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다시 오면

1. 아침일찍 욕실공사를 맡은 업체 사장님이 와서 콜타르와 비슷한 방수액을 바르고 갔다.새벽까지 이제훈, 최우식, 박정민, 안재홍이 나오는 <사냥의 시간>을 절반정도 보다가 잤다. 첫 장면에 황폐해진 서울의 소공로가 나왔는데, 코로나로 인해 저 풍경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길 건너 목욕탕은 찜질방에 없어 한 번도 안 가봤다. 들어가니 매표소에 사람은 없고 무인발권기가 있었다. 아무리 코로나시대라도, 매일“좋은 날 다시 오면” 계속 읽기

광복절 이후의 창동역

7시 30분, 지하철역 플랫폼에는 지하철이 도착하면 열릴 문 앞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두 줄로 서 있었다. 모두들 서울로 가는 사람들일 거다. 이 지하철은 한강을 지나 강의 북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 열차가 도착했고, 나는 휴대폰 화면을 또릿하게 보고 있는 원피스 입은 아가씨 앞에 섰다. 지하철 안에서 누가 먼저 내릴 것인지 예측하고 싶었다. 내 모든“광복절 이후의 창동역” 계속 읽기

혀에 대한 이야기

지난 2주 정도, 페이스북 때문에 상당히 불쾌했던 것 중 하나는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자에 대한 사실이나 보도보다,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1 여러 가지 이야기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했으니까, 굳이 나까지 말을 보태고 싶지 않다. 폭로전, 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폭로전의 초기에는 정제하지 않는 포스팅도 올렸다. 그 이후에는 천천히 가라앉는 나를 봤다. 그리고 작년“혀에 대한 이야기” 계속 읽기

백반파는 빈대떡집

2시. 늦었다. 문을 빼꼼히 열고, 밥 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시간 맞춰 우루루 먹고 나가는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백반집에 오후 2시 넘어서 입장하는 건 결례다. ‘일하는 사람들도 쉬고, 저녁 장사 준비도 해야 되는데, 그래도 오후 3시는 아니니까, 아직 남은 게 있겠지.’ 하면서 쭈뼛대며 기웃댄다. 주인여자가 남자에게 “어떻게 해?”라고 묻는다. 남자가 들어오라고 해서 기뻐하며 자리에 앉았다.“백반파는 빈대떡집” 계속 읽기

롱안 쌀국수

시장 부근에 있는 롱안쌀국수 집은 베트남 이주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사장이다. 처음 그 집에 갔을 때는 여름이었다. 에어컨도 틀지 않은 매장에 사내 아이 둘이 의자에 누워 뒹굴다 내가 들어서자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옆에는 아이들의 책가방과 신발주머니가 있었다. 그 다음에 갔을 때는 어린 사내아이 하나와 할머니 한 분이 마주 앉아 뭘 먹고 있었다. 계산할“롱안 쌀국수” 계속 읽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설명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설명>> 1. 배경 1979년 10월 26일, 1961년부터 18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하인 김재규의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대통령이 죽고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시민들은 독재가 끝났으니 새로 대통령도 뽑고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해 겨울, 대통령을 죽인 범인을 잡겠다며 군인들이 나타났습니다. 군인들은 다음“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설명” 계속 읽기

본인 인증에 실패했습니다

시장 근처에 옛날통닭과 생맥주만 파는 집이 있다. 아이가 그 집 통닭이 제일 맛있다고 해서 가끔 가서 포장을 해 온다. 오늘은 통닭 두 개를 튀기고 지역화폐카드를 내밀었더니 통닭집 남자가 이거 어떻게 쓰느냐고 묻는다. 동사무소 가서 받아왔는데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여기 돈 들어오면 문자 오는거냐고 물었다. 나는 ‘앱을 까시고 통장을 연결하셔야 한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해서“본인 인증에 실패했습니다” 계속 읽기

[칼럼]집에가자 : 재택근무를 그만두며

한국노총 발행지 <노동과 희망>에 청탁을 받고 기고한 글입니다. 한국노총 노동과희망 바로 가기   어릴 적 상상했던 2020년에도 오늘의 풍경이 숨어있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화상회의와 화상전화교육, 팔다리가 가늘고 머리통만 커진 인간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없지만, 비대면 업무와 온라인학습은 뜻밖의 바이러스 때문에 앞당겨졌다. 강제 재택근무에 돌입한 사람들은 초반에는 가족들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더니, 거리두기 권고가 3주를 넘기자 집중력이“[칼럼]집에가자 : 재택근무를 그만두며” 계속 읽기

코로나19로 깨닫는것들, 중의 하나

1. 2020년 민주시민교육 학교 출강 문제로 이번주에 교사들과 이룸 각 팀장들이 전화통화를 했다. 개학이 연기된 마당에, 어제부터는 재 연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어서 학교현장은 당황을 넘어서 이제 지친 상태. 언제 개학을 할 지 모르겠는, 또는 개학을 해서도 뭐가 제대로 진행이 될지, 걱정밖에 없다.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곳도 있어서 통화를 하며 수업내용에 대해 의논도 하고“코로나19로 깨닫는것들, 중의 하나” 계속 읽기

코로나의 거리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구로 콜센터는 신도림동이라는데, 예식장과 스타벅스도 있는 건물인 모양이다. 지도를 열어보면, 신도림동 뿐 아니라 이 나라의 수도권은 모두 인구밀집지역이다. 신도시는 구역이 나눠진 네모반듯한 모양으로, 구도심은 들쭉날쭉 물길처럼 이리 저리 휘어져 있는 채로. 한때 지하철에는 푸시맨이라는 특정직군이 있었다. 미어터지는 출근길에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플랫폼에서 사람을 객차 안으로 밀어 넣는 ‘업무’를 맡은 사람들이“코로나의 거리”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