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요일

일요일, 지난 달에 국립극단 안티고네를 예약했고, 나는 마감을 해야 할 일이 있고, 날씨는 더없이 좋고, 벚꽃잎이 흩날리는 찬란한 일요일이였다.   예정대로였다면, 오전에 일찍 일어나 일을 하다가 여유있게 공연장에 가서 연극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될 일이었다. 어린 아이는 아빠와 함께 있을 것이므로.   그러나, 남편은 급작스럽게 출장을 갔고, 그 출장은 늘

라면의 중의

트위터에 들어가 봤다. 라면 얘기가 얼마나 있나 좀 보려고. 대한항공 비지니스석 라면 사진도 있다. 내가 이 사건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 건, “청장년층의 배알을 뒤틀을 만한 대기업의 상무이사”가 비행기 비지니스석에서 진상을 부렸다는 게 포인트다. 대중에게 질투와 시샘을 받기 충분한 자리인데 대부분 기업의 이정도 되는 이사들 중에는 일정 비율의 개새끼가 존재한다. (어머

회전목마

1. 사람은 근본적으로 보수성을 띄게 되어 있고 궁극적으로 회귀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흔히 인사불성 상태로 술을 마시고도 집으로 찾아 들어가는 걸 귀소본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 예정이면 정신 못차리고 자다가도 희한하게 눈이 떠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시공간을 찾아간다는 얘기로 들린다. 2. 폭력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폭력의

어스름

  해 지는 시간이 늦어진다. 하루가 추웠다. 나만 추웠겠는가. 그도 추웠을 것이고, 당신도 추웠을 것이고, 우리 모두, 조금씩 시린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따듯한 것이 생각나서 나는 설렁탕을 사러 간다. 검은 나의 차를 타고 어스름이 내리는 거리에, 네온사인이 들어오는 광경을 본다.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식당에 삼삼오오 앉아 있기도 하고

내일의 전쟁, 오늘의 일상

내일 세상이 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던가. 뭐 영국에서 염려됬는지 연락이 왔었다. BBC 는 매일 매일 북한 소식 전하느라 정신이 없고, 미국은 CNN도 난리를 치는 모양이다. 나는 일단 전쟁은 나지 않는다. 라고 믿고 있긴 하다. 그 이유는 1. 본국보다 영국과 미국에서 더 수선을 떠는 게 매우 의심스럽고 2. 북한의

예술인에게 복지란 무엇인가

페이스북에서 예술인복지재단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쓰는 글. 내가 읽었던 글은 이거. http://www.kawf.kr/notice/sub01View.do?selIdx=388 예술인 복지법에 대해서 몇 마디를 나누다가 조금 더 얘기를 간단히 하자면 내 생각은 그렇다. 예술가라는 존재 자체가 뭔가에 대해서 원론적인 생각은 피하고 싶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펼치는 예술의 장르가 바로 그의 언어다. 말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이

견디기 힘든 시간

어찌보면 나라는 사람은 참 여러가지를 못 견디는 거 같다. 학원가의 즐비한 버스와 이중주차가 된 승용차들도 못 견디겠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제 밥그릇만 챙기는 꼴을 보는 것도 못 견디겠고 내 새끼가 나약하게 징징대는 꼴도 못 견디겠고 내 개가 인도에 똥싸는 것도 못 견디겠고 (어차피 치우는 거지만 인도엔 흔적이 남은 경우가 있어서)

날씨는 왜 좋고 지랄

그런 날이 있었어. 아기 기저귀에 쓰는 노란고무줄이 있었어. 그걸로 가속페달을 묶어놓은 버스를 상상해봤어? 내가 학교 다닐 때 타고 다니던 마을버스는 그런 버스였어. 그 버스가 기울어질 정도로 아이들이 많이 탔어. 그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던 길에 시비가 붙으면 버스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욕을 했어. “씨발 내가 너 따위 죽이고 깜빵 한

비오는 밤

기억이 잊혀지는 게 구슬프다. 내가 잊어가는 것도 구슬프다. 빗소리는 더 이상 양철지붕을 때리지 않는다. 곱게 화단에 내려 앉아 값비싼 향나무를 적시고 비싼 개밥을 먹고 사는 개들의 똥무덤을 적실 것이다. 하나씩 잊혀져 가는 게 구슬프다. 온 몸을 감싸던 외투를 벗는 계절이라 슬프다. 태양이 빛나고 꽃이 피더라도 답답하던 옷에 배어 있던 체취가

3월의 눈- 국립극단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며 살지만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보며 웃고, 울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표현한다. 남들의 입과 손, 그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나 그림, 음악을 들으며 울고 웃는 것은 그 사람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 뭐라고 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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