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민주학교의 탄생

민주시민교육을 전면에 내세워 실천하는 새로운 학교.
민주학교에 대한 새책이 나왔습니다.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삶과 배움이 꽃피는 공간이 과연 우리들의 학교에서 가능할지, 책을 쓰며 많이 토론하며 그 방향을 제시해봤습니다.

부산대 심성보교수, 서울대 정원규 교수 두 분이 이론적인 부분과 해외 사례를 제시하고, 김혜자, 허진만, 장경훈 현장교사가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전국 6개 사례지의 인터뷰를 진행해 정리하고 좌담회를 정리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의 한 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도움될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7906189
<민주학교의 탄생> / 심성보, 장경훈, 김혜자, 허진만, 정원규, 이하나 / 생각정원 펴냄

[새책]출간 소식

2020년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이 시대의 학교와 교육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는 주제로 청탁을 몇 건 받았습니다. 학교와 학교밖을 연결하는 일을 2014년부터 해왔고,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지원청, 교육부와의 업무협력을 해온 시민단체 책임자이며 전문 집필이 가능한 위치라는 것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대부분의 교육관련 담론은 전문영역의 연구자들이 말하기 마련이죠.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학교와 지역교육청을 둘러싼 우리들과 마을의 이야기입니다. 가장 처음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학교공동체의 역할’에 대한 원고를 썼고, 이 원고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민들레에서 만드는 계간 민들레에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글로 썼습니다.

민들레에서 펴낸 <함께 만드는 마을교육공동체> 민들레선집 3 에는 마을교육공동체의 현실과 방향을 고민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책에는 대안교육에서 공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의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필진들의 글이 같이 있습니다. http://aladin.kr/p/nyot5

계간 창비에 실렸던 글은 개고하여 학교 공동체와 마을교육의 유기적 결합에 대해 더 추가했습니다. 창비에서 나온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은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전문연구자들이 다수이고 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한 내용입니다. http://aladin.kr/p/iyOKQ

교육공동체 벗이 펴낸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코로나와 관련된 제 원고중 가장 마지막에 쓴 글입니다. 학교의 본질과 마을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을 담았습니다. http://aladin.kr/p/lyO1g

제가 쓴 글들은 어찌 보면 매우 원론적인 내용입니다. 학교는 지식의 전달체가 아니며 공동체를 살아갈 시민을 길러내는 곳이어야 합니다. 학교와 마을은, 정부와 시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협력하여 자본에 대응해야 합니다. 국가는 이전처럼 막강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적은 모두 자본에 깃들어 있습니다. 위기의 시절에 현장에서 느낀 내용을 외부에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특수한 상황이라 유일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같이 울고 웃으며 고민해왔던 동지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널리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모두들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방향은 함께 더 치열하게 논의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교육부는 새해에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세심한 정책으로 상처받은 교육공동체를 감싸 안길 바랍니다.

[강의]주민참여예산제 – 청소년위원회

코로나19로 여러 공적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수원시 주민참여예산제의 청소년위원회 강의는 비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참가학생들은 수원시온라인화상회의 시스템에 접속하고, 강사만 수원시청 온라인회의실에 도착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수원시는 주민참여예산제에 청소년위원회를 두어 정책을 제안하고 주민참여예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히응에서도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청소년위원회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민들의 저력이 더욱 빛나는 순간이 이어지는 만큼, 2020년 주민참여예산제 청소년위원회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청소년의 힘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라 적잖이 지루했을텐데 열심히 참여해주신 청소년위원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사진은 2019년 주민참여예산 청소년위원회 예산학교 장면입니다. 올해는 이런 장면을 볼 수 없었네요.

2020년 6월 6일

[강의]마을에서 같이 놀기

문화공동체 히응이 잘 하는 강의 중의 하나는, 마을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입니다. 각 단체나 공동체마다 마을에서 뭔가를 하고 싶은데,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강의를 요청해옵니다. 각 사업주체마다 소재를 정해놓고 문화공동체 히응과 구체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특강만 주어졌다면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초계획을 함께 짜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작년에 이어서 “평촌 청소년문화의 집”에서는 마을에서 세대공감을 이뤄내는 청소년활동을 기획했습니다. 2019년에는 큰 상도 받았다더군요. 올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청소년문화의집에 방문해 ZOOM으로 활동할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세대공감은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번에도 작년과 같이 청소년들이 노인정이나 경로당을 방문해 마을에서 함께 공감하며 다양한 활동을 기획할 예정입니다. 저는 노인들의 생애사 강의 경력을 활용해 노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례들을 공유하고, 인터뷰와 취재의 기본을 설명했습니다.

평촌동에서 마을어르신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만들어나갈 청소년들을 응원합니다.

2020년 5월 30일, 평촌청소년문화의 집 강의장면

[강의]환경정의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에서 수돗물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날 강사선생님들과 환경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교구재 개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환경전문가이거나, 환경운동가는 아닙니다만, 해왔던 몇 가지 작업중에 느끼게 된 환경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셔서 민주시민으로 환경정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건과 환경정의라는 단체에서 진행했던 청소년환경교육의 결과를 놓고 불평등한 사회적 조건에 의해 더욱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 환경문제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초대해주신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고맙습니다.

이번에 문화공동체 히응은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의 교구재도 함께 협의하며 개발할 계획입니다.

청계 달팽이 자연학교에서 진행한 환경운동연합 특강 모습

2020. 5.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설명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설명>>

1. 배경

1979년 10월 26일, 1961년부터 18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하인 김재규의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대통령이 죽고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시민들은 독재가 끝났으니 새로 대통령도 뽑고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해 겨울, 대통령을 죽인 범인을 잡겠다며 군인들이 나타났습니다. 군인들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취소해버렸습니다. 나라가 위험해졌다며 군인들이 시민들을 감시하고 경찰을 대신했습니다. 소장계급이었던 전두환이 대통령처럼 굴었습니다. 최규하 총리는 자리에서 쫓겨났고 전두환을 중심으로 군인들이 정부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군인들이 세상을 점령한 것입니다.

2. 왜 시작되었나?

1980년에 만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면 대통령후보로 나올 만한 정치인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김대중은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으로 박정희 대통령 때 정부에 반대하고 독재를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었습니다. 전두환과 군인들은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김종필과 시민들에게 존경받았던 김대중을 체포했고, 박정희를 반대했던 김영삼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거나 집안에 가둬버렸습니다.

옳은 소리를 해온 정치인들이 범죄자처럼 감옥에 갇혀버렸습니다. 민주주의를 바랐던 시민들의 실망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절망하지 않고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외쳤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대학생들이 먼저 시위에 나섰습니다. 현수막과 맨주먹으로 나선 학생들을 군인들이 마구 잡아갔습니다. 광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광주는 전라남도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 힘으로 정부를 제압한 전두환은 물러가라, 더 이상의 독재는 싫다고 소리높여 외쳤습니다.
전두환과 군인들은 인기가 높았던 김대중과 김대중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었습니다. 광주는 특히 김대중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시민들은 감옥에 갇힌 김대중을 석방하고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습니다.

3. 광주 민주화운동의 시작

5월 18일, 그동안 작은 시위를 이어가던 광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습니다. 바로 다음 날 5월 19일, 전두환과 군인들은 거칠고 사나운 부대를 만들어 광주에 보냈습니다. 군인들도 이유를 모르고 광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군인들의 대장은 전두환이었습니다. 광주에 가는 군인들에게 광주에 전쟁이 벌어졌고 나라를 무너뜨리려는 무리들이 숨어있으니 누구든지 눈에 띄면 잡아서 가두고 죽여도 된다고 지시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군인들은 정말 전쟁터에 온 것으로 생각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마구 때리고 죽였습니다. 무섭고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5월 21일부터는 시민들이 힘을 합쳐 경찰서에서 총을 꺼내고 버스와 트럭으로 길을 막고 군인들을 잠시 몰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더욱 뜨겁게 모이자 더 많은 군인들이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광주에 모여들었습니다. 군인들은 헬기에서 총을 쏘고 거리에서도 총을 쏘고 도망가는 시민들을 잡아 곤봉으로 마구 때렸습니다.
광주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혔습니다.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광주의 시민들은 섬이 되어버린 삶의 터전에서 군인들의 총탄에 쓰러지고 다쳤습니다.

광주의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나서서 주먹밥을 만들어 시위대에게 전달했습니다. 모두가 가족이고 하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이렇게 한 마음으로 힘을 합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대동사상, 대동정신이라고 부릅니다. 광주의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아끼고 지켰던 정신이 바로 대동정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광주의 시민들이 죄 지은 것도 없이 계속 죽어나가는 것도 모자라, 탱크까지 앞세워 시민들을 짓밟으려 했습니다. 광주의 시민들은 도청에 모여 광주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군인들은 헬기까지 동원해 도청을 공격했습니다. 이날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군인들이 광주에 몰려들어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람들 중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조리 잡아 가뒀습니다. 5월 27일이었습니다.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에서는 수백명이 넘는 사람이 죽고, 3천명 넘는 사람이 다쳤습니다. 죽은 사람들 중엔 청소년도 있었습니다. 이 열흘 동안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사람도 있습니다.

4. 518민주화운동의 이름이 생기기까지

그때 군인들에 의해 집안에 갇혔던 김영삼은 1993년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야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민주화운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은 1998년에 김영삼대통령에 이어서 우리나라 15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지, 여태까지도 518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전두환이 자기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죽이라고 했다는 증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두환은 사실이 아니라며 계속 발뺌하고 있습니다. 1980년 5월에 가족을 잃은 시민들이 모든 것을 기억한 채 살아있는데도 말입니다.

5. 우리의 할 일

이 끔찍하고 슬픈 사건은 1980년 전국을 뒤덮은 시민들의 열망, 민주주의를 원하는 움직임이었다는 뜻을 담아 지금은 “518민주화운동”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됩니다. 우리는 끝까지 비극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기억해주세요.
1980년 5월 18일, 광주는 바로 우리입니다.

 

작년에 써둔 것 보완해서 공유.

안양군포의왕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설명을 담을 전시물이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도 적당한 걸 찾지 못해,
글쟁이의 쓸모를 발휘해 봄.
사실 왜곡이 있나 계속 검토중.
자극적인 묘사는 하지 않으려고 애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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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왜 어려운가

4월 29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254회 공유가 된 글입니다.

하루종일 부글부글하다가 적는다.

 

1.

몇 년전, 발령 받은 지 얼마 안 된 젊은 여성 교사를 만났을 때였다.
자기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대놓고 아이들을 차별하는 나이 많은 남교사의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의 경제적 상황, 가정형편에 따라 차별을 하는데, 그이가 속한 학교는 수도권 대도시의 외곽지역으로, 빈곤층이 적지 않은 곳이었다. 젊은 교사는 그런 상황을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같은 학교에 선배교사들도 그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를 쳐다만 봤다. 가끔 이렇게 쳐다보기만 해도 많은 이야기들이 더 딸려나오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교사는,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 선배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니, 자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이야기를 빨리 끝내려고 했다. 젊은 교사가 말한 남교사는 때로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는데, 학교에서는 비난하면서도 아무도 그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교사가 그런 건 교육청에 고발을 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젊은 교사는 더욱 움츠러 들었다. 그가 내부고발자가 되지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교사는 학교내에서도 교육계에서도 인정받는 실력있고 경력도 많은 교사였다.

2.

내 아이가 4학년일 때의 담임교사는 교실 안에서 수시로 인권침해하고 아이들을 차별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는 1년의 절반을 우울하게 보냈고, 11월에 들어서는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해서 병가처리를 요청하고 일주일간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차별과 인권침해로 유명한 교사라고 했다. 어떤 엄마는 교사가 거의 아이를 괴롭히는 수준이라 전학 간 아이도 있다고 귀뜸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교실 안에서 “내가 00 이 때문에 못살겠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묻거나, 아이가 엎드려 있거나 반항하는 모습을 수업중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꺼내 학부모에게 전송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11월까지 버티다가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은 지 일주일이 되는 날 학교에 찾아갔다. 교장실을 경유해, 이러저러한 사유로 학교에 왔고 4학년 몇 반 교사를 만나고 내려와 교장선생님께 보고를 할테니 바쁘지 않으시면, 나를 기다려달라고 했다. 교장은 놀란 표정으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담임교사를 만나 녹음기를 틀어놓고 한 시간 정도 조목조목 따져가며 이야기를 했고, 교사는 심드렁한 말투로 “어머니, 그렇다면 제가 여태 잘못살았나보네요.”라고 했다. 나는 “제가 동네에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선생님은 교육관과 인생관 모두 잘못되신 분 맞습니다.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눈 똑바로 뜨고 말해주었다. 교사는 내 말을 듣고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덧붙여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강조하는 학생인권에 대해서 스스로 학습하지 못하셨으면 연수라도 신청해서 받으셨어야 한다. 그러나, 어린 아이를 둔 학부모인 내가 미리 아이를 단속하지 못한 책임도 적지 않다. 나도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담임교사는 내 아이를 불러 셋이 앉은 자리에서 화해를 시도했다. 이야기를 마친 다음 교장에게 내려와 사안을 전달했고, 그 교사는 인권교육을 더 받도록 지도해주고 개선되기 전에는 담임을 주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장은 내 얘기를 듣는 내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머리가 허연 교장은 평생 교직에 있으면서 문제를 일으킨 교사에게 직접 찾아와 정면에서 이야기 하는 학부모는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교장은 분명히 그 교사가 변할 거라고 나에게 말했지만, 교장은 개인사정으로 다음 해 학교를 떠났고, 그 교사는 또 4학년을 맡았다.

3.

학교를 곁에서 오래 지켜보면 알게되는 것들이 있다. 학교 내부자들이 절대 밖에 누설하지 않는 것들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나이와 경력이 많은 사람이 권력자가 된다. 그런 교사들이 선호하는 학년이 있다. 학부모총회에 가서 인사를 하는 각 학년별 교사들의 연령구성비를 보면 된다. 제일 선호하는 학년은 2학년이다. 아이들도 사람다운 꼴을 갖추고 학부모들도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하는 나이다. 유순하고 다루기 쉽다. 나이든 교사들이 1,2학년을 점령하는 이유는, 학부모 상대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앞에서 반말을 놓는 교사들도 많이 봤을 것이다. 6학년은 기피학년이다. 초임교사나, 젊은 교사들이 대부분 고학년을 맡는 이유다. N번방 사건으로 드러났듯이, 6학년 중엔 성착취 영상을 보는 아이도 있고, 교사에게 덤비는 아이들도 많다. 6학년 2학기가 되면, 아이들은 인생 다 산 것 같은 표정을 하고 교실에 앉아 있다.
나이가 권력인 교사들의 세계에서 젊은 교사는 선배들이 알곡을 빼먹고 남은 쭉정이를 갖는다. 과도한 업무나 골치 아픈 일들도 젊은 교사에게 몰린다.
또는, 그 학교에서 혁신을 주도하거나 상부에 인정을 받는 교사는 일 폭탄을 얻는 경우가 많다. 울면서 퇴근한다. 이런 사례들은 비민주적인 학교에서 심하게 드러난다. 만약에 당신이 초등학교 학부모인데, 학부모총회를 가서 봤을 때, 각 학년별 담임교사의 연령대가 분명하게 구분지어져 있다면, 그 학교는 비민주적인 구조라 봐도 된다. 교무부장이 2학년 1반 담임교사인 경우가 가장 많다. 무엇을 뜻하겠는가?
한 학년에 담임교사들의 나이가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다면, 또는 교무부장이나, 학년부장이 꽤 젊다면, 민주적인 학교로 봐도 된다. 그러나 한 학년에 반이 3개 이하라면, 여기서는 판별법이 없다.

4.

울산의 초등학교 남교사가 내부고발이 없었다는 이유로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보았다. 학교는 내부고발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학교는 가장 비민주적인 곳이며, 비민주적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모순 덩어리의 조직이다.

교육자가 되고 싶었던 청춘은 행정사무원으로 전락하고, 교육자가 실행하고자 하는 욕구를 행정실장이 가로막는다. 상부에서는 끊임없이 공문을 내려보내 교사를 길들이고, 교사들은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 학부모들의 학력이 높거나 경제적 형편이 좋은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똘똘해 학습진도를 빼는데 수월하지만, 학부모들의 민원이 발생하면 연구고 학습권이고 다 사라진다. 내부의 교사는, 행정도 잘 해야하고, 아이들도 잘 가르쳐야 하고, 인권의식도 높아야 하고, 친절하고 상냥하며, 차별도 하지 않고 공정해야 하고, 이제는 인터넷도 잘 다뤄야 한다.
언제는 PPT로 수업을 진행하라더니, 미디어노출이 심하다며 활동수업을 더 많이 하라고 강권하다가, 이제는 온라인수업을 해야 한다. 3-4년 단위로 교사들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 민원을 받아주는 방패는 없다.
게다가, 지금의 2-30대 교사들은 초엘리트로 자라왔다. 이들은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그런 유형의 아이를, 담임이 되어서 처음 만나본다. 교육청에서는 수석교사제를 둬서 교과과정 재구성을 돕고 교안 짜는 일에 대한 상담을 해준다더니 그 인원수도 줄여버렸다. 인권, 안전, 성평등, 이것도 모두 교사의 몫이다. “놀면서 월급 받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교사들도 가정이 있고,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가 있다. 그렇지만 철밥통이니까, 연금도 나오니까, 말 잘듣고 공부 잘 해서 좋은 직장 얻었으니까. 군소리 하면 욕만 먹는다. 정치적으로 의견을 피력해도 안 된다. 학교내에서는 민주화세대인 선배가 찍어 누르고, 전교1등에 임용고시 출신인 후배들이 치고 올라온다. 후배들은 게다가 외모도 출중하다.

교사들이 나약하다거나, 위기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평판이 왜 나오는지 이해한다. 하지만, 가까이서 봐온 내가 봤을 때 교사는 이제 완전히 3D업종이다. 급여체계와 복지, 연금제도가 없으면 어렵다. 그래도 좋은 직업 아니냐고 묻는다면, 초등학교에서 일주일 정도, 중학교에서 일주일 정도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만 머물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학교가 그렇게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이런 구조에서 내부고발이라니.
내부고발은 건강한 조직에서 가능하다. 학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울면서 퇴근하고, 자기 아이는 아픈데 병원에 못 데려가고 내 학급의 아이를 방치했다고 쌍욕을 먹는 일, 막상 자기 아이는 공교육에서 이탈했는데 꾸역꾸역 출근 하고, 교육보다 행정에 매진해야 할 때, 우울증에 걸리고도 티 내지 못하는 조직에서, 내부고발이 가능하겠는가.

이제 울산의 그 학교는 온라인 학습과 개학준비를 하는 것과 동시에, 문제를 일으킨 교사가 저질러놓은 일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을 여유도 없게 될 것이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진흙탕을 만든 게 아니다. 학교에 성직자가 근무하는 게 아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별의 별 인간 다 있듯,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로 학교도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 아이들이 평생 안고 가는 기억을 만들어주는 게 학교라면, 학교는 당연히 조금 더 철저해져야 한다. 그러면 그 철저한 검열, 건강한 내부조직은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는가? 숨죽이고 입 닥치는 구조에서는 언제든지 이런 일이 터질 수밖에 없다.
조직의 건강을 되찾아야 한다. 민주적인 조직은 때로 가장 안전한 장치이기도 하다. 가능하겠는가?

내가 만나본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든 건 없다, 힘들어도 그 정도는 괜찮다. 아이들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그럼 뭐가 문제겠는가?

2020년 4월 29일

 

 

공부 잘하면

아들이 물었다.
공부 잘 하면 뭐해? 공부 잘 하면 좋은 대학 가겠지? 좋은 대학 가면 뭐해? 좋은 직장 가겠지? 그러다 짤리겠지? 그리고 치킨집 하겠지? 그게 다 아냐?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공부를 잘 하면
편히 살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니가 어느 사회에서 살던
그 소속된 집단에서 상층부로 간다는 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는 걸 말해.

주머니에 돈이 있는데
내가 오늘은 삼각김밥을 먹고 싶어서 삼각김밥을 먹는 것과
정말 오늘의 식비가 3천원이라 삼각김밥밖에 못 먹는 건 다른 거잖아.

니가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실력을 갖추고 능력도 있으면
니가 일을 하기 싫어서 안 해도 되고
직장을 다니기 싫어서 안 다녀도 되지만

갈 수 있는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자격조건조차 안되는 것과 다르단 말이야.

그건 공부를 잘 한다고 되는 건 아닐 수도 있어. 공부를 잘 하면 매사에 유리한 어른이 돼.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니가 졸업하고 세상에 나오면
니가 생전 보도듣도 못한 개쓰레기같은 인간들이 네 앞길을 막고, 니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펼쳐지고, 니가 계산하지 못한 위기가 나타나.

그런데 학교에서 낯선 수학문제, 과학문제 풀면서 머리 싸매는 그게, 훈련이야. 세상에 나가서 생전 처음 보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미리 생각하는 법을 연습하는 거라고.
영어도 마찬가지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잖아.
니가 어른이 되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개소리를 한국말로 떠드는 인간들이 니 앞에 나타나. 그런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물리치느냐. 그래서 외국어를 배우면서 훈련하는거야. 그 훈련에 익숙해지면, 세상을 돌파할 능력을 자꾸 연습하는거지

그래서 점수만 잘 받는 건 중요하지 않아.
니가 머리 싸매면서, 아 미치겠다 하고 풀어가는 그때, 니 능력이 레벨 업 되는거야.

그러니까 중요한 건.
점수가 아니라
짜증난다고 때려치지 않는거야.
물고 늘어져야 아이템을 얻어.

 

2020. 4. 13.

아이들은 숨을 곳이 없다

아이들을 만나다보면 전반적으로 죄책감이 뿌리깊게 퍼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오늘 4학년 미디어수업에서 새로 바뀐 유튜브 스트리밍 정책을 말하며, 왜 14세 미만 어린이들은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을까? 물었다.

아이들은

“애들이라 뭘 모르니까요.”

“쓸데없는 거 하니까요.” 라고 대답했다.

이런 반응은 작년 출간한 <포기하지 않아, 지구>를 쓰기 위해 취재를 했을 때도 느낀 거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학교로 가는 지름길이 차단당하자 아이들은 ‘자기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남의 아파트를 더럽혀서’ 응분의 벌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쓰레기 버리지 말기’ 캠페인을 벌였다.

내가 만난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이런 식이었다.

매년 500명에서 1천명의 어린이들을 수업을 통해 만난다. 올해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하면 1천 5백명 정도를 수업을 통해 만날 것 같다. 세어 놓고 보니 엄청난 숫자다. 지난 2013년동안 내가 만난 어린이들은 몇 명일까. 아무리 적게 잡아도 3천명은 될 거 같다. 3천 여명의 죄책감은 나를 짓누른다.

우리가 뭘 잘못해서.

우리는 잘 못하니까.

우리는 떠드니까.

우리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니까.

우리는 말을 안 들으니까.

14세 미만 아동이 방송규정이 생긴 건 소아성애범죄 탓이 크다. 아이들이 통학로를 돌아가게 된 것은 어른들의 쓸데없는 이기주의 때문이었다. 술 먹고 담배꽁초 버리고 오줌싸는 어른들이 더 많지, 아이들이 버리는 과자 껍질 몇 개는 비할 게 아니다.

오늘 아이들은 14세 미만 촉법소년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건 신문에 날 정도의 빈도다. 고의적으로 세입자의 전세금을 떼어먹는 부동산 사기꾼은 방송을 타고 그를 바라보며 동경하고,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 건 어른들의 대부분이다. 자기 감정을 실어 아이들을 억압하고 윽박지르고 ‘다 너희가 잘못하니까.’라고 덮어 씌우는 것도 어른들이 잘 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고민할 때, 되물은 것은 어떻게 말을 안 듣느냐는 거다. 누굴 때렸나? 사람을 찔렀나? 동물을 괴롭히나?

기껏해야 이 안 닦고, 벗어놓은 옷 정리를 안 하고, 숙제를 안 하고, 게임하느라 정신이 팔려 과자를 흘리는 정도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사회가 자신들을 억압할 때 “우리가 잘못하니까.”라고 구속과 억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너희는 미숙하니까,

너희는 뭘 모르니까,

너희는 잘못하니까,

너희는 떠들고 지저분하니까.

아이들은 당연히

미숙하고, 뭘 몰라야 하고, 잘 못하는 게 많고, 떠들어야 하고, 지나치게 청결하지 않아야 한다. 쓸데없는 소리를 해야 언어가 발달하고 잘 못하는 게 많아야 배운다. 뭘 몰라야 궁금해지고 더러 코딱지도 먹어야 사회적 매너를 배운다.

생각해보면

늘 그랬던 것 같다.

어른이라는 것들은 그저 나이만 처먹은 게 전부이고, 나이가 벼슬일 뿐인데 아이 때 맘껏 하지 못한 못된 짓을 머리 굵어졌다고 더 지능적으로 하고, 아이 때 맘껏 하지 못한 더러운 짓을 숨어서 한다.

규칙을 어겨도 된다는 걸 알아버려서, 어떻게 하면 잡히지 않을까 골몰하고, 들키지 않게 타인을 괴롭히는 일에 익숙해진 어른이란 존재들이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라는 게 “너희가 잘못해서.”인가.

아이가 자유의지로 성관계를 동의했다 하고, 아이의 몸이 커서 성인인 줄 알았다고 하고, 아이가, 아이가, 아이가 따라갔으니 피해자라 말할 수 없다는 그 더러운 어른들이, 결국 너희는 괴롭힐 노리개가 필요한건가.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로 소아성애자의 타겟이 되는 어린이들에게, 그래도 “너희가 잘못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빌어먹을 세상에 더러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이 나라에 아이들이 숨 쉴 곳은 없으니까.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맞다.

고등학교의 봄

모 고등학교 미디어언론관련 동아리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10차시 강의라 계약이 필요하다고 해서 학교를 방문했다. 곱게 화장을 한 다른 강사 세 명이 담당교사와 얘기중이었다.
순간, 아 나는 대체 뭔 배짱으로 이렇게 이불에서 나온 모습 그대로 사회를 헤매고 다니는가, 너무 염치가 없는 것인가 뜨끔했다.

진로코칭과 코딩, 역사관련 전문강사샘들인 거 같았다. 학교 방과후 강의나 진로교육 강의를 많이 다니는 경력자들 같았다. 코딩샘은 학교 컴퓨터 사양이나 와이파이 상태를 걱정했고 역사샘은 진로코칭 강의도 다니는 모양이었다.
관점이 약간 다르다고 느낀게, 고1때 이 부분을 점검해줘야 2학년때 어렵다고 느끼지 않는다. 는 문장을 들어서였다. 이 분은 교과진도와 아이들의 입시에 나보다 해박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로코칭 강사는 당연히 진로보다 진학에 더 밝은 경우가 많은데 애초 자기가 아이들에게 꿈과희망을 얘기하면서 시작하더라도 정작 학교나 학부모가 원하는 진로교육은 진학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름을 바꾸는 게 맞을텐데, 진학 역시 진로의 한 부분이라 그렇게 쉽게들 바꾸지 않는가보다.

담당선생님이 계약서와 개인정보이용동의서를 챙겨오고 참가하는 아이들의 출석부를 넘겨주느라 몇 분을 앉아 있었고 마침 부장교사가 합석을 해서 강사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 고등학교는 진학지도가 어느 정도로 되고 있다는 내용을 서로 공유하면서, 지금 내가 앉은 이 학교는, 자사고를 떨어진 아이들이 오게 되는 1순위 학교이기 때문에, 3월 한 달동안 1학년 애들의 절반이 울고 다닌다는 거였다. 위치가 좀 외져서 같은 안양권에서도 대중교통으로 다니려면 차를 두 번은 갈아타야 하니 다니기도 힘든데, 자기가 원하는 고등학교를 못 갔다는 서러움이 더해져, 3월 내내 침울한 분위기로 학교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엄마가 매일 데려다주면 괜찮은데.” 라고 말했고 그 문장이 머릿속에 남았다.

ㅅ 고등학교는 자사고니까 내신이 너무 높아서 에지간히 해서는 내신도 안 나오니 수시로 가기도 어렵고, 그렇다면 애들이 정시지원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정시는 N수생들과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지 않느냐, 밥 먹고 앉아서 문제만 푸는 애들과 고3이 어떻게 경쟁을 하느냐, 그렇다면 ㅅ 고등학교의 전략이 잘못된 거 아니냐, 입학사정관제로 돌려서 아이들이 어떻게든 학교를 가게끔 전략을 짜야 하는데 그 학교는 교사들이 전혀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

나는,
낄 수 없는 자리에 좌불안석으로 앉아 있었고 계약서에 도장을 다 찍은 다음 다 끝났으면 먼저 일어나겠다며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학교 앞에는 아름다운 개천이 있고 교정도 널직하고 건물도 좋았다. 1층 현관에는 무대도 있고 급식을 먹을 식당도 따로 있었다.

낙오한 아이들이 모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봄을 맞이한다니, 1학년 입학 때 수학 두 바퀴 반 돌고 가야 한다는 말이 이거였나. 대체 나는 왜 여기서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지. 내가 말하는 민주시민교육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모두들 끊임없이 좌절하며 늙어가는데 저항할 수 없는 체제에 아이들을 몰아넣고 완전히 방치해버린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나. 너희들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저항해야 한다고, 권리를 주장하고 타인을 배려하라고?

무력하다.
학교는 복도 곳곳이 좌절이다.

강사료 얘기는. 하나마나다. 맨날 반복되는 얘기 해봤자 뭐하나.

 

2019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