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겨울

당신을 위한 글

당신을 위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당신을 위로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당신을 북돋기 위한 글이 아니라, 힘내라고 종용하는 글이 아니라, 그저 이런 일이 있었다고 조잘거리기 좋은 이야기들, 당신이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싶어졌다.   굳이 아픈 마음을 꺼내 진열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비슷한 강을 건너왔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놓고

눈이 많이 오던 날 

눈 내리는 해장국집에 여자 둘이 들어섰다. 신발 벗기 귀찮다며 의자에 앉자더니 이내 방으로 올라왔다. 그 집의 의자가 있는 테이블은 알량하기 짝이 없어서 앉으라고 채워둔 거 같지 않다. 안경 쓴 총각이 들여오는 식재료나 다듬던 콩나물이나 무우를 쌓아두거나 때로 주인장이 읽던 신문지를 놓아두는 곳에 더 걸맞다. 해장국 두 그릇을 시킨 여자가 창문을 보며

어떤 영결식이 있던 날 

영결식이 2시부터 엄수라 했다. 1시 30분쯤 서울대병원에서 운구차가 출발한 모양이다. 광화문 부근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신호가 몇 번이나 바뀐 뒤에 광화문을 겨우 지났다.  남산터널로 올라가는 을지로를 지나다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는 다마스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신호에 다시 걸렸다. 붉은 신호등 아래로 다마스보다 커다란 종이짐을 실은 리어카가 두 대나 지나갔다. 눈이 내렸고 리어카위의 박스는

초승달 2

살수록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자꾸 겪게 된다는 뜻이다. 이따봐용맘미. 라고 카톡을 보내는 딸아이의 수줍은 미소는 왜 이리도 처연한가. 하루 종일 술독에 절궈져 초저녁부터 코를 고는 사내 앞에서 티비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아이의 허벅지가 튼튼하다. 늙은 개와 손바닥만한 아파트단지를 두 바퀴 돌았다. 이제는 누구

무엇을 하였는가

세종 이도가 소이에게 말했다그러는 너는 네 인생에 대해서 무엇을 하였느냐네가 이따우로 살고 있는 게 모두 내 탓이냐 나도 누군가에게 그랬다.너 때문이라고당신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묻는다나는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것을 해주었는가. 생각해보면,참 많은 것을 하였다.참으로 많은 것을 시도하였고 좌절하였고 노력하였다.진실로 그러하다. 그런데 나는 지금또 다시 원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아무 것도

WordPress.co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