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기장애아동과 그 가족의 예술매개교육 성과 – 소셜워크 땡스맘

소셜워크 “땡스맘” 자문의견서

작성자 :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대표

2015년부터 시작한 땡스맘 프로그램은 장애인당사자와 장애인가족으로 구성된 바이올린 앙상블이다. 바이올린을 매개로 장애가족 간의 소통을 꾀하고 더 나아가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한 이 공동체는 지난 5년간 주최측과 지도강사의 헌신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본 자문위원은 지난 5년간 소셜워크 땡스맘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소셜워크의 땡스맘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기술하고자 한다. 장애가족의 예술교육을 테마로 한 본 자문서에서는 소셜워크의 꿈다락 프로젝트를 “땡스맘”으로 칭하기로 한다.

  1. 장애인과 그 가족의 음악교육

땡스맘을 처음 열었을 때 교육수혜자 모집은 장애아동과 그 가족으로 한정했다. 2019년 장애통계연보를 살펴보면 다수의 장애아동이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0세부터 17세까지의 장애아동은 통계에 잡힌 것만 72,618명에 이르는데 2018년 기준 전체 아동인구의 0.89%에 이른다. 이 통계대로라면 소셜워크가 주로 활동하는 안양지역의 장애아동은 약 752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장애유형별 통계를 보면 중복장애를 고려하여 언어장애가 가장 많고, 그 뒤로 뇌병변과 자폐성 장애가 뒤를 잇는다. 땡스맘의 참여아동들도 다수가 자폐와 지적장애였으며 지체장애는 1명뿐이었다.

2019년 장애통계연보 / 한국장애인개발원 발행

안양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장애인복지를 책임질 수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이 두 곳이 있다. 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과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이다. 또한 2018년 장애인종합지원센터를 개소해 장애인단체가 입주해 있어, 타 지역에 비해 사용자들로부터 장애복지지원이 잘 되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타 지역이 워낙 형편없다는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평가다. 장애아동을 보호하는 가정에서는 거주지 관할 지역에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복지관이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보호를 받는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2019년 장애통계연보 / 한국장애인개발원 발행

또한 안양에는* 장애인부모들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이 다수 포진해있다. 대표적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세잎클로버, 다누리장애통합사회적협동조합, 열손가락서로돌봄사회적협동조합, 희망터사회적협동조합을 꼽을 수 있다. 땡스맘 초창기 구성원은 위 협동조합과 장애인부모회, 각 복지관의 교차 이용자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돌봄을 추구한다. 각자의 사정으로 공동체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거나, 참여를 주저하기도 하지만 장애인복지지원에 관련된 정보는 대체로 잘 공유되는 편이다. 1기 모집에는 위 단체와 기관을 통해 장애부모들이 먼저 정보를 접하고 자녀들과 참여하게 되었다.

본 자문위원은 위에 열거한 각 기관, 단체를 통해 2013년부터 공통사업으로 생애사쓰기 등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장애부모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장애부모들이 자기 삶을 표현하는 생애사쓰기 프로그램에서 발견한 것은 여태까지 자녀들에게 행해온 교육이 대부분 훈련이었으며 비장애인과 비슷한 기능을 획득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비장애아동이 사교육을 통해 더 우월한 지적능력과 수학능력을 성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면, 장애아동은 각종 복지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비장애아동을 따라가려는 노력을 해 온 셈이다. 요컨대, 이들의 교육은 장애아동의 주체적 성격이나 그 특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장애의 특성 자체를 소거하는 쪽으로 진행되어 왔다.

*2020년 충북문화재단에서 발간한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결과자료집”에 따르면, ‘음악교육에 있어서 정확한 음을 내고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장애인 예술교육에 회의를 느낀다’ 거나, ‘장애의 특성을 완전히 배제한 훈련형 교육을 진행해 온 것이 장애인 예술교육의 문제점’ 이라고 지적한 참여자의 발언을 볼 수 있다. 지역에서 장애교육을 수행해 온 복지관의 담당복지사나 비장애인교육만을 전담했다가 장애인교육에 참여한 본 자문위원도 다수의 장애인대상 교육이 ‘비장애인처럼 되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장애는 없애야 하는, 극복해야 하는, 그 정도를 줄여야 하는’것이라는 사상을 기반으로 하며 장애인 특유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장애아동은 비장애아동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교육을 지원할 수 있으면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게 되는데 대부분 행동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장애아동과 동일한 기술을 습득하고 특별히 재능이 있는 경우 더 혹독한 훈련을 받기 마련이다.

실제로 본 자문위원이 만나본 20대 청년 자폐인의 경우 작곡과 악기연주에 재능이 있었다. 이를 인지한 보호자는 아동기에 음악학원을 보냈고, 그 음악학원에서 여러 차례 구타를 당하며 훈련했다고 고백했다. 이 청년은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런 경험으로 인해 음악훈련을 기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인기에 접어들어 직업훈련에 집중하게 된 후에, 즉 보호자가 자녀에게 음악훈련을 중단한 뒤에서야,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다.

어떤 보호자는 ‘마치 동물을 훈련시키듯 아이를 훈련시켜왔다’는 고백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비장애인 보호자 입장에서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비장애인과 유사한 생활의 기술을 갖춰야 하고, 생활의 기술을 획득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써 온 것이다.

2. 바이올린이라는 악기

음악을 취미로 삼아 연주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와 기타정도가 있다. 도시 곳곳에 있는 교습소의 영향이 크다. 건반악기의 경우 기본적인 음계를 알면 누구나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요소이며, 기타는 현악기 중에서도 화음을 중심으로 쉽게 연주할 수 있어 단체모임에서 반주를 해낼 수 있다는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 이 두 악기는 종교집단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 보편적인 악기가 되었다. 그 외 *바이올린은 현악기 중에 가장 중심이 되는 악기이지만, 연주에 난이도가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악기라 보긴 어렵다. 우선 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20시간 이상의 훈련이 필요하고 바른 자세를 갖추고 양손을 사용하며 음계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손가락의 미묘한 위치에 따라 반응하기 때문에 초기 입문자에게는 건반악기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소셜워크에서 땡스맘 프로그램에 바이올린을 선택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우선 악기를 구입하거나 휴대하기 간편하다. 교향곡에 쓰이는 대부분의 음계를 낼 수 있어 다양한 곡을 연주하기 좋다. 바이올린은 서양음악에서 가장 중심이 되고 기본이 되는 악기라 향후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다. 결정적으로 한국인들에게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지니고만 있어도 근사해보이는’ 악기에 해당한다. 지금의 성인들에게는 접근성이 낮은 고급 악기라는 인식도 있다.

땡스맘에 참여한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이 바이올린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장애인이 바이올린도 할 수 있나, 어려운 악기가 아닌가?’ 하는 편견을 쉽게 드러냈다.

땡스맘에 참여한 장애가족은 다수가 어머니였다. 각 기수마다 1명 정도의 아버지가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참여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비장애아동의 학교 활동에 아버지들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비하면 상당히 보수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자녀의 돌봄이 어머니에게 한정되어 있다는 장애가족의 특수성도 반영한다. 2013년 ㈜이야기너머와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이 공동수행한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의 생애사쓰기’를 지켜본, 당시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형진관장은 “장애부모는 장애에 함몰되어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장애아동을 둔 어머니들은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했다는 이유로 선천적 장애를 가진 자녀에 대해 원인 모를 죄책감에 평생 시달리며, 가족들로부터 쉽사리 냉대를 받는다. 자녀의 장애에 대한 책임이 모태에 있다는 사회적 편견과 장애아동을 비장애아동처럼 신체와 지능의 기능을 극대화시켜 사회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시달린다. 장애 자녀에 관한 돌봄이 우선되다보니 본인의 자기계발과 사회생활도 모두 장애자녀와 관련된 내용이다. 자녀가 장애판정을 받고 난 뒤에 본인의 이전의 삶은 완전히 소거되며, 오직 장애자녀의 돌봄전담자로 살아가게 된다. 가족공동체의 적극적 조력이 없으면 자녀에 대한 모든 책임은 어머니에게 귀결된다.

소셜워크에서는 장애가족의 참여를 원했으나 결국 자녀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어머니들이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합류하게 된 셈이고 초기에는 ‘나는 배울 생각이 없고 아이만 배우면 된다’며 한 발 물러서는 어머니도 있었다.

소셜워크 땡스맘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다수가 가정내에서 ‘당신이 바이올린을 배운다고?’라는 비호의적인 반응을 접했으며 이에 대해 때로 절망하고 화를 느끼기도 했다.

3. 예술이라는 매개교육과 매개자의 역할

소셜워크 땡스맘의 활동에서는 주강사의 역할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기획자가 설계한 것은 나아갈 방향과 행정적 지원이었고 프로그램과 구성원들은 주강사가 책임지고 이끌어왔다.

땡스맘의 주강사로 활동한 김혜영 씨는 경력 25년 이상의 바이올린 레슨 전문강사다. 2015년 처음으로 땡스맘 수업을 하면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나들며 숙련된 강의 스킬을 선보였다. 그는 자문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기부터 종교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 온 것과 다년간의 단체활동을 해 온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혜영 씨는 지적장애와 신체장애를 구분하지 않았고 장애와 비장애의 선을 긋지 않았다. 또한 장애교육에 대해 특별한 교수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아동의 개별적 특성을 인지하고 그에 맞춘 교육을 실행해왔다.

본 자문위원이 5년 넘게 김혜영 씨의 교수법을 지켜봤을 때 김혜영 씨의 교수법은 오히려 특수교육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발휘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의 교육은 장애아동을 장애의 틀에 가두지 않고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구분하지 않았다. 자폐아동은 지적장애나 언어장애의 복합장애가 있는데 각자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음악으로 소통하고자 했다. 자폐정도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은 달랐지만 장애여부를 떠나 미추에 대한 구분은 동일했고, 아름다운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는 똑같이 받아들였다. 더러 자폐아동 중에 소리에 매우 예민하고 새로운 자극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도 있으나 땡스맘에 참여한 아동들은 연주가 매끄럽지 않은 소리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표하지 않았다. 바이올린 소리에 예민해지면 아동들은 참여를 잠정 중단할 수 있었다.

땡스맘에 참여한 장애아동들은 수업권을 보장받았다. 장애여부를 떠나 본인이 연습을 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쉬는 것이 가능했다. 두 명의 바이올린 교사가 많게는 20여 명을 한 번에 가르쳐야 하다 보니 시간 공백이 생겼다. 이렇게 비는 시간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지켜보거나 때로 재충전을 하면서 다시 연습을 할 욕구를 일으키기도 했다. 여러 명이 함께 상호작용을 하니 타인의 연주를 듣고 모방하거나 자기연주와 비교하기도 했다. 정확하게 분할된 시간이 아니라 느슨하게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장애아동들은 무럭무럭 성장했다. 이는 비장애아동의 교습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5년을 거쳐 학령기를 지나 성인기에 접어든 참여자도 있으며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무대에 오르는 일에도 익숙해졌다.

아동들은 어머니와 함께 바이올린을 통해 동등한 관계를 수립하기도 했다. 장애아동과 그 어머니의 관계는 언제나 어머니가 주도하고 이끌어가고 지시하는 구조였다면 두 사람이 동등한 수준에서 시작하는 바이올린 교습은 두 사람 모두 같은 선에서 시작해 비슷하게 성장했다. 물론 3년을 넘어서자 어머니들의 실력이 더 성장했으나 아이들도 바이올린과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지도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땡스맘은 매년 발표회를 갖는 것 뿐 아니라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연주자로 참여할 기회도 얻었다. 소셜워크와 지역의 연대단체들이 자리를 마련했고, 강사주도로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연주기회를 확장했다. 장애아동과 그 가족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연주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감동과 파동을 일으켰으며 땡스맘 구성원들은 무대위에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응원과 지지를 확인해 감동을 느끼고 자존감을 회복했다. 회차를 거듭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하게 되었고 연주실력도 향상되었다. 땡스맘 구성원들은 이제 주말시간은 당연히 땡스맘 프로그램을 하는 날로 인지하고 있으며 참여도도 상당히 높다. 매주 만나다 보니 구성원들의 친목도 좋아지고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참여자들의 연령대와 아이들의 나이가 모두 다른데, 장애아동의 성장기, 사춘기를 거치게 되는 과정을 공유하며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고 있다.

4. 장애가족의 자조모임과 독립

땡스맘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아르코문화예술재단의 꿈다락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간에 1년 지원이 끊어졌을 때는 소셜워크의 자부담으로 프로그램을 지속했다. 구성원들은 땡스맘을 그만 둘 생각이 없으나 그에 대한 자립의식은 매우 희박하다.

이들은 자립에 대한 인지는 있으나 여력이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특히 학령기 아동을 둔 장애가족은 아이을 돌보는 일에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별도의 모임을 자립적으로 구성하거나 이끌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땡스맘 참여자 중에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자조모임을 구성하려면 경제적 재원을 마련하고 공동체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에 헌신할 여력을 갖춘 구성원은 없는 셈이다.

장애가족이 장애자녀로 인해 갖게 된 죄책감은 여러 형태로 발현된다. 이들은 지속적인 지원에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감정을 다소 갖고 있다. 어딘가 의존해야 한다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 고마움, 부채의식이 교차한다.

땡스맘 구성원은 인터뷰를 통해 ‘여기 나와야 숨이 트이는 느낌’이라고도 한다. 이들에게 자조모임을 만들어 나가라는 요구는 또 하나의 책무를 던지는 셈이 된다.

장애인부모회의 임원은 본 사안에 대해 ‘학령기 아동을 둔 장애아동부모가 자립자조모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다. 개인의 사생활도 챙기기 어려운 마당에 별도의 활동을 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모임을 구성하려면 적어도 아이들이 자라 성인기에 접어들어 비중증 장애아동이 직업훈련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안양지역의 특수성으로 복지관이 둘이나 있고 지역 연대조직도 많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부모는 자녀와 분리된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로 사회 전체가 함께 장애아동을 키우는 단계에 접어들어야 장애부모의 개인적 독립이 가능할 것이다.

장애가족이 자조모임을 더 많이 만들게 되면 장애인의 개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테고 그것이 곧 구별짓지 않은 평등한 교육풍토를 만들어 낼 것인데 안타까운 현실이 이를 가로막는다.

5. 땡스맘이 보여주는 세상과 나아갈 방향

2015년부터 시작한 땡스맘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수행단체와 전담 강사의 헌신과 노력이 크다. 참여자들의 인내도 공동체를 지속하는데 큰 동력이 되었다. 성과가 쉽게 나지 않은 악기연주였으나 어떤 성취도를 꼭 이뤄내야 하는 과제해결부담은 덜했던 것이 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땡스맘은 경제적, 사회적 기준에서 ‘무용한 것을 계속 해나가는’ 예술의 힘으로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예술은 쓸모 있어지는 순간 프로파간다로 전락되기 쉽다. 예술교육의 힘은 바로 무용해보이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탐미의 본성을 일깨우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땡스맘은 일면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지원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땡스맘에 향후 어떤 형태의 모임을 지속하고 예술교육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와 컨설팅이 필요하다.

공기관의 공모사업은 대부분 지원이 목적이며, 자립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예산을 한정없이 지원할 경우 특정단체 몰아주기나 의존적 조직 동원이라는 의혹에 휩싸이기 쉽기 때문에 대부분 특정기간이 지나면 지원을 중단하는 일몰형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앞서 기술했듯 장애아동의 가족으로 구성된 특수성과, 사회전반에 걸친 돌봄연대체의 부재로 인해 땡스맘은 일반적 지원사업의 구조에 편승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바이올린 실력과 구성원들의 자존감은 향상되었더라도 이 구조로 언제까지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성원들도 동일한 형태로 계속 프로그램의 수혜자로만 남게 되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6년간의 운영을 마친 땡스맘은 이제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공공의 지원, 또한 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예술을 매개로 한 여타의 장애인당사자와 그 가족의 동아리 모임과 비교연구하면 향후 장애문화예술교육의 모델링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개인의 헌신으로 지속되는 공동체 모델이 5년을 넘어갈 경우 헌신한 개인의 희생을 공동체가 보상할 수도 없게 된다. 예술을 매개로 하는 장애교육에서 매뉴얼이 가능한가, 장애통합교육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등, 땡스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본 자문위원은 2021년에는 땡스맘의 지속가능성, 확장성을 위해 체계적 연구과정을 꼭 수행하고 이를 발표해 장애예술교육계와 연대연구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길 권한다.

2021년 1월 작성

자문위원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대표)

2012년부터 지역에서 교육문화활동을 시작했으며, 2013~2014년 ㈜이야기너머의 기획이사로 재임할 때 ‘장애인과 그 가족의 생애사쓰기 프로그램’으로 장애계에 첫 발을 들였다. 2015년부터 소셜워크 땡스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간헐적으로 땡스맘의 객원연주자로 공연무대에 합류한다. 2019년 충북예술재단의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 지역 문화예술 특성화 지원사업에 출강한 바 있으며, 2018년~2019년에는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청년발달장애인생애사쓰기 프로그램을, 2020년에는 발달장애 작가모임인 사단법인 로아트의 임원진 생애사쓰기를 진행했다.

시민단체인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서 수년간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해왔고, 전문집필노동자, 문화예술교육기획자로 <포기하지 않아 지구(2019, 빨간소금)>, <태안환경보건센터 12주년 백서(2020, 환경부)>, <코로나팬데믹과 한국의 길(2020, 창비, 공저)>,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2020, 교육공동체 벗, 공저)>등을 썼다.

*안양지역의 장애부모 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시청의 담당자가 협동조합 인큐베이팅을 매우 잘 해냈다는 후기가 있다.

*2020년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 지역 문화예술 특성화 지원사업 결과자료집 : 충북문화재단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발행

*오케스트라의 음을 조절할 때 피아노가 아닌 바이올린의 음을 기본으로 하며, 수석바이올리니스트는 악단의 대표자 역할을 한다.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에 부쳐

청소년유니온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2016년 5월. 군포시의 특성화고 3학년이었던 김모군이 경기도 광주시의 한적한 시골길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주검 옆에는 일하던 외식업체의 근무복이 개어져 있었다고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을 취재한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김군은 자신의 전공이었던 인터넷쇼핑몰과 무관한 외식업체에 취업했다. 김군은 출근 첫날부터 숨지기 전날까지 약 100일간 매일 11시 출근 밤 10시까지 근무했다. 집은 군포고 업체는 성남에 있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려면 1시간 30분이 걸렸고 일이 힘들어 체중이 줄고 친구에게 “뛰어내리고 싶다”며 업체 내부에 정서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를 중심으로 책임자처벌을 요구했으나 별다르게 시정된 바 없었다. 업체는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김군의 사망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한겨레 사설에 대한 반론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났고, 이후 수많은 김군들이 사라졌으나 세상은 딱히 변한 것이 없다.

필수노동자

2020년 코로나19팬데믹의 여파로 배달, 청소, 돌봄노동자가 필수노동으로 떠올랐다. 서구에서는 이들을 “Essential worker”라고 칭송하는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시대의 필수노동자란 사회의 생명과 안전, 사회기능의 유지를 위한 대면서비스를 실행하는 직종을 말한다. 보건의료종사자, 돌봄종사자, 배달업종사자, 환경미화노동자들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이 필수노동자 직군이 대체로 비정규직일 뿐이다. 보건의료종사자도 사회에서는 상위 직군으로 보고 있으나 고용된 의사를 제외하고는 자영업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노동자도 다수 비정규직에 머물러있다.

이들은 그림자처럼 일하고 유령처럼 존재한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작 사회의 근간을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지만 이들의 고용불안문제와 노동인권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왜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나.

필수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노동자들의 문제는, 한 곳에서 노동인권존중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처우를 개선한다고 단박에 좋아질 수 없다.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엮인 사회전반적인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는 배달라이더직에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여전히 노동환경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지 않다. 이 실태조사를 보면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준수나 기본적인 노동인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배달노동자는 자영업자들이 고용하기도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대다수 플랫폼 노동자로 전환되고 있다. 일을 주는 사람은 있으나 근로여건을 챙기는 사람은 없는 독립적 사업자가 되어가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노동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각자도생의 노동’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 문제는 앞으로 계속해서 일어날 수많은 비정규 플랫폼노동자들의 방향이 될 수도 있다.

청소년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교육 실태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청소년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펼쳐왔다. 2020년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총 37개 학교에 교육을 실행했다. 그간 청소년노동인권교육팀은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지역까지 교육을 다녔는데, 대체로 특성화고등학교 대상이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밤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국정과제로 노동존중 사회실현- 학교노동인권교육활성화를 제시했고, 교육정책추진과제에서도 민주시민교육 및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를 얘기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교육청 노동인권교육 활성화조례를 발표했다.

경기도의 경우 논란이 있었다. 기존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실행해 온 특성화고등학교 노동인권교육 의무를 2019년부터 경기도가 수행하면서 경기도민주시민교육 내에 포함하고 대신 그 안에서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경기도는 2019년 민주시민교육에 배당된 예산 중 절반가량을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 배치하고 노동인권교육 전문강사 양성, 청소년노동인권 박람회를 수행했다. 이 계획은 2020년에도 이어졌는데 도내 시민사회단체의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경기도 민주시민교육센터는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 산하에 있으며 청소년노동인권교육도 민주시민교육 계획 아래 끼워들어가 있는 상태다. 민주시민교육내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하는 경우, 교육의 의무성이 사라지고 각 학교의 교사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되어 교사와 학교의 의지에 따라 교육의 실행여부가 결정된다.

게다가 도 산하기관에서 직접 교육을 지속할 경우 구조적으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불과 몇 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강사들이 대거 양성되면서 다양한 방면의 교육을 수행하는 직업강사들이 노동인권교육의 실천적 자질이 모자란 상태로 질 낮은 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로는 각 지역에서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해 온 시민단체들은 경기도 산하기관의 노동인권강사교육 수료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실정에 놓여 있다. 2020년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변화는 없었다.

세 번째는 담당자가 바뀔 경우, 단체장의 의지가 변할 경우, 노동인권교육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좀 더 지엽적으로 학교 현장에서의 노동인권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자.

안양시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서도 민주시민교육의 한 갈래로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와 함께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인권교육 신청 학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민주시민교육 신청 학급이 총 350개에 이르는데 이 중 10여개 학급만이 노동인권교육을 신청하고 있다.

노동인권교육은 교사들의 주관적 판단과 학교내에서의 합의여부가 노동인권교육 실천에 영향을 끼치는데 성장 후 모든 아이들이 노동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도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면서 생기는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천지역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한 교사가 학부모나 학생에게 “학생의 미래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없는 교육”이라는 이야기를 전달 받은 사례도 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나간 출강강사에게 학교장이 “노동인권 얘기하며 데모하는 노동자 만들어 잘리게 만들지 말고 준법정신을 가르치라”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정책결정권한, 수업선택권한을 가진 주체들이 노동인권의식이 매우 미흡하거나 거의 없는 것도 원인이 된다. 교사들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기간을 거치는 동안 스스로의 노동권과 결사, 결정권에 대해 무기력해진 상태다. 중간지원조직인 민주시민교육센터나 평생학습진흥원, 청소년관련 공공기관의 실무자들도 1~2년의 계약직이 늘어나면서 노동자결사체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스스로의 노동인권을 방어하는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여타 시민교육보다 노동인권교육을 우선시 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에게 진로교육은 의무교육이 되었지만 진로교육과 함께 가야하는 노동교육은 전무한 상태다. 경기도 청소년노동인권보호조례 제정이후 경기도내에는 군포시가 2020년부터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광명시는 청소년근로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청소년노동에 뛰어들면서 노동인권을 침해받는 사례에 부딪힐 경우 지역에 있는 비정규직센터가 유일한 구제책이거나, 노동인권 관련 단체가 없거나, 이에 대한 정보가 청소년들에게 전달되기 어렵기도 하다. 각 기초단체 산하의 청소년관련 공공기관은 대학을 갈 준비가 되어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영하며, 각 지방정부에서는 청소년노동인권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상태다.

현재 실행되는 노동인권교육은 대부분 노동자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스스로 권리를 쟁취하고 투쟁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정작 사용자는 이 교육에서 빠져있다. 현재 5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이수해야 하는 필수교육은 성희롱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다. 노동자인권보장에 대한 교육은 없다. 그 외 기업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 산업안전 보건교육, 퇴직연금제도 안내 교육,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이 있다.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주나 비정규직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노동인권교육은 의무가 아니다.

왜 우리 사회는 항상 약자에게 교육을 시키고 그들에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싸움터에 나가라고 부추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육하기 쉬운 대상자, 즉 학교를 중심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업주들에게는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경기도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업무를 다루는 부서나 고용노동에 관련한 부서와 연계하여 사업자 필수교육을 점차 늘려나가고 이들이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례가 발견되며 포상과 칭찬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정책확장을 해나갈 수 있다.

또한 대형 플랫폼 업체의 경우 단기계약, 꺾기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노동인권을 유린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강경한 조치는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의 노동력을 사용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우리 사회가 부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에 대한 제언

본 조례의 제 3조는 시장의 책무를 다루고 있다. 서술어는 모두 “노력하여야 한다”로 일관된다. 한 가지 “실시할 수 있다”, “지원할 수 있다”로 두루뭉술하다. 앞서 기술한대로 노동인권교육은 이해당사자들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경우 선택하지 않는 고용주와 교육자들이 훨씬 더 많으므로 이 조항은 “노력하여야 한다”가 아닌, “의무적으로 수행한다.”로 정정해야 옳다. 제 6조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조항에서는 청소년에게 교육을 실행하고,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이 역시도 “노력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이 조항에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조례에서 “노력한다”는 변명할 수 있는 여지가 된다. ‘노력하였으나 실천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만인 조항이다.

9조에는 우수 사업장 선정 및 홍보 내용이 들어 있는데 우수 사업장을 선정하여 홍보할 수 있고, 노동인권 존중 사업장을 우대 지원할 수 있고, 권리 침해 사업장은 우대 및 지원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노동인권을 침해한 곳을 처벌하겠다거나, 법적 제재를 가한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사업장은 노동인권을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는 것이다.

경기도의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관계 법령을 준수할 의무를 명시해놨는데 군포시 조례에도 필요해보인다. 또한 경기도 조례에는 사용자 책무가 명시되어 있지만 군포시 조례에는 이 조항이 없고, 노동인권 관련 사업 하에 들어가 있다. 조례는 만들었으나 강제성은 없다. 이 조례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나.

경기도군포시
제1조(목적) 이 조례는 「대한민국헌법」 및 「청소년 기본법」 제8조 등에 따라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소년 노동인권을 보호하여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목적) 이 조례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노동이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도지사의 책무) ① 경기도지사(이하 “도지사”라 한다)는 청소년이 합법적인 노동 기준에 맞게 노동계약을 하고 인권 친화적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시책을 마련한다.② 도지사는 경기도교육청(이하 “교육청”이라 한다), 도 소속기관, 노동 관련 행정관청, 민간단체 등과 협력하여 청소년의 노동에 관한 상담 및 구제 활동, 직업 훈련과 취업 준비에 필요한 지원·협력 체계를 구축한다.③ 도지사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 환경을 조성하고 청소년을 위한 공공일자리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④ 도지사는 교육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및 사용자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⑤ 도지사는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예산을 편성·지원할 수 있다.⑥ 도지사는 청소년이 학업에 지장이 없고 신체발육 및 정서에 장애를 주지 않는 최상의 노동조건을 제공토록 권장하여야 한다. [신설 2019. 06. 18.]제3조(시장의 책무) ① 군포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은 청소년이 적정한 노동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② 시장은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인권을 침해당한 청소년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③ 시장은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및 보호자, 청소년 관련시설 종사자, 교사, 사업주 등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노동을 하거나 특성화고교에 재학하는 청소년에게는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④ 시장은 지방고용노동청,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학교 내외에 청소년노동인권침해신고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⑤ 시장은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 및 근로환경개선 등에 행ㆍ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제3조의2(사용자의 책무) ① 사용자는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년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여야 하며,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②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관계 법령 등을 성실히 준수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19. 06. 18.]제6조(청소년 노동인권 사업) 시장은 청소년에게 노동기본권과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과 청소년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원 및 노동인권교육 강사 양성2.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 상담 및 교육3.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4.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홍보5. 청소년 작업장 육성 및 일자리 창출6. 청소년 노동인권실태조사 및 실천계획의 작성7.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제9조(우수 사업장 선정 및 홍보 등) ①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친화 우수 사업장을 선정하여 홍보할 수 있다.② 시장은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업장을 우대 및 지원할 수 있으며, 청소년의 노동권이나 그 밖에 권리를 침해하는 사업장은 우대 및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제4조(다른 조례와의 관계) 청소년의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에 대해서는 다른 조례에 우선하여 이 조례를 적용한다.타 조례 우선 적용 사항 없음.

원칙을 지키는 정책

청소년노동인권의 보장은 비정규직노동 전반에 걸친 문제와 청소년을 비롯한 어린시민을 대하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한국에서 실행되는 정책들의 문제점은 대체로 단절성으로 귀결된다.

  1. 년 내에 종료하는 예산배분

3. 담당자로부터 단체장에 이르기까지 개인의지에 따른 중단

4.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임자의 정책을 종료

대부분의 정책들은 위 네 가지 사안으로 인해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중단된다. 잘 진행되던 일도 중단하고 엎어버리고 선임자의 공적을 가로채거나 삭제하는 일이 반복된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되려면 정책입안자뿐 아니라 시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단단하게 지속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저출생 문제로 국가위기에 접어든다고들 한다. 아이 키우기 나쁜 나라라는 얘기는 비단 보육과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차피 자라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하는 사회구조에서 부모된 자가 자녀의 미래를 확보해줄 수 없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결국 행복한 노동조건, 일자리의 문제와도 상통한다.

인간은 본인이 취약한 환경에 놓였을 때 혐오가 강화된다고 한다. 한국사회가 청소년을 대하는 태도는 혐오에 가깝다. ‘어린 것들’이라고 폄하하며 권리를 박탈하고 인권을 무시하기 일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장은 강제되지 않는다. “나때는 말이야”를 시전하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경험주의를 내세우며 젊은이들의 고통과 난관은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긴다. 한국 성인들의 대다수는 청소년시절 겪었던 멸시와 비난을 기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성이 없는 기성세대는 청춘의 고통을 대물림하면서도 떳떳하다. 때로는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권리를 일부러 주지 않는 것 같아, 성인들이 패를 짜고 청소년을 골탕 먹이는 것 같을 때도 있다. 헌법은 모든 사람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유로, 교복입은 노동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과 배제가 일어난다. 정의롭지 않다.

인간사회는 어디나 개인의 욕망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사회가 자연그대로라면 세상은 끊임없이 전쟁에 시달릴 것이다. 인간은 강제적으로 세상의 모순을 개선하고 인격과 이성을 발휘해 전쟁이나 다름없는 자연상태를 역행하며 평화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 모여 국가를 이룬 이유는 강자만 살아남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조적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부정의한 세상을 바로잡을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통해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날로 기이하게 팽창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역시 자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자본이 가하는 타격에 스러져가는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지켜내야 스스로도 지킬 것이다.

군포시 청소년인권조례에 강제성이 없고 두루뭉술한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조례는 개정할 수 있으니 부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도록 노동인권존중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내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려고 한다. 노동자가 노동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좋겠다. 투쟁도 하고 노동도 하고, 항의하고 협상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만을 보호하는 정부는 시체에 불과하며,

부패와 타락으로 스스로 곧 무너진다.

– 아모스 브론슨 알코트

군포시 청소년노동인권실태조사 자료집
내생애 첫번째 노동 토론회자료집

군포시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조례

( 제정) 2016.12.12 조례 제1430호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노동이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① 이 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청소년”이란「근로기준법」(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라 근로자로 활동할 수 있는 19세 미만의 사람으로서, 군포시(이하 “시”라 한다)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두거나 시에 있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용자”란 청소년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사람을 말한다.

3. “노동인권”이란 청소년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와 권익을 보장받고, 인권친화적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② 이 조례에서 따로 정의한 것 이외에는 법을 따른다.

제3조(시장의 책무) ① 군포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은 청소년이 적정한 노동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시장은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인권을 침해당한 청소년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시장은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및 보호자, 청소년 관련시설 종사자, 교사, 사업주 등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노동을 하거나 특성화고교에 재학하는 청소년에게는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④ 시장은 지방고용노동청,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학교 내외에 청소년노동인권침해신고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⑤ 시장은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 및 근로환경개선 등에 행ㆍ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제4조(청소년의 권리) ① 청소년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에 관한 권리를 갖는다.

② 청소년은 법에 따라 정당한 처우와 적절한 임금,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③ 청소년은 언제든지 사업자에게 근로포기를 통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④ 사용자가 청소년을 해고할 경우에는 법에 따라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하며, 청소년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제5조(청소년의 보호) ① 사용자는 법에 따라 청소년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청소년의 건강, 안전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일을 맡겨서는 아니 된다.

② 사용자는 청소년에게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업종이나 노동형태로 일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③ 사용자는 청소년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여야 하며,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

제6조(청소년 노동인권 사업) 시장은 청소년에게 노동기본권과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과 청소년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원 및 노동인권교육 강사 양성

2.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 상담 및 교육

3.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

4.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홍보

5. 청소년 작업장 육성 및 일자리 창출

6. 청소년 노동인권실태조사 및 실천계획의 작성

7.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제7조(민관협의체)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하여 시 청소년 업무담당, 교육지원청, 지방고용노동청, 청소년 노동 관련 기관ㆍ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ㆍ운영할 수 있다.

제8조(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구제 체계 구축) ① 시장은 청소년 관련 기관과 협조하여 그 기관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피해신고를 접수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② 시장은 청소년이 노동인권 상담과 피해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전용전화를 둘 수 있다.

③ 시장은 청소년 관련 기관, 민간단체와 연계하여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구제를 위한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제9조(우수 사업장 선정 및 홍보 등) ①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친화 우수 사업장을 선정하여 홍보할 수 있다.

② 시장은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업장을 우대 및 지원할 수 있으며, 청소년의 노동권이나 그 밖에 권리를 침해하는 사업장은 우대 및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제10조(청소년 노동인권센터) ① 시장은 제6조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센터(이하 “센터”라 한다) 등을 둘 수 있으며, 센터내에 청소년 노동인권 침해에 대한 상담 및 구제를 위하여 청소년 노동인권 옹호관을 둔다. 청소년 노동인권 옹호관과 관련된 세부내용은 규칙으로 정한다.

② 시장은 센터의 운영을「청소년 기본법」 제3조제8호에 따른 청소년단체 또는 청소년 노동 관련 비영리 법인 및 단체 등에 위탁하여 운영하게 할 수 있다.

③ 수탁자의 선정은「군포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에 따르며, 센터의 위탁 운영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은 시장이 따로 정한다.

제11조(센터 운영의 지원) 시장은 수탁자에게 센터의 운영ㆍ관리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제12조(시행규칙) 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

부칙<제정 2016. 12. 12. 조례 제1430호>

이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보궐선거에 부쳐

몇 년전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하는 촛불정신과 나아갈 방향, 관련된 토론회에 참석한 적 있다. 이 토론에서 몇 가지 인상적인 게 있는데 그 중 두 가지 정도만.

한 가지는 한국의 민주주의운동은 3.1운동, 또는 더 나아가 동학농민혁명부터라고도 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보다 더 깊이 나에게 와서 박힌 것은 한국의 시민성이었다.

한국은 위로부터의 민주주의,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과두제, 대통령 중심등 다양한 형태로 소용돌이치며 민주주의를 실천해왔다.

한국의 시민들은 각 양상에 따라 필요한 무기를 그때그때 적재적소에 꺼내들고 활용하며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왔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마치 정치인을 숭앙하고 존중하고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거에 있어서는 기가 막힌 판결을 내려, 정치세력(정치인)의 유효성을 결정한다. 요컨대, 한국에서의 정치인은 시민들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존재라, 시민들은 정치세력을 그때의 상황에 따라 사용했다가 가차없이 버리는 방식을 택하며 생존해왔다는 것이었다.

몇 명의 발제자와 토론자가 있었는데, 정치인 사용론에 관해 다수 동의했으며 나 역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수차례의 선거결과와 촛불집회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각종 정치참여, 시위가 이를 반증한다. 제도적 기반이 지배 권력의 것만큼 공고하지 못하고 사회경제적 제도화가 취약하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한국 민주화운동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선거가 끝나면 현상을 읽어야할 것이다.

시민들이 버리기로 한 카드가 무엇인지, 무엇을 내세워 무엇을 얻고자 하고 무엇을 폐기처분하기로 결심했는지, 결과가 알려줄 것이다.

나는 언제나 시민들을 믿는다.

당시 토론자료집의 <한국 민주주의 100년의 역사, 4번의 민주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서강대 김동택 교수의 글을 붙인다.

“헨더슨이 한국정치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사용했던‘소용돌이의 정치’는 중앙집중화된 권력구조를 지적한다기보다는 과두제를 공격하기 위한 투쟁도구로 중앙정부의 권력을 활용하려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는 달리 선택할 수 있는 투쟁의 도구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민주화 혹은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지향하는 운동이 제기되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의 제도적 기반이 지배 권력의 그것만큼 그렇게 공고하지 못하다. 또 풀뿌리 민주주의가 그 제도적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되지만 그것의 사회경제적 제도화 또한 취약하다. 이처럼 제기된 문제와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화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못할 경우, 촛불항쟁을 통해 제기된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구들이 해결되지 못할 경우, 한국 민주화 운동의 지속성 경향이 분출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할 수 있다.”

전체자료집은 https://www.kdemo.or.kr/book/data/manual/page/3/post/8477 여기서 볼 수 있다.

[출간]태안환경보건센터 12년의 기록

1년 넘게 작업한 책이 햇수로 3년 걸려 나왔는데 센터가 날아갔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고 공식 발표도 아직 없는 거 같다.

처음 계약은 2018년에 했다.

유류유출로 인한 인체 건강영향에 대해 전국 유일의 전문기관이었던 태안환경보건센터는 2020년 재지정을 받아서 원래 202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는데, 환경보건센터가 광역으로 통합되면서 다른 기관이 위수탁을 받게 되어 태안군의료원이 운영했던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사라지게 되었다.

센터의 12년 백서.

내가 전체 구성과 집필을 맡고전문가 자문을 수 차례 거쳤던 이 책은 그대로 사장되겠구만….

재미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나는 태생이 문과인데 다환방향성탄화수소 PAHs와 휘발성유기화합물 VOCs 이해하느라 어려웠지만. 그만큼 깨달은 게 많았다. 나에겐 워낙 어려운 내용이었다. 코호트 역학조사 결과도 있지만 태안군 전체 인구가 10만이 되지 않아서 인정받지 못한다. 남성전립선암 급증이나 여성 혈액암 급증. 사고 당시 태아들의 작은 두위, 호흡기 질환. 주민들의 알레르기 급증, 갑상선 질환이나 고혈압 같은 것들. 굴이 사라지고 해삼만 나는 바다. 통계수치가 되지 못하는 모집단.

센터에는 12년간 축적된 주민들의 생체시료가 있었고 그 자료가 있었는데 그건 다 갈 곳을 찾았는지. 한 분야에 대한 12년의 연구를 담아 지역주민을 지키는 건강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작업이었다.

책은 비매품. 책이 다 되었을 때 센터에서 말랑한 부제를 지어달라고 해서 내가 제안한 부제목은 “그날 이후 다른 바다를 함께 살다”였는데 이 책의 부제는 “그날 이후 다른 바다를 사는 사람들”이 되었다.

[새책]민주학교의 탄생

민주시민교육을 전면에 내세워 실천하는 새로운 학교.
민주학교에 대한 새책이 나왔습니다.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삶과 배움이 꽃피는 공간이 과연 우리들의 학교에서 가능할지, 책을 쓰며 많이 토론하며 그 방향을 제시해봤습니다.

부산대 심성보교수, 서울대 정원규 교수 두 분이 이론적인 부분과 해외 사례를 제시하고, 김혜자, 허진만, 장경훈 현장교사가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전국 6개 사례지의 인터뷰를 진행해 정리하고 좌담회를 정리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의 한 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도움될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7906189
<민주학교의 탄생> / 심성보, 장경훈, 김혜자, 허진만, 정원규, 이하나 / 생각정원 펴냄

[창비주간논평] 팬데믹, 세 번째 개학

https://magazine.changbi.com/20210303/?cat=2466


팬데믹의 세 번째 개학을 맞아, 창비 주간논평에 칼럼을 싣게 되었습니다.
열 분이 넘는 교사들의 의견을 듣고, 학생당사자, 학부모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사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항상 현장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썼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1년 3월 3일 발행

정치적 책임- 경비노동자 집단 교체 사건

오늘 아침, 활동가에게 전달받은 사진이다. 사진을 열어보며 잠들기 전에 읽은 부분을 다시 펼쳤다. 해고 경비원들이 1인 시위를 한다더니입주인들에게 인사하고, 담소를 나눈다. 이 정치적 부정의에 대해서 사회는 무슨 책임을 질 것인가.

○ 우리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에게 특별한 능력이나 제도적 역할이 있다거나 우리가 특별한 관계나 약속을 맺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책임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시민으로서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특정한 민족국가의 시민이어서가 아니다. 정의롭길 바라는 사회과정의 참여자로서,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힘에 그저 흔들리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활동적으로 참여하길 바라는 사회의 구성원이다. 즉, 정의에 대한 일반적인 책임은 특정한 역할과 책임에 그저 덧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과 책임을 늘 동반한다. (277-278)

○ 사람들은 부정의는 있지만 그것을 시정하는 것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전형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정부다. 정부가 정의와 복지를 증진시키는 동안 사람들은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80)

○ 따라서 “그건 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정부의 일이다” 라는 입장에서 누락된 것은 정의를 추구하려는 국가의 힘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상당부분 의존한다는 것이다. (281)

○ 너무 빈번히 억압받아 온 이들은 현재 그들의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하기보다는 억압이 시작되기 전 낭만화된 과거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288)

○ 구조 안에서 그리고 구조 덕분에 특권을 더 많이 누리는 사람이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좀 더 많이, 그리고 좀 더 특수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308)

<정치적 책임에 관하여> (아이리스 M.영 / 이후 펴냄)

안양시 경비노동자 집단 실직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1. 3월 1일자로 안양시 동안구의 모 아파트의 경비원 16명이 집단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 아파트가 경비업체를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2. 경비업체 변경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나, 동대표단과 같은 아파트주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합의해 결정한다. 물론 주민들의 투표를 받기도 하지만 주민들은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니, 특별히 아파트운영에 관해 관심있는 입주민이 많지 않은 이상, 대체로 대표자들이 “경비업체 바꿀려고 하는데 동의해주세요” 라고 엘리베이터에 공지를 붙이거나 경비초소에 명부를 갖다두면 대부분 동의서명을 해준다.
    때로, 경비업체의 방만한 운영이나, 아파트입주자대표자들과 심한 갈등이 생겼을 때 입주민들이 나서서 변경하자고 움직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아파트관리업체들은 요령껏 다음계약도 이어서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3. 아파트관리는 주택관리용역업체와 경비업체가 겸하는 경우도 있고 분리되는 경우도 있다. 관리용역업체는 관리사무실에 직원을 파견하고 경비용역업체를 선정해 하청에 하청을 주는 구조가 된다. 최근에는 관리용역업체가 경비업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업종이야 추가하면 될 일.
    그렇다 보니 이 용역업체는 아파트와 계약을 맺어야 직원을 파견할 수 있고, 그래야 직원의 급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상시고용을 해봤자 손해다. 계약을 따면 그제서야 사람을 채용해서 내보내면 된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에서 맞는 체계다.
  4. 아파트 입주자들이 직영으로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과천에 이런 직영 아파트가 많다. 입주자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시민의식이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평가하는데, 내가 보기엔 “집주인들이 많이 살아야” 가능한 얘기다. 세입자들이 더 많은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세입자도, 거기 살지 않는 집주인도 직영구조에 동의할 리 없다. 쌍방모두 무관심이 답이다.
  5. 경비원 16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 관리경비업체(이하 업체라고 하겠다)변경은 아파트 입주자대표들과의 계약이다. 새로 계약을 맺은 업체는 이전에 일하던 경비원의 고용승계를 할 의무가 없다. 새로운 업체는 자기가 고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 업체에서 고용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이전업체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6. 결과적으로 경비원들은 집단으로 일자리를 잃지만 사실상 “해고”라 볼 수 없다.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경비원들은 고용이 아닌 계약직이기 때문에 “계약해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경비원들의 계약기간은 최악의 경우 1개월이고 3개월, 6개월, 12개월로 나뉜다. 2020년 경기중부아파트경비노동자 지원사업단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안양과천군포의왕 4개 시의 326개 단지를 방문해, 근로계약기간에 대해서는 291개 단지의 상황을 파악했는데 그 중 3개월 계약기간이 40.5%였고 (총 118개 단지), 그 중 안양시는 45%에 육박했다. 1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유지하는 곳은 291개 단지 중에 48.1%였다. 1년 이상 계약인 곳이 3개월보다 많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속적인 업무가 필요한 아파트경비직이 3개월 단기계약이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아무 때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미다.
  7. 아파트경비직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자계약갱신기대권”이라는 것이 있다. 사전에 계약해지(즉 해고통보)를 하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인권보호의식이 담긴 권리이다. 최근 경비용역업체는 경비원과의 계약서에 “계약갱신기대권이 없음에 동의합니다”라는 항목을 넣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
  8. 2월 24일 오전,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가 이 아파트의 계약해지 집단실업 사태를 듣고 대책강구에 나섰다. 여러 곳에 기사를 보내고 정부기관과 면담하고 아파트입주자들과의 접촉도 시도할 것이다.
    경비와 용역업체들이 안양군포의왕과천지역에 “경비들 조직이 생겼다”고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다. 업체들은 “경비들 조직”을 압박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9. 하지만, 신규업체에게 “고용승계의 의무가 있다”고 강요할 수 있을까? 신규업체는 자기들의 권리를 훼방놓는다고 할 것이다.
  10. 하청의 하청을 주는 사회구조는 개인을 공공의 영역에서 몰아내고 사적인 존재로만 머물게 한다. 공적인 인간, 사회적인 인간이 아니라 그저 내 생활만 안전하게 유지하면 되는 존재가 된다. 결국 본인이 사회에서 도태되었을 때도 여전히 개인으로 남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먼지같은 존재가 된다. 이 말은 파커 J, 파머의 철학에서 빌려왔다.
  11.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아파트입주자 – 용역회사 – 경비원까지 3자가 모두 갈등에 휩싸인다. 아래에서 개싸움이 벌어지는 꼴이다. 승자는 없다. 모두 상처만 남는다.
  12. 아파트경비원의 고용승계는 “늙고 힘없는 아버지같은 사람들이 일자리도 잃는다니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보장해야 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옳지 않다. 지속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자기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가 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사회구조가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한 것이 세상의 규칙이 되면 우리 모두 부정해진다. 나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으로 살다 죽기 위해, 경비원들의 부당한 고용현실을 부정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경비원들은 늙고 힘없고 아버지같은 사람도 아니다. 경비원은 엄연한 직업인이다.
  13. 건조한 시선이 때로 명료하다고 생각한다.
  • 사진은 오늘 해당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이 아파트 곳곳에 붙이고 있다는 전단이다. 해당 아파트는 20개동 1천여세대, 20년된 아파트로, 최소평수 30평형대부터 60평형대부터 있다. 평당 2천만원 정도로 거래된다.

관련기사 : http://www.mediap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95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 – 9억원

매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을 한다. 올해 들어 주변에 작가, 출판계 사람들이 많다보니 페친들을 통해 이 지원사업에 응모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출판사가 지원하는 게 있고, 작가 개인이 지원하는 게 있다.
사실 나도 냈다.
암튼. 그렇게 지원선정되기 어렵다는 페친들의 토로를 계속 봤다. 며칠동안 봤다. 몇 년째다, 이번에도 안되겠지, 내가 성의가 부족했다, 내년엔 더 잘 써서 내야지.
근데 왜 다들 안된다고 할까.

기사를 검색해보니 2017년에 이 사업은 거의 로또 당선 수준이라는 논평이 실린 게 하나 있다.
지원사업 선정자는 (올해기준) 작가에게 300만원, 출판사에게 600만원의 제작지원금을 준다. 뭐 대단히 많은 돈도 아니지만, 늘 자금난에 허덕이는 출판사나, 1년 인세 19,000원 받는 작가에게는 고마운 돈이다.
올해 지원자가 얼마나 될 지 모르지만, 2017년에는 2500편 정도 응모했다고 한다. 지금 지원자들은 약 2천 편 이상이 응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서울의 어느 지역의 제본소는 계속 이 응모작을 제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올해 사업계획안은 다음과 같다.

■ 2021년 추진내용
◎ 지원자격 : 대한민국 국적의 개인 또는 출판사
◎ 지원분야 : 인문교양, 사회과학, 과학, 문학, 아동
◎ 지원대상 : 미 발간 국내 창작 원고(‘21.11.30.까지 도서로 발간 가능해야 함)
◎ 지원규모 : 총 100편, 편당 900만원(출판제작지원금 600만원+저작상금 300만원) 지급

  • 전체 선정편수 중 30%(30편) 이상 1인 또는 지역출판사, 청년(저자 또는 기업대표) 응모작 선정
    ◎ 추진절차 : 사업 공고 및 접수(2월) → 심사·선정 및 협약 체결(3~5월) → 선정작 도서 발간 및 유통(6~11월) → 선정작 홍보(12월)

자, 그러면 이 사업의 총 예산은 9억이다.
사업수행하는데 드는 제반비용까지 해서 10억이라고 치자.
전국에 있는 출판사와 작가들이 1년을 기다려 여기에 응모한다면, 이 사업의 예산을 늘려야 하지 않나?
100억도 아니고 꼴랑 10억이다.
전국단위 공공사업에서 10억은 하찮은 돈이다.

다른 부처의 사업단위와 좀 비교해보자. 1천만원도 안되는 돈 주고 생색은 난리도 아니다. 책에 여기저기 딱지붙고 모두들 이 사업을 주목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저희가 지원받은 예산이 없어서” 라고 한다면, 국회 상임위를 찾아가서 담판을 지어야 할 거 아닌가. 돈을 더 내놓으라, 이렇게 전국에서 들썩이는 사업이 없다. 경쟁율이 20대 1이 넘는다 등등. 국회가서 좀 드러누우면 안되나?
여기저기 오피니언 리더들이고, 신문의 칼럼 쓰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왜 이 전체 예산을 현실성 있게 안 늘리나?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체육관련 오만 데 다 건드린 최순실도 손 대지 않은 업계가 출판계인데 (왜겠나. 자금 규모가 너무 하찮으니 안 했겠지) 얼마 안되는 돈도 무조건 감사합니다. 떨어지면 내가 잘못했겠지. 라고 반성하며 그래도 작년보다 1억 올랐으니까, 그래도 작년보다 더 뽑네 하며 기다리는건가.

아 고구마 백만개.

올해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장은 도종환이다.
출판과 작가에 대해 모른다고 할 수 없는 사람.
다 같이 가서 드러눕자.

2021. 2. 24.

[기고]귀신이 하는 일

온라인 시대, 보이지 않는 비대면 노동에 관하여

2020년, 코로나19의 감염에서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일의 절반은 사업계획서를 수정하는 일이었다. 그 중의 절반은 담당자에게 비용산출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설명하는 일이었다. 

“온라인인데 왜 더 비싸요?”

“장소대관 안해도 되는데 이렇게 돈이 들어가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실시간 하시면 되잖아요”

“유튜브에 일주일에 한 건씩 업로드하면 되지 않나요? 애들도 한다던데”

“왜 꼭 해외 사이트를 사용하려고 하시죠? 국산 화상채팅앱도 있다던데요” 

나에게 저런 질문을 한 사람들의 80%는 공무원이었고, 정부지원자금을 받아 1년짜리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나머지 20% 정도 된다. 1인미디어의 시대, 4차산업혁명의 시작이라는 주제어가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꼬아놨는지 확인했다. 그 실타래를 푸는 작업으로 상반기가 다 지나간 셈이다.

“모바일 기기로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려면 일단 방송할 채널의 구독자 수가 1천 명이 넘어야 합니다. 계정도 없으시다고요? 유튜브로 송출하려면 발언자 소리가 잘 들리도록 해야 합니다. 행사를 제대로 촬영하려면 적어도 3대의 마이크와 3대의 카메라와 이 기계를 잡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편집은 소프트웨어로 하지만 결국 사람 손이 갈 수밖에 없어요”라는 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온라인에서는 모든 사람이 정보와 콘텐츠의 소비자가 될 수 있고 생산자도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누구나 계정만 가지면 방송도 할 수 있고 책도 펴낼 수 있다. 거짓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나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면 사람들이 볼 만한 내용을 구성할 기획력이 있어야 하고, 그 기획에 따라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며,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살려낼 수 있는 기계와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 누구나 접근은 가능하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없다. 기계와 기술만 있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다. 실시간 송출이라는 건 안정적인 통신환경이 필요하다. 일정한 데이터가 기복 없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비슷한 용량을 가진 화면이 보이지 않는 통신선을 타고 내 눈앞에 놓일 수 있다는 걸,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만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저 모든 장비와 기계와 통신선이 필요없이 한 장소에 모여 앉으면 되는 일이니까. 마이크를 굳이 갖다 놓지 않아도, 카메라 두 세대가 각도를 달리해서 따로 찍지 않아도, 통신선을 끌어와 장비에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마이크가 없을 때는 듣는 사람은 귀를 기울이거나 상반신을 앞으로 내밀면 되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성대와 배의 힘까지 이용해 소리를 키울 수 있는 만큼 더 큰 목소리를 내면 된다. 카메라가 없어도 고개를 돌리거나 잠시 허리를 곧추세우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각도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인간의 신체는 이다지도 위대하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러웠던 것을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와 복원한다는 것은 여러 사람이 투입되어 숙련된 기술과 비싼 장비를 써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온라인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대답하다 보면 지치기도 했다. 나름대로 어떤 사람들은 잔꾀를 부려 비용을 절감하거나 필요한 장비를 축소해서 진행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그에 응하기도 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나도 배짱을 부렸다. “네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해요. 그렇죠.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요. 네네, 하지만 그렇게는 못합니다. 안됩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의 전염이 다음 해에도 지속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각종 행사의 온오프라인 병행은 2020년을 기점으로 자리 잡을 거라 판단했다. 초기에 시작되는 일들의 기준을 잡아둔다 해도, 일은 반복되면서 폄하되고 훼손되기 십상인데 조금 더 강력한 규칙을 적용해야 융통을 발휘할 범위도 생기지 않겠는가. 

기준이 없이 온라인 행사와 교육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다 보니 각 예산집행처의 담당자 권한도 강력해졌다. 담당자가 온라인 행사에 투입될 비용의 산출근거를 이해하면 결정권을 가진 상사의 결재를 받을 수 있고, 그래야만 예산집행이 결정되는 것이다. 어떤 담당자는 온라인 회의 툴을 왜 미국산을 쓰냐면서 국산도 있다고 “국산품애용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공기관에서 해외결제를 용납해줄 리 없다고 체념한 어느 단체 담당자는 개인사비로 유료버전을 구매해 시비를 마무리했다. 

특강이나 교육프로그램 강의 섭외때에도 녹화했다가 쓰면 안되느냐는 질문이 빗발처럼 들이쳤다. 녹화영상을 어디에 배포할 것이며, 어느 플랫폼에 업로드할 것이며,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지 계약서를 쓰고 얘기하면 모두들 없던 일로 하자고 말을 바꿨다. 녹화영상은 상호소통이 없어서 임기응변이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온라인으로 전환해서 성공적인 그림을 만들고 싶다는 곳도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성공적인 그림은 방송국에서나 가능한 모습이었다. 

온라인시스템이 기계화되었다고 해서, 어플에서 모든 걸 해준다고 해서, 그걸 작동하는 사람이 카메라 뒤에 서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다들 모든 걸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앞서 얘기한 기계와 기술이 필요 없이 몸을 비트는 것만으로 대부분 해결되는 인체의 신비를 이해하지 않을뿐더러, 화면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나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스텝들과 실감이 나는 영상을 찍기 위해 동상과 열사병, 근골격계 질환을 감수하는 제작자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에 올라 깃발을 꽂고 만세를 부를 때, 무거운 등짐을 지고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허술한 옷차림으로 걸어 올라가는 셰르파들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명 아니었을까.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려면 수많은 협업과 지난한 노동이 필요하다. 심심풀이로 했던 게임의 오류를 잡아내느라 밤을 새우다 죽어가는 개발자들의 이야기가 소리 없이 사라질 때, 콤마 하나 더 찍어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홈페이지 때문에 애먼 상담원에게 분풀이를 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이다. 기계나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는 종사자가 아닌 이상 다 알 필요도 없고 다 알 수도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변치 않은 단 한 가지 원리까지 무시하면 곤란하다. 2020년에 내가 접한 저 많은 황당한 질문은 모든 일을 사람이 해야 한다는 걸 무시한 태도였다. 4차 산업혁명으로 모든 일을 기계가 대체하게 된다는 게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기계화는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만이 숙련된 노동으로 기계를 조작하고, 기계가 고장날 경우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없는 관리자들만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만든다. 기계는 오류가 나기 마련이다. 기계는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같이 있어야 원활하게 작동하며 그 가치를 빛낼 수 있다.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를 깔고 내빈석이라는 글자를 출력해 종이에 붙이는 것만이 노동으로 보인 것일까. 촬영을 한 뒤 편집을 하고 업로드를 하는 것은 귀신이 하나? 

우리의 시공간을 연결해주는 작업은 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서 행사장에 앉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보이지 않는 타인의 노력만이 앉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덜 움직여도 되는 편리한 개인의 삶은 언제나 누군가의 노동을 깔고 앉아 있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편리하고 빠르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노동이 켜켜이 쌓여가는 소리다. 보이지 않는 노동은 귀신같이 일한다. 아무도 모르게, 소리도 없이 이름도 없이, 사용자가 고개를 들어봐도 몸을 일으켜도 보이지 않고,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인류가 처음 기계로 영상을 봤을 때, 귀신의 짓이라 했다. 우리는 여전히 그 노동들을 귀신으로 취급하며 2021년을 맞았다. 노동자는 이름이 있다. 그들의 노동은 귀신놀음이 아니다.

한국노동 기관지 노동과 희망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news.inochong.org/detail.php?number=2893&thread=22r07&fbclid=IwAR3LYyciM4Y2bev1LTRYcGohTPVsk6y6ywSKwcQBi12uh9bEOU5OT9BANP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