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군포역세권 도시재생기자단 운영

2019년부터 오늘까지, (2020년 코로나 중단) 군포역세권 도시재생기자단의 기사 편집지도를 맡았습니다.

글을 많이 써 본 적 없는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위원부터 한세대학교 학생까지 햇수를 거듭하며 기자단의 구성원도 다양해졌습니다.

기자단 지도는 담당팀장과 기획회의를 거쳐 주제를 선택하고 이후 기사를 작성해 제출하면 써온 기사를 빔 프로젝터를 사용해 띄워놓고 바로 그 자리에서 첨삭지도를 해왔습니다.

자기 원고를 모두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군포역세권기자단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쑥스러움을 이겨낸 셈이죠.

이렇게 일년에 4-5회의 편집회의에 참석해 매번 편집과 원고 첨삭지도를 해왔습니다.

오랫동안 기자단 활동을 한 주민은 이제 글솜씨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취재도 손쉽게 해냅니다. 주민들의 열정에 제가 조그만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4년동안 꾸준히 마을소식을 전하는 기자단을운영한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담당팀장의 노고가 큽니다. 그 어디와 다르게 저는 이곳에 갈 때마다 공기관에 가는 느낌이 아니라 마을사랑방을 편하게 드나드는 기분이었어요.

배려하는 담당부서 덕분이었습니다.

기자단장의 말대로 쏜살같이 한해가 지나갔습니다. 1년 동안 스물 다섯 건의 기사를 써낸 군포역세권도시재생기자단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강의]오산문화재단 – 생애사쓰기 강좌 2기 운영

2022년 오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한 경기예술학교 생애사쓰기 강좌를 마치고 출판기념회를 마쳤습니다.

오산문화재단은 경기예술학교 시민예술학교의 일환으로 생애사쓰기 2기 강좌를 진행했습니다. 전반부는 특수분장으로 돌아보는 나의 과거-현재-미래를 진행한 뒤, 생애사쓰기를 이어갔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두려운 일인데 특수분장이 흥미를 돋우며 참가자들의 욕구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획으로 특별하게 준비한 오산문화재단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진솔한 생애사쓰기로 삶을 나눠준 참여시민들 덕분에 기획자와 강사 모두 보람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의 화양연화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https://ggarte.ggcf.kr/?p=89&tab=citizen&page=1&viewMode=view&reqIdx=202212051341420367
경기문화재단 소식지 보러가기

[강의]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 – 우리들의 여덟빛깔 무지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중단했던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용자 생애사쓰기 프로그램을 재개했습니다. 2022년에는 직업훈련중인 청년발달장애인들의 생애사를 함께 쓰고 원고를 묶어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세상에서 문화공동체 히응과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이 함께 만드는 이 과정이, 장애란 무엇인가 다시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도서는 배포하지 않으니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이나 문화공동체 히응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강의]평택도시재생지원센터 – 원도심 탐구 생활

2022년 문화공동체 히응은 평택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상반기에는 평택시도시재생대학에서, 하반기는 서정리역세권 도시재생센터에서 원도심탐구생활을 진행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은 2007년부터 시작되어 2014년부터 본격화되었고, 2017년에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거듭나면서 햇수를 거듭했습니다.

각 지역의 활동가들은 이미 들을 만한 강의는 다 들었다고 볼 수 있지요. 이론적인 강의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지금의 도시재생지는 활동가들의 활력과 역동이 가장 필요합니다. 문화공동체 히응은 도시재생의 개발자적 입장이 아닌 주민생활에서 끌어낼 수 있는 역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우리 마을의 자원을 찾는 방법, 당장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계획 세우기,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기획으로 진행합니다. 모둠활동과 퍼실리테이션이 기본이며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를 펼쳐놓고 협의해 나갈 수 있습니다.

평택도시재생지원센터는 참가자들의 진정성이 돋보여 더 즐거운 강좌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가능성이 높은 평택의 도시적 요소를 사람의 힘으로 더욱 알차게 만들어나가길 기원합니다.

사랑해도 될까요

#발달장애청년생애사쓰기

♥ 사랑해도 될까요 ♥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까? 하고 물었다. 이미 주제계획은 다 되어 있는 상태지만, 그래도 의견을 자꾸 묻고 듣는 게 좋겠다는 생각때문이다.

희준 씨는 “곧 추석이니 추석이야기 쓰는 게 좋겠다.”고 대답했다.

오늘은 가족 이야기를 쓸 생각이었다. 가족은 가까이 접하는 사람이라 스토리가 많을 것이고, 참가자들이 길게 쓸 수 있는 소재일테니까 교육과정의 뒤쪽에 빼놓았다. 발달장애청년들은 자기 삶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이야기거리가 아주 많아야 다섯 개 정도의 문장이라도 만들 수 있다. 장애의 문제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적게 얻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신체장애인보다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는 더 묵살되기 쉽고, 언제나 ‘하지마, 안돼. 그만. ‘이라는 금지어가 매일 반복된다.

내 가족이 맘에 들 때, 맘에 안 들 때도 써보라고 권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것도 발달장애인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부정적 감정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라 불안과 두려움을 자아내기 때문에, 강사와 교감이 잘 형성된 뒤에나 가능하다. 특히나, 어려서부터 발달장애인으로 교육받은 경우는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낯선 사람에게 시간을 갖고 부정적 감정을 내비치는 것에 대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수업에 들어가면 보영씨는 휴대폰을 들고 다가와서 나와 포켓몬을 한 마리씩 교환한다. 나는 보영씨와 포켓몬고 친구를 맺었기 때문에 매일 매일 선물을 주고 받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한다. 보영 씨와 포켓몬을 교환하고 있으면 다영씨는 1층에 내려가 커피를 가져와서 내 어깨를 토닥거려준다. 채은씨는 큰 소리로 인사를 두 번 이상 하고, 슬미는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을 줄줄줄 얘기한다. 지은 씨는 나에게 손수 만든 팔찌도 선물해줬다. 홍민 씨는 벌떡 일어나 나에게 경례를 해준다. 다훈 씨는 방학이 지나고 나서야 나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이제는 대답도 한다. 희준 씨는 사실 발달장애인지 잘 구분이 안 가는 정도라서 항상 가장 성숙하게 나를 응대한다. 이제 부정적인 감정을 건드려봐도 되겠다.

가족 이야기를 써보면서 채은이 헤어진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슬미는 지능이 높은 자폐인인데 직설적인 화법 그대로, 채은이네 이혼했대요. 라고 크게 말했다. 나는 “그렇군요. 선생님도 이혼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채은과 슬미가 진짜냐고 물었다. “그럼. 재혼도 했지.”라고 대답하고 크게 웃었더니 슬미가 조금 당황했다.

“어때. 괜찮지?”라고 농을 걸었더니 “네.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답했다. 슬미는 생활에 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나는 채은 씨에게 살짝 물었다. “이제 엄마 아빠 안 싸우니까 좋지 않아요?” 채은 씨는 “네. 맞아요. 안 싸우니까 좋아요.” 라고 대답했다. 채은 씨에게는 “선생님은 선생님 엄마 아빠도 이혼했어요.” 채은 씨가 웃었다.

바리스타 일자리를 옮긴 다훈 씨가 아침 7시부터 출근을 해서 너무 피곤하다고 한다. 바리스타인 다른 청년을 아느냐고 물어보려고 사진첩을 뒤지느라 휴대폰을 열어서 안경을 아래로 내렸더니 채은 씨가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선생님 이제 눈이 잘 안보여요. 안경 이렇게 하니까 할머니 같죠?”라고 했더니 채은 씨가 책상을 두들기며 웃었다.

“할머니. 선생님 할머니. 아하하하하하.”

가족이야기를 모두 발표하고 난 뒤에 나는 청년들에게 돌발적으로 물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 있어요?” 세 명은 결혼하고 싶다 하고 나머지는 아직 생각이 없단다.

슬미씨가 결혼해도 되냐고 물어서 “여러분은 성인이잖아요. 결혼할 수도 있고 연애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복지사 선생님이 살짝 울적한 표정이 되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말투에 묻어났다. “결혼할 수 있죠. 그럼.. 결혼할 수 있지…” 수업을 도와주는 복지사 선생님은 이들과 또래다. 한 참가자와는 같은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삶의 경로는 타고난 것에 의해 달라졌다.

채은씨는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싶다고 하길래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냐고 물었다.

“착한 사람.”

결혼하고 싶은 사람, 사귀어보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자고 하니 희준 씨는 “5개국어를 하는 키 크고 날씬한 사람”이라고 적었다. 나는 “이런 사람은 너무 바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희준 씨는 같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다들 이상형에 대해서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아서 나는 칠판에 몇 가지를 적었다.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 나를 많이 칭찬하는 사람”

그 옆에는 “나를 울게 하는 사람, 나에게 뭘 자꾸 달라고 하는 사람,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 나에게 무엇을 고치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적고 여기에는 크게 가위표를 그렸다.

웃어주는 사람, 나를 많이 칭찬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나랑 놀아줄 시간이 없을 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슬미 씨는 칠판을 보면서 “저도 남자친구 사귀고 싶은데요. 제가 아직 뚱뚱해서 못 사귀어요.”라고 말했다. 슬미 씨는 전혀 뚱뚱하지 않은데 신체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고, 늘 허리띠를 졸라매서 소화불량이 잦다. 나는 슬미 씨에게 “슬미 씨 그런 사람하고는 헤어져야 해요. 너는 뚱뚱하니까 살 빼고 와. 라고 하면 안녕 ~ 하고 헤어지고, 너 화장 좀 해. 너 머리 좀 길러. 라고 하는 사람하고는 안녕~ 하고 헤어져요. 슬미씨 그대로 예쁘다, 하는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사람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지은 씨가 “그런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을 보탰다. 나는 “남자친구를 만날 거면 좋은 사람을 만나아죠.”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수업을 마치고 인사를 하기 전에 슬미 씨가 손을 번쩍 들더니 말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뭐가요?”

“제 언니나 오빠 말고, 저도 결혼할 수 있다고 해주셔서요.”

슬미 씨는 자신이 자폐인이고, 그래서 차별받았고, 자기는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자기 세계가 뚜렷하지만 사회생활도 가능하다. 기억력이 뛰어나고 학습력도 좋고 의사소통도 잘 되는 편이다. “나는 장애가 심하지 않은데 학교 다닐 때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다.”라고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사랑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는 분명히 명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는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들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잘 받아주지 않고, 발달장애인 공동체에만 묶어둔다. 이들이 어떤 집착이나 착취가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청춘들의 연애는 장애인 복지관에서는 어려운 문제다. 가끔 연애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이들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설레여하며 다시 만나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 마음을 갖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사랑을 할 때는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만나서는 안된다고, 그 정도는 얘기해도 되지 않겠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3년차가 되는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의 발달장애청년 생애사쓰기 수업은 순항중입니다.

8월에는 구례에 갑니다

2020년 섬진강 수해를 기억하시나요?

소들이 떼를 지어 산을 오르고 물에 빠진 소들을 구해내던 장면이 미디어를 통해 여기저기 퍼졌습니다. 그때 그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구례군 구례읍 전통시장 부근은 특히 피해가 컸습니다. 상류 댐들이 방류량을 늘리면서 섬진강이 넘쳤습니다. 이 수해는 공식적으로 “섬진강 수해”로 부릅니다.

이번 강좌는 재난지역을 찾아가는 NGO #에이팟코리아 의 추진으로 이뤄졌습니다. 아시아퍼시픽얼라이언스(이하 에이팟_A-PAD)는, 아시아 · 태평양 내 국가들이 협력하여 재난 현장 긴급 구호 · 복구 · 방재 · 재난 이후 지역재생 등을 주로 다루는 아시아 대표적 국제기구입니다. 에이팟코리아에서 활동하는 #현관앞비상배낭 팀과 함께 합니다.

그해 여름을 응시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속도 없이 쓰담쓰담. 이야기 나누러 가겠습니다.

안동 문화다양성 포럼 발제

문화도시 안동에서 개최하는 다채로움 공동체와 함께 하는 문화다양성 포럼에 참가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수리장애인복지관에서 해온 생애사쓰기 지도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인식하고 구분짓는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포럼을 통해 안동지역에서도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멋진 사례를 만났습니다. 초대해주신 문화도시안동에 감사드립니다.

포럼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긴 어려워 마무리발언으로 준비했던 원고를 붙입니다.

장애학연구자이자, 노들야학의 교사인 김도현 선생이 쓴 “장애학의 도전”에 보면, 우리가 장애를 별도로 분리한 것은 200년이 채 안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부 기능이 약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분리해낼 경우, 시내에는 누가 남을까요? 신체적으로도 아주 우월하고, 지적으로도 월등하고, 할 줄 아는 게 많은 팔방미인에, 건강한 사람들만 남겠죠. 그 안에서도 계속해서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을 쳐내면,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을 겁니다. 저도 쳐내질 겁니다.

지금 여러 곳에서 장애인투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여기 안동에 고속버스를 타고 올 권리, 또는 시설에 갇혀서 살지 않을 권리를 외치는 겁니다. 비장애인들은 아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기본권에 대한 것이죠. 내가 사는 지역에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이 별로 안 보인다거나,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이 당연하다거나, 저상버스가 없는데도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거나, 내 자녀의 학교에 장애아동이 없다거나, 재활수영이 가능한 수영장이 없다거나, 영어로 된 간판이 줄 지어 있다는 얘기는, 차별이 만연한 곳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불거지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저출생, 끊이지 않은 산업재해 같은 게 있겠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존중받는다는 느낌. 그 느낌은 모두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나에게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기더라도, 국가가, 사회가, 내가 사는 이 고장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라는 신뢰, 그 확신이죠. 그런 확신이 보편적으로 퍼져나갈 때 사회는 안정되고 한국사회가 봉착하고 있는 가장 큰 난관인 저출생의 문제도 해결되리라 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집이 되어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장애의 역사”라는 책의 마무리에 나오는 말인데요. 이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국가는, 사회는, 우리의 집이 될 수 있는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2022년 7월 23일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 발달장애청년 생애사쓰기 네 번째 시간.

문장을 완성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더 가깝고 촘촘하게 이야기를 붙여내는 것도 쉽지 않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다.

떠오르는 낱말과 낱말 사이을 이어붙이는 일, 그렇게 해서 만든 하나의 문장과 그 다음의 문장을 연결짓는 일.

이미 세 번의 글쓰기 시간을 마쳤다. 학생들은 단어와 단어를 나열하고 그 사이에 조사를 넣거나 서술어로 끝맺으며 짧은 이야기들을 만들었다. 나는 그 사이에 부사를 넣었다. 질문을 다시 던지면 한 줄을 더 쓸 수 있었다.

오늘은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와, “내가 가장 슬펐을 때”에 대해서 적어보기로 했다. 수행능력이 높아서 한 시간동안 두 개의 주제로 서너줄짜리의 글을 쓸 수 있다.

행복했을 때를 쓸 때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눈앞에 뭐가 보였는지, 날씨는 어땠는지, 내 얼굴에 쏟아지는 빛은 어느 정도였는지, 어떤 소리가 들렸는지를 적어보게 했다. 모두들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하나씩 하나씩 글자를 눌러적었다.

행복한 기억을 발표한 뒤 슬펐을 때를 적어보자고 하자 수빈이(가명) 중학교때 자기를 놀렸던 남학생의 이름을 적고 나에게 물었다. 수빈은 지적장애가 있는데 잘 설명하면 하나씩 하나씩 잘 따라오는 학생이다. 운동도 열심히 한다.

“선생님, 저 이런 얘기 써도 되요? 저 슬프게 한 아이요.”

“네. 써도 되죠.”

수빈은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자기를 괴롭힌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적었다. 중학교 3학년때 누구, 고등학교 1학년때 누구, 고등학교 2학년때 누구. 아이들의 이름 옆에 괄호를 치고 고1, 고2, 중2라고 적었다.

“얘는요! 입 튀어나왔다고 못생겼다고 했어요.” 그 얘기를 듣자 웃음이 터졌다. 나는 수빈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사람은 다 입이 튀어나와있어요. 수빈씨.”

“정말요?”

“그럼. 선생님도 입이 좀 나와있어요.”

“그리고 얘하고 얘는요. 나보고 춤춰보라고 하면서 막 웃었어요.”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뒤통수가 싸늘해졌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너희 나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라고 했어요.”

“잘했네요.”

“그리고 얘는요, 저한테요. ‘이 장애인새끼가!’ 라고 했어요.”

“헐. 그래서 수빈 씨는 뭐라고 그랬어요?”

“그냥 무시했어요.”

“잘 했어요.”

“얘는 장애인 아니거든요. 얘는 일반인이거든요.”

“수빈 씨. 일반인 아니고, 비장애인. 비장애인이라고 해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비장애인.”

“수빈 씨는 본인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해요?”

“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장애가 심하지 않거든요.”

“네 그래요. 장애인을 놀려서도 안되고 비장애인을 놀려서도 안되죠. 나쁜 아이들이네요.”

수빈 씨가 초중고등학교때 앨범찍어놓은 사진을 휴대폰에서 찾아 보여주면서 이 앨범들을 모두 다 버렸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면서 숨이 빨라지길래 같이 쉼호흡을 했다.

“예전에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요. 아빠가 한의원에 데리고 갔는데요. 한의사 선생님이 숨을 쉬라고 했어요. 쉼호흡하라고.”

“네 좋은 방법이예요.”

수빈은 학창시절 자기를 괴롭힌 아이들 이름을 모두 적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하나씩 다 적었다. 나는 수빈씨에게 앞으로도 화가 나면 글로 적어보라고 권했다.

이어서 각자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발표했다. 학생들은 노래를 듣는다, 노래를 한다, 게임을 한다, 밥을 먹는다, 잠을 잔다, 메니큐어를 바른다, 치킨을 먹는다, 꽃에 물을 준다, 쉼호흡을 한다라고 적었다. 물건을 던지거나 술을 마시거나 소리를 지른다고 적은 사람은 없었다. 장애인으로 분류되어 살아가는 청년들은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행동교정 훈련을 받았을 것이다. 술을 마시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욕을 하는 건 아무도 가르치지 않으니까.

국가가 장애를 분류하고 구분짓고 선을 그어두었다면 그에 대한 차별도 장애등급 심사만큼이나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2018년, 2019년에 걸쳐 진행한 발달장애청년생애사쓰기 수업을 코로나2년 휴식 이후에 재개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초대해 준 수리복지관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2013.6.17.

어쩌다 노인복지관 수업을 맡게 되어 5주차의 강의를 끝냈다.
사실 강의라고 하기도 애매한 것이 내가 이 어르신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 그 분들도 뭘 배울 형편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하는 일은 한 시간 가량 그 분들이 하나라도 기억을 살려내고 그 기억을 말로 표현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첫 시간에는 다른 사람의 말이 길어지는 것을 기다리지도 못하시던 분들이 차츰 차츰 순서대로 이야기도 하시고 남의 얘기도 듣기도 하시고 적당한 추임새를 넣게도 되셨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놀랍다고 했고 나 역시 빠르게 적응하시는 어르신들에게 가능성을 보았다.
처음엔 11시부터 40분 남짓 진행되다가 식사하러 가야된다고 자리를 떠버리시는 분들이셨는데 우리 한 시간 일찍 시작합시다 라는 어르신들의 제안에 10시에 시작에 30분은 워밍업으로 간단한 신체놀이를 하고 (이 부분은 다른 분께서 진행) 나머지 1시간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요. 라는 질문에 글쎄요. 하고 어르신들이 말문이 터지던 순간의 몇 가지 사례를 들었더니 듣던 분께서 “자랑할 수 있는 걸 끄집어내셨군요.” 라고 하셨다.

오늘은 내가 맡은 강의의 마지막 날이었다.
어제 오후까지도 대체 내일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자랑할 수 있는 걸 말할 기회” 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오늘 내가 준비한 것들은 사라진 직업에 대한 것이었고 “제가 잘 모르니 얘기해주세요” 라며 하나씩 하나씩 물어나갔다. 사실 정말로 몰랐다. 내가 똥지게가 뭐고 물지게가 뭔지, 신기료 장수가 뭐며, 가마니를 어떻게 짜는지 알게 뭐겠나.

오늘은 11시 40분이 될 때까지 이야기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한 아버님은 노래 한 자락 해주겠다며 해방때쯤의 가사로 추정되는 노래를 불러주시고 자리를 뜨셨다.
이가 거의 없어 가사를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지만 후반부의 가사는 이런 것이었다.

재주 좋은 제트기랑 (중략)
한시바삐 한국땅에서 주저앉고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자유의 평화를 이제 볼까

1930년대에 태어나신 분들과의 괴리는 엄청났다.
세월의 차이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엄청났다.
동시대를 살아온 나의 할머니와 무척이나 다른 분들이셨다.

집에 돌아와 나에게 “자랑할 수 있는 걸 말할 기회” 라는 힌트를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강사는 앉아서 수업을 듣는 사람을 ‘높이고, 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며, 그들의 숨은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내게 하는’ 사람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강의를 주로 할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자세로 임하면 실수가 적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듣자하니 거슬리고 거북했던 강의들의 원인이 무엇인가도 알아낼 수 있었다. 그저 칭찬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를 보고 있는 당신이 나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끊임없이 재촉하는 것. 그런 자세는 마음에 든다.

혼자 전담했던 첫 강좌의 소회다.

[강좌]발달장애청년 생애사쓰기

안양시 수리장애인복지관의 이용자 중 발달장애 청년들의 생애사쓰기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과 2019년, 2년 간 발달장애 청년들의 마음을 함께 읽어보았는데요, 코로나로 2년간 쉬었네요.

복지관에서 다시 프로그램을 준비해 오늘부터 12번 함께 만나 청년들의 삶을 글로 써볼 겁니다.

이번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재능이 많아요. 수영선수, 볼링선수도 있고 바리스타도 있습니다. 직업훈련을 마치고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도 있고요.

오늘은 첫 수업이라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기 소개와 자랑거리를 나누었어요.

각자 자기 얼굴을 그려보고 앞으로 재미나게 글쓰기 수업 하자는 의미로 서로 하트를 그려주거나 응원의 메시지도 전달해봤습니다.

저도 참가자들과 함께 자화상을 그려봤네요.

열 두번의 만남을 통해 어떤 마음속 보물을 찾게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