람이야기 6 – 쑈리

쑈리는 어두운 방안에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입에 담배를 문 채로 벌떡 일어나 커튼을 제쳤다. 창을 열자 비루한 햇빛이 쏟아졌다. 햇살이 좋은 모양이다. 눈 앞에 흰 먼지들이 날아다녔다. 쑈리에게 모든 창문은 너무 높았다. 담뱃재가 길어져 떨어지려 하자 쑈리는 바닥에 놓인 검은 재떨이에 재를 털었다. 방안에 불을 켰다. 궁상은 질색이다. 질색하는 궁상을 몇 시간을 떨고“한 사람이야기 6 – 쑈리” 계속 읽기

한 사람이야기 5 – 성욱

세상 모든 만물은 다 이유가 있다. 수긍할 수 없는 말이었다. DJ박스에 한참을 앉아 있던 성욱은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컨트리음악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성욱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혼자 그 말을 두 번 중얼거렸다. 미국의 컨트리 음악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을 며칠 째 하고 있었다. 낮에는 바텐을 보는 영상이가 작업을 하고 저녁에는 성욱이 음악을 틀면서“한 사람이야기 5 – 성욱” 계속 읽기

한 사람이야기 3 – 정아

“에휴. 이러고 살아서 뭐하나 모르겠다.” “같이 죽어. 같이 죽어? 엄마 우리 같이 죽어?” 다섯 살 짜리 아들이 정아의 손을 잡았다. 정아는 신발을 신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길고 작은 정아의 눈은 또 초승달이 되었다. “뭘 같이 죽어? 쪼끄만게!” “엄마 맨날 죽어?” 정아는 괜한 말을 했다고 후회하였다. 약 3초간. “너 어디 할머니 앞에 가서 그 소리 해봐라. 뭐라“한 사람이야기 3 – 정아”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