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구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여 2020년 본격적으로 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를 시작합니다. SNS채널을 보유해 지역내 소통을 꾀하고, 이 페이지에서는 각 시민사회단체의 민주시민교육 소식을 전합니다. SNS채널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소식을 전하길 원하는 분들은 allmytown@gmail.com 으로 연락주세요.
안양군포의왕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시민교육위원회에서 간사를 맡고 있습니다.
이번 시민참여 모니터링에서 선발된 우수의원은 1위 곽동윤 (보사환경위원회), 2위 장명희 (총무경제위원회), 3위 음경택 (도시건설위원회)입니다. 각 위원회별로는 총무경제위원회 장명희, 김도현, 도시건설위원회 음경택, 이동훈, 보사환경위원회 곽동윤, 김정중, 의회운영위원회 곽동윤, 채진기 의원이 선발되었습니다.
2021년에도 안양과천교육지원청과 함께 하는 “찾아가는 넘나들기 시민교육” 학교 신청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팬데믹에도 불구하고 344개학급이 신청하였으며, 그 중 다섯 개 학교가 2+4 프로젝트를 신청해, 시민단체가 2회 4차시 수업을 진행하고 담당교사가 1회 2차시를 진행하는 연계활동을 시범적으로 시작합니다. 인권, 노동인권, 공정무역에 관한 수업을 준비하게되었습니다.
이룸의 올해 출강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권 – 90여개 학급
공정무역과 사회적경제 – 80여개 학급
평화감수성과 평화통일 – 80여개 학급
다양성, 젠더 – 60여개 학급
미디어 – 30여개
노동인권 – 10여개로 여섯 개 팀이 2021년 1년에 걸쳐 안양과 과천 지역의 초중고등학교에 출강합니다.
2015년 총 120만원 예산으로 12개 학급 출강했던 이룸의 민주시민교육이 6년차를 맞아 37배 성장했습니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의 꾸준하고 든든한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2020년부터는 안양시청과 과천시청에서도 일부 예산을 추가반영해주어 더 많은 학생들이 민주시민교육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올 한해 이룸은 총 1만여명의 학생들을 만나게 됩니다. 안양과 과천에서는 인생의 한 시기, 지역의 활동가들과 민주시민교육을 고민한 적 있다는 것이 이룸에게 큰 보람이 됩니다. 시민의 힘으로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강사팀에게도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비롯해 일반시민대상의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 공동체는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상선: 지역에서 여러 민주시민교육을 많이 하고 있는데, 관련한 내용들을 길게 보고 논의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의 공모사업에 선정이 됐습니다. 여기서 나눠 주신 얘기들을 녹취하고 정리해서 12월 15일에 종합토론회를 열려고 합니다. 그때 참석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전에 드린 질문지는 다른 분야의 FGI 질문지와도 내용이 비슷합니다. 다만 오늘은 노동 전문가 분들을 특별히 모셨기 때문에 노동 분야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현재 각 단체나 기관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계신가요? 어떤 교육을 시행했고 어떤 성과를 거뒀다고 보시는지요. 현황도 곁들여서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한수: 민주노총에서는 일반 시민 대상 강연을 정례적으로 하지 않고요, 아주 가끔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합원 대상 교육을 할 때가 많아요. 최근에 한세대에서 조합이 만들어져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좌를 진행하고 있어요. 무엇이 올바른 조합 활동인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가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음 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6월 말까지는 지역 내에서 역세권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시민 대상 캠페인이죠. 조그마한 수첩을 나눠 드려요. ‘노동자 권리수첩’이라고 해서 근로기준법, 임금 계산법, 부당노동행위 대처법을 담은 작은 소책자입니다.
최은식: 한국노총에서도 매년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합니다. 산별 교육도 진행하고요. 시민 대상으로는 1년에 한두 번 대중 강좌를 엽니다.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는 것인데 사실상 인문강좌예요. 안양과 군포가 만든 협의회에 한국노총이 참여해서 기초고용질서 지키기 캠페인, 감정노동자 존중 캠페인도 분기별로 진행 중이고요. 법이나 조합 활동에 대한 교육은 꾸준히 이루어지는데 더 기본적인 인권, 민주주의 등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에요.
김상봉: 안양군포의왕 비정규직센터에서도 강의를 많이 하고요. 경기도 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도 센터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계획한다든지 교재를 개발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요. 경기도교육청에서 발간한 노동인권 교과서 집필에도 저와 사무국장이 1년간 관여했습니다. 서울에서도 활동 중인데, 강서구 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일하면서 노동인권, 노동조합에 대한 강의를 합니다.
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려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정치, 경제의 판세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이 노동자성을 확보할 때 조직력이 강화된다고 봐요.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교육활동을 해 왔습니다.
성과는 제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네요. 개개인의 삶이 바뀌는 것이 성과일 텐데 제가 일일이 들여다볼 형편이 못 되니까요.
이상선: 평가 결과를 측정하는 지표가 없나요?
김상봉: 강의 뒤에 설문지 작성을 부탁해서 받아 보기는 하지만 질문 수가 많지 않아요. 강의 후에 참여하신 분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열망은 있어요. 그런데 어디에 가서 어떤 자문을 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꾸준히 공부하고 삶을 바꿀 수 있는지, 누구와 이런 얘기를 해야 할지를 잘 몰라요. 그 점이 한계인 것 같습니다.
이상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의 경우에 수강생을 어떻게 모집하세요?
김상봉: 강서구에서는 한 번에 3~4시간씩 15강~20강을 진행합니다. 철학, 역사, 자본주의, 경제, 노동조합을 얘기해요. 노동만 들어가면 지자체에서도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렇게 전반적으로 구성하니까 깊이 있는 교양 강좌로 봐 주는 것 같습니다. 지원하는 분들은 소속되어 있는 단체나 지역 기관의 홍보를 보고 오시는 거예요. 우리 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간다는 고민들은 많이 하시니까요.
이상선: 일반 시민 대상으로 그런 교육을 하면 딱딱하고 어렵게 느끼실 것 같아서 여쭤봤어요. 강의 방법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수 있겠죠. 청소년 대상 교육은 학교에 직접 가서 하시나요? 교장선생님이 거부하시는 일은 없는지 궁금하네요.
김상봉: 3년 전부터 경기도에서 공식적으로 민주시민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서 학교에 직접 가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간혹 불편해하시는 교장선생님을 대할 때도 있어요. 아이들한테 의식화교육을 하지 말라는 거죠. 인권교육을 지나치게 받은 아이들은 나중에 직장에 들어갔을 때 문제를 일으킨다는 거예요. 직장에서 항의가 들어온다면서 반대하세요. 그런 경우가 적지 않아요.
김재근: 저는 청소년 노동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공인노무사회에서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하는 청소년 권익센터에서도 세 가지 정도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서울, 강원도, 경상도 등의 지역에서 ‘찾아가는 노동권익교육’을 실시하고 있고요. 30세까지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권익구제 활동을 합니다. 올해는 서너 명 정도를 권익구제한 상태예요. 마지막으로는 매달 청소년들을 상대로 권익 관련 캠페인을 벌입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요.
일을 하다 보면 권익구제가 본인의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을 꽤 많이 만나요. 단체에서 나에게 해 줘야 할 일이라고 요구만 하는 거죠. 노동교육과 시민교육이 병행되지 못해서 생긴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봐요.
이상선: 각급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건가요?
김상봉: 경기도의 경우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의무교육화되었고요.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단위로 신청을 합니다. 중학교의 신청이 더 많아요.
김재근: 특성화고교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아이들의 인식 정도를 살펴 보면 주휴수당에 대한 인식 정도는 거의 90%예요. 매년 설정되는 최저임금에 대한 사항도 상당히 잘 알고 있어요.
이상선: 학생들 대상으로 수업하기 어렵죠?
김재근: 교과서가 잘 만들어져 있어요. 인권감수성, 최저임금에 대한 문제를 깊이 다뤘고 인간답게 살려면 어떤 인품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까지 나와요.
김상봉: 이런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장학사가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교과서 사용이 의무는 아니고 권장사항인데, 내용이 좋죠.
이상선: 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상봉: 노동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요. 개개인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죠. 현실적으로는 개인의 삶이 망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각자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갖추어야 해요. 노동자들이 인식 변화로 일상을 바꾸고 삶을 바꿔야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밖에서는 구호를 외치지만 집에서는 권위적이라면 이율배반이잖아요. 하나하나 바뀌어야죠. 그러니 노동 분야에 있어서 민주시민교육이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은식: 생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활동이 노동이잖아요. 그 현장이 아직 민주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예요. 많은 직장의 의사소통이 상명하복이죠. 권위와 경력을 등에 업고 일방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민주주의가 내면화되어 있지 않은 거예요.
노동조합만 봐도 그래요. 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만든 조직인데, 정작 조합이 민주적으로 돌아가지 않거든요. 왜 만들었는지, 왜 활동하는지 기본을 자꾸 놓치면서 움직여요. 다시 기초부터 단단히 자리잡도록 해야 경제민주화, 정치민주화까지 제대로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사실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국민소득 3만 불 시대가 왔는데요.
김재근: 강의에 나설 때마다 처음 꺼내는 얘기가 노동조합에 속한 사람들이 2천만 명이라는 얘기예요.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노동법에 얽혀 있는 셈이죠. 그런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잘 몰라요. 두 번째로는 질문을 해요. 18~19세 고등학생들에게 앞으로 몇 년이나 일할 수 있을 것 같느냐고 물어 보죠. 40년~50년이라고들 대답해요. 하루에 8시간 일한다지만 실질 노동시간은 10시간쯤 되죠. 어마어마한 시간이에요.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노동에 대한 교육을 잘 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상담을 받아 보면 임금, 근로시간에 대한 고민이 대다수였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 문제의 비중이 크지만, 이제는 다른 얘기도 많이 나와요. 휴게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있다, 사장이 싫어 회사를 못 다니겠다. 이런 부분까지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공유하는 것이 곧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노동이라기보다는 거의 인생의 문제죠.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니까요.
김한수: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죠. 현재 노동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앞으로 노동을 하게 될 사람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해결해야 할 일이에요.
이상선: 이번에는 시민들이 원하는 노동교육의 내용과 방식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시민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 포커스를 맞춰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한수: 교육 대상을 설정할 때 일반 시민과 조합원을 구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모두에게 필요한 얘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조직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강의에 참석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생활에 치이니 강좌를 열어도 참석율이 높지 않죠. 고민이 많아요. 가능한 출퇴근 시간 내에 알리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에요. 제도화된 학교 교육 프로그램은 그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이상선: 말씀하신 출퇴근 시에 알리는 방법이란 앞서 말씀하신 노동자 권리수첩을 배부하는 것이죠?
김한수: 예.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려면 노동조합 가입여부에 상관없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제도화가 불가능합니다.
이상선: 수업 형태는 대부분 강의식이죠? 토론도 이루어지나요?
최은식: 토론형 수업도 가끔 하지만 흔한 형태는 아니에요.
김상봉: 저는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른다고 봐요. 선도하는 사람들이 샘플이라도 만들어서 제시를 해 줄 필요가 있어요. 강의식 방법은 구태의연하다, 소그룹 토론이나 놀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듣는데 형식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강의를 통해 무엇을 얻는지가 중요하죠. 목표를 상실한 강의에 놀이 형식을 도입하면 그저 노는 시간이 되어 버릴 위험이 있어요. 이런 자리를 통해 민주시민교육에 있어 필요한 부분을 도출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은식: 수강생으로서 수많은 강연을 들어 본 결과, 강연은 더 이상 좋은 수업 방법이 못 되는 것 같아요. 발화자의 공통적인 태도가 ‘내가 너희를 구원하리라.’거든요. 요즘 사람들은 그런 태도에 대한 거부감이 있더라고요. 저는 강연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강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스페인에는 ‘포데모스’라는 정당이 있어요. 온라인 기반이고 게시판을 통해 운영돼요. 사람들이 논의에 많이 참여하는 이슈가 상위로 올라가는 시스템이에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잖아요. 세상이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문제에 대해 서로 얘기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전 세계에서 인터넷 망이 가장 발달한 나라인데도 웹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너무 부족해요.
이상선: 저희가 이번 사업 제안서에 그 부분을 넣었어요. 웹을 통해 시민들에게 논의 내용을 공유해 보자는 거죠. 시민들을 온라인 채널로 유입시키자는 거예요.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에서도 이 문제를 고민하더라고요. 저희한테 대단히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했어요. 쉽지는 않겠죠. 접속자들에게는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정보를 주고, 각 단위의 소식을 취합해서 알리기도 하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어요.
최은식: 자료를 올리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어요. 그건 일방적인 통보나 다름없어요.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김재근: 청소년 직장체험캠프에 가 본 적이 있는데, 부스가 100개쯤 있었어요. 노동 분야가 가장 썰렁할 줄 알았더니 노동 부스에만 300명이 넘게 다녀갔다는 거예요. 프로그램이 다채롭더라고요. 펀치 기계가 있어서 정답을 맞히면 문화상품권을 주는 곳도 있었어요. 웹 플랫폼에 그런 아이디어를 넣을 수도 있을 거예요.
오프라인 교육에서는 강의 형식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봐요. 특히 아예 지식이 부족한 분야에서는요. 강의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강의 시간이 세 시간이라면 한 시간은 강사가 내용을 전달하고 나머지 두 시간은 역할극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례를 만들어서 극화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서로 얘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한수: 시내버스 정류장에 버스 도착정보안내 스크린이 있잖아요. 그 스크린에 몇 자씩 띄워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몇 개 시에 실제로 해 보기도 했거든요. 잘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초에는 개그맨, 노무사, 변호사, 현장 간부가 출연하는 30분짜리 영상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계속 올렸어요. 질문에 답변도 하고, 사례 설명도 했죠. 현장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답았어요. 버스 정류장에서 길게는 몇십 분도 기다리잖아요. 퇴근하는 사람들에게 강의 들으러 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짧게나마 도움 되는 이야기들을 일상적으로 전달해 주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김재근: 저는 경기도 내 대학교 커리큘럼에도 노동인권 교육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전체에는 무리라면 경영학과나 사회학과 쪽에라도요. 그런데 기업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요. 특강 정도로는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은식: 외국 사례를 보면,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협상’이 들어간다고 해요. 한쪽은 회사 측, 한쪽은 노조 측의 입장이 되어 몇 시간 동안 모의 토론을 해 보는 거죠. 정규 교과과정에 이 내용이 들어가 있어요. 그 정도 수준까지 가야 해요. 실제로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첨예한 입장 차이를 직접 겪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해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동영상을 보고, 팟캐스트를 듣고, 스마트폰을 계속 보고 있어요. 그런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어요. 좋은 콘텐츠를 가공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출퇴근 시간에 잠깐 동영상을 보고 팟캐스트를 듣는 정도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김상봉: <송곳>이라는 드라마가 인기 있었잖습니까. 노동상담소장이 나와서 인기를 끌었죠. 당시의 열풍이 재미있었어요. 비정규 노동자가 종일 힘들게 일하고는 집에 와서 드라마를 보는 거예요. 저렇게 해야 한다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그리고 다음날 다시 비정규 노동자로서 출근하는 거죠. 노동 분야에서도 원작 웹툰을 자료로 많이 활용하던데, 저는 그런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잠깐의 대리만족만 있을 뿐이고 현실은 똑같잖아요.
어떤 면에서 우리 사회는 1970년대보다도 못해요. 그때엔 강력한 군사독재에 맞서서 몸으로 싸웠지만 이제는 세련된 싸움을 해야 한다고 하죠. 그럴 수가 없어요. 적이 세련된 상태가 아니니까요. 우리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보는 시각부터가 문제예요. 프랑스 모델을 도입하기에는 일러요. 정규 수업시간에 왜 인권을 가르치지 못하게 합니까.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노조 탄압부터 막았으면 좋겠어요. 지자체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지원사업을 해야 해요. 그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거든요.
물에 빠진 사람들은 일단 건져야 해요. 무식해 보이더라도 확실한 교육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단 대상화하지 않고, 같이 고민하는 동지로서 활동해야겠죠. 결론은 일단 공부부터 하자는 것입니다.
김한수: 강의식 교육을 실제로 해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니까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거예요.
김재근: 한 교수님과 그런 얘기를 나눴어요. 노동조합의 수를 늘려야 한다. 전체 노동자의 20%가 조합에 가입되는 수준까지 가야 노사정 대타협 같은 자리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거예요. 대선 공약으로 내 주면 좋겠지만 그런 문구를 걸면 위험하겠죠.
이상선: 강의식 수업에 대한 피로감이 있어요. 시민사회에서 여는 강의 계획표를 보면 엄청 훌륭한 강사분들을 모셔 오거든요. 그래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니까 매번 전화를 돌려요. 나온 사람들은 억지로 두세 시간 앉아 있는 거죠. 저희만 해도 깨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는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상봉: 우리가 너무 결말을 빨리 보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는데도요. 길게 보면 우리는 계주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거죠. 골인을 하려니 마음이 급해져서 10년 전에 했던 고민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 구간에서 어떤 징검다리를 놓을지를 고민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김재근: 주민자치센터 같은 곳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접근이 쉬우니까요.
최은식: 주민자치센터 혁신이 대통령 공약이었어요. 예산도 260억 신청했는데 자한당이 다 깎아 버려서 없어졌죠. 저는 민방위에서 노동 강의를 하면 좋겠어요. 교육과정에 정식으로 넣었으면 해요. 설령 듣는 사람들이 졸더라도요.
주민자치위원을 한 번 해 봤는데, 이런 단체들에 민주시민교육이 정말 필요해요. 주민자치위원회는 사실상 지역 유지들의 모임이라고 봐야 하거든요. 20년 이상 위원으로 계시는 분들도 있어요. 내부의 의사결정구조도 자연히 일방적이에요. 이런 교육을 싫어하실 텐데,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합니다.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을 조금 바꿨으면 좋겠어요. 거주자, 활동가, 자영업자를 1/3씩 넣는 거죠. 이미 계시는 분들더러 나가 주십사 할 수는 없으니, 활동가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싶어요.
김재근: 대학생들에게 비정규직에 대해 강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거든요. 경영학과 학생의 요청이었어요. 숙제를 해야 한다면서요.
최은식: 저희 사무실에도 경영학과 학생이 찾아와서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김재근: 그럴 바에야 아예 정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들어가면 좋을 텐데요.
이상선: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또, 어떤 식으로 요구해야 할까요? 지자체에 평생교육센터가 있으니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경기도에서 예산을 많이 투자하고 있거든요. 민주시민조례가 만들어진 곳에서는 그에 기초해서 요청할 수도 있겠죠. 사업장 대표에게 노동교육을 의무화하는 건 불가능할까요?
최은식: 성평등교육은 의무예요. 1년에 한 번은 꼭 받아야 해요. 법으로 규정하면 간단할 텐데 강력하게 반대하겠죠.
김상봉: 광명시는 시청과 시 산하기관 전 임직원이 인권교육을 의무로 받아요. 그 안에 노동 분야도 포함되어 있어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실효성이 있죠.
최은식: 맞아요. 정책을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들이니까.
김재근: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어요. 법적 의무교육이 몇 가지 있거든요. 개인정보보호, 장애인 인식, 안전. 그에 노동교육을 더하는 거죠. 추가적으로 하나 정도는 더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런 교육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에는 시에서 가점을 줄 수도 있죠.
최은식: 주민센터에서부터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가장 작은 단위의 공공기관이고, 일종의 공공재잖아요. 주민센터마다 교육 공간이 다 있어요. 라인댄스, 에어로빅, 노래교실 같은 강좌가 운영되고 있죠. 예전부터 이곳을 이용해 온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터주대감들의 사유지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체육관도 배드민턴 협회가 점유하다시피 쓰고 있잖아요. 이런 공간부터 시민들 몫으로 돌리는 작업이 필요해요. 그 안에 민주시민교육을 넣을 수 있다면 아래에서부터 위로 번져 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선: 민간조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요. 네트워크가 없지는 않지만 여러 분야를 포괄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네트워크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활성화를 위한 제언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재근: 느슨한 연대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이루어지는 비슷한 활동들을 보면 같이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외부에서 강사를 힘들여 모시는 것도 좋지만 내부에서 육성한 강사를 통해 역량을 키워 나가는 활동도 필요하잖아요. 지원비를 가지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데,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
이상선: 일단 이번 FGI에서 나온 제안을 정리해 각 단체에 공유할 생각이에요. 내년도 사업에 참고해 주십사 하고요. 강제를 할 수는 없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수준 높은 정책토론회를 진행하면 좋겠다는 분들도 있고, 플랫폼을 구축했으면 한다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각 단위에서 교육 활동을 원활히 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되 단위들을 모두 모아 주기를 바라는 의견들이 있더라고요.
최은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앞으로 단위들을 묶는 역할을 하실 계획인가요?
이상선: 쉽지 않을 텐데, 일단은 일련의 프로그램이나 강의 계획안을 서로 교환하면서 조정하는 회의 정도를 주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김상봉: 민주시민교육의 어떤 분야의 강사분이든 결국 다른 분야의 공부도 하셔야 해요. 서로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정말 열심히 스터디해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이상선: 교육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일은 시민사회 전체의 연대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이번 계기로 한 번 얘기를 묶어 보고 정리해 보는 일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혹시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김재근: 최근에 서울에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예술가들을 만났어요. 독서토론회를 꾸준히 열고 있더라고요. 워낙 작은 조직이라 큰 지원은 받지 못하고, 30만 원을 받았어요. 간식비인 거죠. 그 지원금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거예요. 예술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사회가 선진 사회일 텐데, 보고 있자니 안타까웠어요. 안양에도 혹시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발굴해서 시민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도 해 주고요.
최은식: 저는 요즘 기초단위 지자체가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려면 그분들과 마주보고 얘기할 일이 적지 않은데, 그분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에게는 정말 많은 공공재가 있지만 충분히 누리고 있지 못해요. 공간도 있고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면 공간과 사람이 모두 부족한 거예요. 지자체의 담당자들이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한수: 노동 문제를 열어 놓고 처음 토론해 보네요. 새로운 내용도 있고, 고무적인 얘기들도 들었습니다. 공론화 자체가 큰 성과라고 보고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더 바란다면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작은 성과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같이 진행하고 그 성과를 공유했으면 해요.
김상봉: 논의의 시발점이 되는 좋은 자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 번씩이라도 더 만나서 지역사회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힘차게 사업 진행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박은호: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에서 민주시민교육지원센터를 설치했죠. 민주시민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이 운영위원회로 참여하고 있어요. 작년 하반기부터 관련 예산이 잡혔기 때문에 올해 주변에서 민주시민교육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센터에서 올해 예정했던 사업 중에는 교육 사업도 있고 공론화 사업도 있었어요. 공론화 사업은 앞으로 경기도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색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자는 의도로 진행한 거예요. 10월 말에 갑자기 공모사업으로 나왔는데, 내용을 잘 몰라서 교육공모사업인 줄 알고 지원한 경우가 태반이라고 하더라고요.
안양군포의왕 지역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작년에 출범했다는 건 알고 계시죠? 기념사업회에서는 공모사업과 상관없이 지역에서 어떻게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해 왔는지, 어떤 관점으로 그 교육을 바라봐야 할지 한 번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올 하반기에 교육 결과를 모으는 작업을 하다가 공모사업을 알게 됐고, 선정이 된 거예요.
지역에서 이루어진 교육의 내용을 보니 생태, 환경 교육이 가장 많았어요. 하지만 그 분야의 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이라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제외했고요. 그 외의 교육 내용은 1.인권 2.노동 3.평화통일 4.갈등해결 분야였어요. 각 분야에서 활동하신 분들을 네다섯 분 모시고 두세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 해서 오늘 이렇게 모이게 되었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시작해서 네 그룹의 FGI를 이번주에 진행하고요. 다음 주 토요일, 12월 15일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FGI에 참여하신 분들이 모여서 각 분야의 내용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 지역의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해서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하는 주제를 놓고 워크숍을 할 예정이에요.
본격적으로 FGI를 시작해 볼 텐데, 사전에 보내 드린 질문지에 가급적 맞추어서 질문 드리겠습니다. 전문적인 활동가 분들을 모셨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
1번 질문입니다. 소속된 기관이나 단체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셨는지, 교육을 진행했다면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직, 내용, 정책 어떤 면의 성과든 좋습니다. 지역협력사업을 하셨다면 그 부분을 포함해서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안승영: 저희는 노숙인 쉼터를 제공하고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데, 사회복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할 여지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다만 1년에 두 차례 정도의 인권교육은 의무이고요. 저희 프로그램 중에서는 인문학 강좌가 민주시민교육에 가까운 활동이 되겠습니다. 이용자 분들의 자존감, 사회 참여율이 높아졌다는 성과가 있습니다.
김지수: 저희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교육이 주 업무고요. 2014년부터 민주시민교육을 매년 지속적으로 해 왔는데, 중학교 같은 경우에는 사회 교과와 연계해서 진행해요. 저희가 5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5회 정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하고 10월에 마을잔치로 마무리하거든요. 마을잔치는 실질적으로 민주시민이 되어 보는 실천 활동에 해당하고, 친구들이 계획한 대로 실행해요. 이후 활동은 담임선생님과 진행하게 되죠.
청소년을 지도하시는 분들에 대한 교육도 진행해요. 지역아동센터에서도 의무적으로 인권교육을 해야 하거든요. 센터에 직접 가서 선생님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어요. 청소년 쉼터 지도자들과 쉼터에 상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공무원, 교사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김인순: 안양여성의전화는 여성 인권 단체이기 때문에 인권에 대해 전반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와 관련한 교육을 해 왔어요. 2015년부터는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고요.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를 만드는 데에도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활용해서 교육을 해요. 참여식 교육이다 보니 처음에는 강사도 아이들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어색했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이 말을 더 잘하게 되고 즐거워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 낸다는 거예요. 모둠별 경쟁 요소를 도입하기도 하는데, 그런 방법이 의견을 끌어내는 데 효과가 있는 강사분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김유철: YMCA에서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첫째는 민주시민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고요, 둘째는 민주시민교육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조직 내에 내면화하는 작업입니다.
인프라 구축 사업이라고 하면 저희가 초창기에 강사 양성을 많이 진행했어요. Y 회원들이 다양한 학습공동체를 만들었고, 그 활동이 자연스럽게 교육 활동으로 이어지더라고요. 평화, 행태,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했어요. 교육을 받은 분들이 실제로 학생들이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 활동에 나서고 있어요. Y 밖에서도 주도적으로 관련 분야의 활동을 해 나가고 계시니 이 점을 성과로 들 수 있겠고요.
가치 내면화 측면에서는 저희가 진행하는 교육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 나가는 것을 중요시하고요. Y 자체도 민주적으로 운영하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주적인 가치를 내면화하고 내실을 다지는 작업이죠. 대표적인 예로 벼리학교를 들 수 있겠는데, 이곳의 의사결정구조는 직접민주제예요. 매달 총회를 통해 모든 의사결정을 합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꾸준히 이 방식을 이어 가고 있고요. Y의 의사결정구조도 직접민주제에 해당하는 전체 회의로 전환 중입니다. 이사회라는 대의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서서히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이에요. 현실적인 제약이 있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민주적인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의 장을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미애: 군포여성민우회는 여성단체이기 때문에, 여성 인권 부문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많이 해 왔어요.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꾸거나 성폭력 문화를 근절하고자 했고요. 민주시민교육에 가까운 것이라면 여성주의 강좌를 단계별로 진행한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성폭력 전문상담원 양성 교육도 실시 중인데, 100시간 정도로 이루어진 교육이에요. 학교 등 관내의 다양한 곳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의할 수 있는 분들을 양성해요. 강사분들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거나 학부모 등 성인을 교육하시게 됩니다.
아동과 여성이 안전한 마을만들기 사업도 하고 있어요. 지역마다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있죠. 학교 앞 상가나 아파트 관리소 등이 해당되는데 그곳에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여성폭력 예방 교육을 해요. 학교에서 안전한 마을지도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여성평화걷기’라고 해서 평화통일을 염원하고 미군기지촌 문제를 논의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에요.
교육의 성과라면 시민들이 인권 문제를 내 문제로 여기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사회 이슈와 관련한 캠페인을 벌인 결과라고 봐요. 올해에는 낙태죄 폐지 문제에 집중했거든요. 여성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 생존권, 건강권에 관련한 문제죠. 60~70대 할머니들을 뵙고 말씀을 들으면 예전에는 낙태죄 때문에 아이를 숨어서 낳았다고 하세요. 국가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토로하시거든요.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가 미투 정국을 거치면서 확대되었다고 봅니다.
박은호: ‘인권 분야 민주시민교육’, ‘노동 분야 민주시민교육’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민주시민을 위한 교육 방식이 인권 교육에 녹아들어가는 게 맞다고 보는 견해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자리를 만든 건 인권 분야 민주시민교육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지만, 이 전제에 부정적이시라면 나머지 논의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간략하게 말씀을 듣고 싶고요.
두 번째 질문은 인권 분야의 민주시민교육이 우리 사회에, 현장에 왜 필요한지에 대한 것입니다.
김인순: 분야별로 나누어 교육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아이들을 교육할 때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대로의 토대를 잡아 줘야 하는데, 토대를 잡기 위해 주제를 선정하려면 결국 분야별 논의를 해야 하거든요.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인권 분야만 놓고 보면 인권에 대한 각기 다른 의견을 듣고 전문성을 가진 사람의 의견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의식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거예요. 분야별 전문성을 가지고 교육을 해야 의식 변화라는 목표를 더 수월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하자면, 민주주의는 누구나 바라는 사회 체제죠.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강압을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도 민주주의와 연결된다고 보고요. 그런 맥락에서 교육의 방식도 주입식 강의보다는 민주적인 토론 방식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지수: 저는 조금 관점이 다른데요. 분야를 나누기보다는 통합적인 교육이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가 인권 교육을 한 지 10~20년 정도가 되었는데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잖아요. 의식만 높아지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지식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우리의 교육 방식을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실질적으로 생활에서 어떤 부분이 변화되어야 하는지, 어떤 실천을 해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민주시민’이라는 표현에도 조금 의문이 들어요. ‘시민’과 ‘민주시민’은 다른 존재일까요? 사회적으로 의식 있고 집회에 나가는 등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만 민주시민일까요? 불필요한 구분이 아닐까 싶어요. 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이러한 문제를 바라보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도록 지원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봐요.
4년 전부터 매년 청소년들과 토론회를 열어요. 50명, 100명의 청소년들과 테이블 토론회를 하거든요. 이번에 아이들에게 어떤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지 물어봤어요. 어른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아이들은 당장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활동을 어떻게 잘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각 분야를 실질적으로 통합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실천할 수 있는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교육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실패를 하더라도 일단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인공지능이 점점 발달한다는데, 이런 시대에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것은 결국 자기를 믿는 힘인 것 같아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시민교육에서 배양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미애: 질문의 의미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거죠?
박은호: 분야별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개념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요. 독일에서는 나치 같은 극우적 정치 행태가 다시 나타나는 걸 방지하자는 목적으로 연령대를 막론하고 민주시민교육을 해요. 국가에서 재원과 시간을 들이죠. 정당에서 재단을 만들어서 운영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요. 이 재단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의사소통과 갈등해결이에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의 분야를 따로 나누지 않거든요. 1990년대 후반에 독일의 민주시민교육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려 한 사람들 중에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하는 건 평생교육에 해당한다는 거죠. 그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 첫 번째 질문이었고요.
본 질문은 인권 교육,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것입니다.
박미애: 인권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민주시민교육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촛불항쟁에서 승리했을 때처럼,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제도를 이용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면 주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은 없었을 것 같아요.
전범국가인 일본과 독일을 비교해 보면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잘 알 수 있어요. 일본에는 그런 교육이 부재하고, 국제적으로 철면피 같은 태도를 취하는 중이죠. 독일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민주시민교육을 받으니 국민 의식이 변화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도 국가 차원에서 실질적인 사과를 하고 있고 국민들이 세계적인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군포여성민우회에 있기 때문에 여성 인권 측면을 살펴보면, 여성들이 아직도 본인의 인권과 주권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잘 몰라요.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 문화 안에서 비주체적으로 살았기 때문이죠. 제도적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여성을 비롯해 차별받고 있는 계층이 우리 사회에 많이 존재하고. 이들이 주권을 찾는 것은 중요한 문제예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에요.
국민들이 촛불항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까닭은 헌법 1조에 대한 신뢰라고 봐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잖아요. 참여에 따른 변화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고 사회를 바꿀 수 있었던 거죠. 그동안은 주어진 체제 안에서 순응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스스로 체제를 만들고 제안하고 참여한다는 주권자적 사고를 갖춘 시민들이 활동하는 시대예요. 그러한 사고를 함양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안승영: 민주시민교육의 세부 항목들도 의미가 있죠. 하지만 기초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 될 거예요. 또 다른 권력화가 이루어질 위험도 있고요. 기본적인 인권 문제가 총론 역할을 하고, 그 이후에 세부적인 인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권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개인의 행복과 지역공동체의 행복이 우리 사회의 공동 목표이기 때문이죠.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권지향적인 가치관이 필요합니다.
고시원 실태조사를 해 보니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수가 안양에만 2천 명이 넘는다고 해요. 여기서 사는 사람들의 우울증 지수가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우울증 지수보다 높대요. 유명 일간지 기자가 종로 고시원에서 보름인지 한 달인지 살아 보고 기사를 썼는데, 며칠 지나니 술을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런 문제가 주변에 팽배해요.
노숙인과 관련한 예산을 요구하면 시청이든 종교단체든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요. 노숙인 자활사업의 평가 기준은 ‘노숙인들의 수입이 얼마인가.’, ‘집을 얻어 독립을 했는가.’ 같은 것들이에요. 정량적인 얘기들이죠. 경제성을 우선하는 가치관이 문제예요.
노숙인의 행복이 그들이 속한 사회의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분들이 행복한 사회여야 우리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런 가치관은 어렸을 때부터 교육해야 몸에 녹아들 수 있겠죠. 내면적인 부분을 읽어 내고 중요하게 여길 줄 아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인권을 소중히하는 토대가 마련되고 문화가 확립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인권을 떠드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 생활 속에서 인권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교육을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김유철: 민주시민교육은 삶의 전반적인 작동 원리를 다루는 것이라서 사실 분야를 나눌 수는 없을 거예요. 오늘만 해도 특정 분야에 대한 얘기를 하려니 할 수 있는 얘기가 적죠. 하지만 우리가 현재 위치한 수준이나 단계를 생각하면 분야별 접근도 필요해 보여요.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를 다루는 데에도 유용할 것 같고요.
인권 교육이 왜 필요한가 하는 질문은 답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요즘 뉴스를 보면 일상의 폭력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층간소음 문제만으로도 폭력이 일어나고, 소수자에 대한 폭력도 자주 일어나요. 굉장히 신경질적인 사회라는 얘기도 나오죠. 약간의 불편도 참지 못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문화가 팽배해지는 상황이에요. 걱정이 많이 돼요.
나의 권리뿐 아니라 상대의 존엄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죠. 공감 능력을 길러야 할 것 같아요. 굳이 세부적으로 살펴보자면 관계 회복을 위해 인권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은호: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에 함께 대답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교육 방식을 평가해 보고요. 시민들이 원하는 민주시민교육의 방식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교육이 계속 이루어지는데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발현되지 않는 문제도 함께 짚어 봐야 할 것 같아요.
김지수: 현재의 민주시민교육은 대상화된 교육이 많아요. 이 나이대에는 이런 것을 배워야 한다는 식이죠. 직접 현장에 가 보면 연령에 따라 교육 내용이 대단히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교육을 하면 의식이 개혁되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어요.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니니까요. 지식만 전달되는 것이 문제인 거죠.
지난 9월, 10월에 청소년들과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했어요.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니 정치 교육을 꼽는 아이들이 많았고요. 더 많은 아이들이 얘기한 건 토론식 수업이었어요. 공론화 기회를 달라는 거예요. 다양한 생각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서로의 경험을 얘기하다 보면 본인들이 문제를 찾을 수 있고, 나아가서 더 나은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토론식 수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토론회에서 말을 잘 하는 아이들은 미리 연습해온 듯이 달달 외운 것처럼 얘기해요. 학교에서는 토론대회도 아주 많이 하거든요. 토론으로 경쟁을 붙이는데 사실 토론은 경쟁을 하기 위해서 여는 것이 아니잖아요. 서로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고 내가 아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하는 기회죠. 토론식 수업에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진짜’ 봉사를 하고 싶다는 얘기도 해요. 알고 있는 가치를 직접 실천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런데 하고 싶은 활동이 있어도 지원하는 기관이 없어서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아이들이 배운 바를 실천할 수 있는 지역 기관을 만드는 것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시민 의식을 키우려면 실천보다 나은 방법은 없죠.
교육보다는 문화가 문제예요. 폭력적인 문화 안에 있으면 내가 폭력적이어도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거든요. 지금의 문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토론을 통해 본인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박미애: 민주시민교육의 기초는 존중과 배려의 문화라고 생각해요. 유치원에 가서 양성평등 교육을 할 때마다 부정적인 용어를 배제하자는 얘기를 해요.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장난감 만져 봐도 돼?”라고 했을 때 “안 돼!”라고 하면 “어, 치사하게?”라는 반응이 돌아오거든요. 안 된다고 하면 기다렸다가 다시 물어보고, 그때 허락을 받는다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 하자고 얘기해요. 일단 존중하자는 거죠. 서로를 배려하고요. 내가 중요하면 남도 중요하다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 방식에 있어서는 주입식 교육이 문제라고 봐요. 민우회 활동 중에도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회원 참여율이 썩 높지 않아요.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대상화된 교육이 문제가 아닐까 싶거든요. 교육 받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무엇을 원하는지 논의하고, 그것에 해당하는 교육을 토론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스스로 아젠다를 만들고 지킬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향이 되겠죠.
김유철: 학교에서 토론회를 많이 여는데, 가 보면 말 잘하는 선수들만 나와요. 나머지 아이들은 민주시민교육의 혜택에서 배제되는 거죠. 잘한다는 아이들도 머리만 커지는 셈이고, 그 외의 아이들은 민주시민교육이 재미없다고 생각하게 돼요.
작년에 전국 Y 차원에서 대통령을 뽑는 청소년 모의 투표를 실시했거든요. 스스로 대통령을 뽑는 활동을 통해서 짧은 시간 안에 아이들의 의식이 깨어나는 걸 목격했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건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생활과 연결된 부분에서 직접 참여 가능한 장이 필요한 거죠. 그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아이들이 원하는 민주시민교육의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민자치박람회장에 가 보니 안양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에서는 주민자치회를 열어서 총회를 하더라고요. 온라인을 통해서 다수가 참여하기를 독려하고 있었어요. 형식만 흉내내는 곳들도 있지만, 동네의 작은 사안도 총회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1년에 한 번 동 단위 주민총회축제도 열던데, 이것이 시민이 바라는 민주시민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공간에 갇히지 말고 틀을 깰 필요가 있어요. 이런 활동을 하고 나면 결과를 적극적으로 피드백해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안승영: 일반 시민들은 인권이 뭔지 잘 모르잖아요. 실제적인 민주사회, 인권을 지향하는 사회가 되려면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회가 되어야겠죠. 교육 내용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고, 중요한 건 방식인 것 같아요. 갇힌 공간이 아닌 광장에서 지역주민들이 널리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해요. 교육 내용이 실천되어야 하니까요.
김인순: 강사에게 의존하는 교육 형태는 지양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강사들은 학교에 들어가서 강의를 진행하는데, 매번 학생들과 교사의 피드백을 받고 그 내용을 반영해서 교육 내용을 만들지만 결국은 일회성 교육이 이루어져요. 학교 교육과 잘 연계되지 않거든요. 교사들이 저희가 진행하는 교육의 맥락을 알고 있는지, 교사에 대한 시민교육도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교육의 효과를 높이려면 교사들도 시민교육 분야에서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할 것 같아요.
토론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요. 일부 말 잘하는 아이만 부각되고 지나가 버리기 쉽거든요. 다양한 방식을 학교와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학교 측에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김지수: 학교의 시스템이 민주적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을 배워야 할 것인지를 학생들이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학생회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고 학운위에 아이들이 참여하는 방법도 있겠죠.
어떤 교육 방식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해 보면, 자기 언어로 이야기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남이 정의한 인권에 대해 외우기보다는 자기 언어로 말해야 체화되고 다양화될 수 있죠. 남들에게 그럴싸하게 보이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할 거예요. 토론을 할수록 자기 언어가 살아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니, 이 부분을 장려하는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봐요.
박은호: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의 공모사업이 다 미달이었어요. 지원자가 넘쳐서 자른 적이 없어요. 사업이 알려지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사업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추정돼요. 서울의 공모사업도 규모가 크지 않고, 요즘은 세 명 이상이 모인 학습모임을 지원하는 시스템 등으로 전환 중이에요. 달리 말하자면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호응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개선책이 있을까요?
안승영: 지금까지의 민주시민교육은 학교 중심적이었죠.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성인 대상으로 저변을 확대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어른이 변해야 아이들도 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옛날에는 반상회가 있었잖아요. 지금도 마을 단위 프로그램이 많이 있어요. 이걸 더 활성화해서 실질적으로 인권감수성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박미애: 군포시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잖아요. 주민이 예산을 직접 살펴보고 시민을 주인으로 생각하는지 확인하는 건데, 민우회에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몇 년째 맡아서 진행하고 있거든요. 제도 운영이 너무나 형식적이라는 점이 문제예요. 주민들이 시에 제안서를 내 봤다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걸 학습해 버려요.
주민이 행동하면 관에서 피드백을 해 줘야죠. 현실화된 성공 사례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요. 실제로는 주민이 제외되잖아요. 구체적인 성과를 주민이 직접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김지수: 왜 매번 공모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걸까요? 이건 시민들을 행정가로 만드는 처사예요. 사람들이 페이퍼 작성에만 매달려요. 공무를 대행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특정한 기준을 세워서 그 기준에 부합하고 결격사유가 없다면 어떤 일이든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겠어요. 주민들이 쓸 수 있는 실질 예산을 확정하고, 그 예산을 주민참여 예산으로 배정하는 형태도 가능하겠죠.
‘민주시민’이라는 용어에도 문제가 있어요. ‘난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아.’라는 느낌을 주니까요. 따로 공부를 해야 할 것만 같죠. ‘교육’이라는 표현에도 한계가 있는데, 청소년까지만 해당하는 표현이라는 뉘앙스가 있어요. 교육을 벗어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봐요.
민주시민교육이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국가에서 시스템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당 교육을 진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기업 연수 프로그램 안에 의무적으로 집어넣는 거죠. 한두 시간 정도를 확보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 외에는 어른들을 참여시킬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김유철: ‘교육’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기존 교육의 틀에 갇혀요. 다른 방식을 상상하기 어렵고, 기존 방식에 맞추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죠. 이념지향성이 있는 편향적인 용어가 아닌가 싶어요. ‘교육’ 대신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만한 대안적인 용어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고요. 교육이라는 용어의 근본에 접근해 봤으면 좋겠어요.
방식에 있어서는 내용을 분야별로 나누더라도 가정, 동네 등 대상별로 중요한 분야를 별도로 강조했으면 하고요. 인권 분야에는 나의 해방을 통해 타인을 해방한다는 철학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이 철학이 왜곡되어 있어요. 청소년들의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을 예로 들 수 있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더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지수: 인권 교육이 차별과 권리 중심 교육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요. 인권 침해는 실정법 관련 문제이고, 인권은 그보다 훨씬 더 큰 담론이잖아요. 그 담론에 접근하지 못하고 인권이 실정법적 권리라고밖에 정의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슴 아파요. 시급한 문제 때문에 핵심을 놓치고 있는 거예요.
김인순: 우리가 촛불시위를 할 때 아이들을 데려간 건 단순히 구경하라는 의도가 아니었잖아요. 이 사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거죠. 민주주의를 체험해 보라는 뜻이었어요. 현안에 눈뜨고, 비판도 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장에 데려간 것이거든요. 민주주의에 접근하려면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경험이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 민주정치에 있어서는 정당의 역할도 중요한데, 공무원은 정당에 가입할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공무원인 교사는 아이들에게 정당에 대해 가르치죠. 모순 아닌가요? 수영장에 못 들어가는 사람이 수영을 가르치는 꼴이에요. 이런 사회에서 과연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학습할 수 있을까요?
‘너희는 수혜자고 우리는 가르친다.’라는 관계 설정도 이상해요. 교육 내용은 인권과 민주시민에 대한 것인데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민주적이지 못하잖아요.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박은호: 독일 북부에 하노버라는 주가 있어요. 이 주에 있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1년에 1주일 유급휴가를 쓸 수 있어요. 여럿이 함께 휴가를 내서 우리 동네든 나라든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면, 주 정부에서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요. 주 정부가 지역 기업들과 MOU를 맺었거든요. 요즘 정부에서 기업을 많이 지원해 주잖아요. 하노버 주 식의 연계도 가능할 것 같아요.
시흥시의 김윤식 전 시장은 청년정책참여단을 운영했어요. 시에서 청년정책연구원을 뽑아서, 이들 제안을 청년 사업에 반영한 사례가 있죠. 민선 협치위원회도 거버넌스를 만드는 참여 방식이고요.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지역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해 왔는데 함께 논의하거나 협의하는 자리가 없었죠. 다음 질문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5번 질문은 각 영역에서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들이 다른 교육들이나 지역사회와 어떠한 협력 관계를 가졌으면 하는지에 대한 것이고요. 6번 질문은 기초 지자체가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어떠한 지원과 협력을 해 줬으면 하는지를 여쭙는 것입니다. 7번 질문은 민간조직 간 협력의 틀을 만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김유철: 5번 질문의 내용이 조금 애매한 것 같네요.
박은호: 이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고민이에요. 기본적인 문제 의식은, 서로가 대화나 관계 없이 분절적으로 존재한다는 거예요. 어떤 강사의 강의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 2주 후에 같은 강사를 다른 곳에서 또 불러요. 올해도 그런 일이 있었죠. 교육을 준비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몇 가지 주제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협력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작업이 필요한지 여쭤 보는 것입니다.
김유철: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개념과 목표를 단체마다 서로 다르게 정리하고 있어요. 크게 보면 생각하는 힘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힘을 키우는 것, 다름에 대한 공감 능력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니 분절될 수밖에 없겠죠.
결국 로드맵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아요. 각 영역을 포괄하는 교육 내용이 필요해요. 생태 교육을 예로 들면, 생태적 감수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하지만 반생태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태도를 거르고 목표로 수렴할 수 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승영: 지역사회 강좌 홍수예요. 제목만 보기도 바빠요. 일원화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한 곳에 정보가 체계적으로 모여 있어서 그곳을 보면 필요한 강좌를 찾아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박미애: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로 민주시민교육의 분화가 이루어졌어요. 민우회도 그때 만들어졌고요. 독재 타도를 이룬 뒤에는 각 생활 영역을 중심으로 운동체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이제는 그 운동체들이 유기적 관계를 맺을 때가 온 것 같아요. 사회가 달라진 거죠.
최근에 군포시민단체협의회에서 논의를 했어요. 내년에 행사를 열면, 공동 관심사에 대한 일들은 같이하자고요. 시민 협의의 날을 만들어도 좋겠죠. 비슷한 행사들의 장소를 묶거나 특정 행사를 함께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말이 나온 김에 지난 11월에 열린 평화통일 강좌를 시민협 전체가 참여하는 강좌로 만들어 보자고 해서 열었거든요. 결국은 각 단체 대표님들만 오셨어요.
피로감이 쌓인 것 같아요. 대상화된 강좌라는 점이 문제였나 싶기도 하고요. 젊은 층은 오프라인 모임을 선호하지 않는 듯하기도 해요.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만 함께하겠다는 흐름이 있잖아요. 앞으로 운동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네트워크는 필요할 것 같은데 각자 소속된 단체의 일을 하기에도 바빠서 현실적으로 실현이 잘 되지 않아요. 이 부분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인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생각, 만들어 보자는 의지는 다들 가지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유기적인 상호 보완의 의미에서 유용하죠. 그런데 실제로 네트워크에 참여해 보면 필요해 의해 엮여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공동 추진이나 공유가 잘 이루어지지 않거든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어요.
김유철: 네트워크는 필요해요. 지금까지 여러 번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공통의 목표보다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더 많았죠. 여러 단체가 모이면 대표성 문제가 불거져요. 각 단체의 자기우선주의가 팽배하고요. 복합적인 문제가 생겨서 잘 운영된 곳이 거의 없어요. 몇몇 개인이 별도의 단체를 새로 조직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나름의 성과라고 할 수는 있겠죠.
안양에서는 교육을 기반으로 해서 ‘이룸’이라는 네트워크를 조직했어요. 다양한 마을교육공동체들이 모여서 준비해 봤는데, 돈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잘 모이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고, 공모사업이 많아지니 묻지마식 네트워크도 많았거든요. 바람직한 형태라고 볼 수는 없죠.
목표가 너무 거창해도 운영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구체적이고 작은 사안을 놓고 자기 역할을 명확히 가져간 상태에서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소기의 성과를 내고 해체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조직한다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 상태에서 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박미애: 안양에 네트워크가 있었나요?
김유철: 지역교육 분야에 특화된 네트워크를 만들었어요. 목표는 지역교육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었고요. 민주시민교육 교과서가 존재하지만, 그 교육을 해야 할 시간에 정작 선생님들은 자습을 시켜요. 교육청과 연계해서 지역 강사가 들어가 활동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거든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요.
이룸은 해체해도 될 것 같은데 어렵더라고요. 각 단체나 개인의 이익이 상충되는 지점이 생겨요. 네트워크에는 실무단이 존재하잖아요. 예산도 필요하고 이 부분을 맡아서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 사람과 단체의 의견이 충돌하는 거예요. 어디에나 있는 문제죠. 이 부분이 잘 해결되지 않아요. 그 과정에서 개인 활동가가 네트워크를 나와 다른 단체를 만들고 기존 단체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일이 꽤 있거든요. 아픈 과정이겠지만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봐요.
박미애: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를 봤어요. 책 내용이 좋던데, 왜 학교 교육에서 정식 교과로 채택하지 않나요?
김인순: 교과서를 구입한 학교도 있고 PDF로 내용만 공유하는 학교도 있어요. 의무적으로 시간을 배정해 달라고 요구 중인데 현재는 선택사항이에요.
박은호: 활동가들이 모여서 새 단체를 조직하자는 논의를 하셨나요?
김유철: 발전적 해체를 하자는 얘기는 했어요. 강사들을 중심으로 독립하면 어떨까 했는데 진척은 되지 않는 상황이에요. 단체 입장에서는 애써 육성한 인력을 빼앗기게 되는 셈이니까요. 손해라고 보는 거예요.
김인순: 아이러니예요. 강사와 담당자가 이렇게 분리된다는 것이.
김유철: 어차피 강사분들은 손에 잡히지 않거든요. 어디서든 활동하시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될 거라면 건강한 네트워크에서 활동하시는 편이 낫다고 봐요.
박은호: 예전 시민사회에서는 1년에 1~2회 정책협의회를 열었어요. 보통 연말연초에 모여서 활동한 내용과 계획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야 할 일들을 함께 잡아 보자는 모임이었거든요. 활동은 각자 하되 공동 과제를 설정하는 거죠. 그런 협의체는 어떨까요?
안승영: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분산되어 있거든요. 전체적으로 활동을 공유하고, 일정 조율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박미애: 성공사례든 실패사례든 기존의 사례가 있다면 공유하면 어떨까 싶어요. 제가 보기에는 현재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공동체는 없거든요.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염려되는 점은 피로감이 쌓이는 문제예요. 확산 가능성도 미지수고요.
안승영: 단체 대표들만 참석하는 네트워크에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저변 확대를 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생각해요. 시민단체뿐 아니라 지역단체들과도 연계해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 봐야 해요.
박은호: 시의 행정과 정책에 대한 의견도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미애: 시의 각종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행정기관과 시민 사이의 가교가 위원회인데 지금으로써는 형식적인 수준이에요. 조례도 그렇고요. 위원회가 꾸려졌다는 것은 민관협치를 하겠다는 의도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지원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행정기관도 자신을 주체로 두어야 하는데, 현재는 관성적인 지원자 역할에 그치는 면이 있거든요. 현재의 정책을 형식적으로 진행하지만 않아도 민주시민교육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어요.
김인순: 경기도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교육들이 있어요. 양성평등, 가정폭력·성폭력 예방교육 같은 것들이에요. 기금을 받아서 교육을 진행하는데, 최소 교육 대상자의 수는 정해져 있지만 최대 명수에는 제한이 없어요. 그리고 교육을 잘 했는지 여부를 교육 대상자의 숫자로 따지거든요. 심한 경우에는 전교생 700명을 대상으로 한 사람이 강의하기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최대 명수 제한이 필요해요.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를 구매할 비용이 없는지 PDF 파일로 교과서 내용을 보는 곳에서도 수업하기가 어려워요.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교육청의 의지가 어떤 수준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에요.
김유철: 기본적으로는 행정 혁신이 이루어져야겠죠. 획기적으로 권한을 이양해서 지역사회가 민주주의의 장으로 꽃피도록 설계해야 해요. 위원회는 많지만 얼마나 가동되고 있고 얼마나 많은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주민 참여가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어요.
조례가 추상적이고 애매하다는 점도 문제예요. 중복된 것들도 있거든요.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정립하면 좋겠어요. 목표를 포함한 로드맵을 시 차원에서 그려야겠죠. 새로운 지원 조직을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싶지만 총괄 조직 정도는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학교 지원교육은 강사를 파견하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학교도 시민단체도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시민단체가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강사들은 학교가 폐쇄적이고 자신들을 파트너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든요. 교육이 교실에 갇혀 있어서 그렇다고 봐요. 학교는 안전 딜레마에 빠져서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책임지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시민교육은 다양한 공간과 사람을 만나야만 제대로 진행될 수 있어요. 교육청이 책임을 지고 학교 교육에 대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미애: 지금 이 FGI는 민주시민교육의 활성화 문제를 고민한 끝에 열게 된 건가요? 아니면 현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목적인가요?
박은호: 후자에 더 기울어져 있다고 봅니다. 민주화기념사업회가 민주시민교육 전문 단체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거든요. 지역에서 수 년 동안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했는데 그동한 평가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니 이 참에 한 번 이야기를 모아 보자는 거죠.
안승영: 경기도 평생교육원에는 민주시민교육 관련 부서가 없나요?
김유철: 없습니다.
안승영: 그곳에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 주면 좋을 텐데요.
김인순: 의무교육 안으로 들어가야 평생교육원에서도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되지 않을까요?
안승영: 아직 의무교육이 아니라도,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관련 업무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박은호: 민주시민교육 관련 조례는 구식이어서, 앞으로 개정이 될 거예요. 올해 기초조사를 마치고 내년에 기본교육계획을 수립할 예정이에요.
민주시민교육이 의무교육화된다면 민주시민교육원이나 지원센터가 별도로 생겨야 할 거예요. ‘원’은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긴 하지만요. 도 차원에서 직접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겠지만 각 지자체 단위로 계획을 받아서 시행하는 방법을 취할 가능성이 크죠. 그대로 두면 평생학습센터 같은 곳에 통으로 넘어가서 실무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위험이 있어요.
지원센터는 기초단위에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주민자치운동을 지원하는 포괄적인 시민활동 지원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의 MPO센터와 광주의 MGO센터가 이 형태에 가장 가까운 곳들이죠. 시민들의 비경제적 활동을 지원하는 종합센터예요. 시가 직접 개입하거나 하위 조직으로 다루지 않도록 처음부터 세팅을 잘 해 둬야겠죠. 아직 그 지점까지 가지 못했지만, 결국은 그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15일에 열릴 워크숍에서 더 자세한 얘기 나누시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하나: 먼저, 지금까지 해 온 민주시민교육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그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는 부분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김지나: 생협에서는 각종 캠페인을 많이 해요. 민주시민교육도 다양하게 진행하고요. 올해에는 처음으로 공모사업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해 봤어요. 적은 예산으로 모실 수 있는 분들에는 한계가 있는데, 정말 뵙고 싶었던 분들을 모셨어요. 강의 후에 생활정치 그룹을 만들고 싶다는 기획서를 보내 드렸죠. 1강부터 생활정치 그룹 조직이 정답이라는 듯이 결론을 내리고 그대로 5강까지 진행했어요. 강의가 끝나면 모임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시정을 모니터하는 생활정치정당 ‘몽당’이 만들어졌어요. ‘꿈꾸는 정당’이라는 뜻이에요.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우: 1995년에 우리나라를 떠났다가 2009년에 돌아왔으니, 시민운동이 발전하는 시기에는 국내에 없었던 거예요. 부지런히 여러 모임을 쫓아다니면서 배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이도 50이 넘어가는 터라, 늘 만나던 친구들보다는 의식적으로 새로운 친구를 만나자는 생각을 해요. 광고를 보고 내용이 괜찮으면 이곳저곳 가 봅니다.
처음에는 따복공동체지원센터에서 교회 건물을 매입해 노인 무료급식을 하기에 그쪽에 관심을 가졌어요. 마을교육 강사를 모집한다고 해서 교육도 받았죠. 재미있었어요. 사실 마을교육은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뛰어들 수 있는 분야는 아니고, 마을에 오래 살면서 활동하는 게 더 중요하죠. 저는 안양에 오래 있지 못했기 때문에 마을교육을 한다고 얘기하기가 어려워요. 아직은 관심만 있는 상태예요.
2016년부터 경기도의회에서 민주시민교육을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시민사회에서 대화 파트너를 구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민주시민교육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게 됐어요. 안양의 시민단체들이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힘이 빠진 상태라는 말을 들으니 네트워크를 조직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작년부터는 민주시민교육 공모사업에 참여했어요. 장은주 교수의 <시민교육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교육과정을 진행했어요. 유명한 분들을 모시고 하는 강의도 좋지만, 동네 분들의 얘기를 한번 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잘 진행됐다고 생각해요.
안양 지역사회의 추세를 가만 보니 만안구와 동안구의 성격이 조금 달라요. 만안구가 상대적으로 침체되어 있는데 제가 있는 박달동은 특히 그래요. 만안구의 특성을 이해하는 분들의 그룹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올해 하게 됐어요. 그래서 올해 공모사업에서는 만안 지역에 계신 분들에게 초점을 맞췄어요. 교육과정이 끝나면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운영했죠.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근거를 만들자는 의도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와 주신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원래 의도대로 갈 수 있었어요. 곧 창립총회를 열 계획이에요.
작년에는 동네 강사분들이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함으로써 관심을 모았던 것이고요.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정치교육에 중점을 뒀어요. 민주시민교육에서 다뤄야 할 핵심은 자치능력 확대라고 봤거든요. 시민들의 정치적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참여하신 분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규숙: 제가 하는 활동이 민주시민교육, 시민활동이라는 인식을 처음부터 하지는 못했어요. 단체에 속해 활동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모이다 보니 이것이 시민운동이고 민주시민교육이구나 하고 뒤늦게 이해한 경우입니다.
자녀를 양육하던 시기에는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교육이 아닌 공동체 교육에 대한 막연한 욕구가 있었죠. 활동을 시작한 단체에서 맡은 첫 일이 청소년을 만나는 활동이었어요. 학생들을 통해 어머니들도 만나게 됐는데, 저는 어머니들의 욕구를 조금 단순하게 생각해 왔거든요. 전업주부는 양육과 가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직장맘들은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직접 얘기를 들어 보니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있더라고요. 충분한 양육 시간을 확보하고 남부럽지 않은 월급을 받아도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말씀들도 하셨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아이들이 우리처럼 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에 많이 공감해 주셨어요. 어머니들과 함께 책 읽는 모임을 열어서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후에 맡게 된 업무는 가정폭력 가해자와 행위자,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들과 집단상담을 하는 일이었어요. 학교에서 특별교육 수강 명령을 들은 친구들이나 보호관찰소에 있는 친구들을 만났죠. 만나 보면 자기의 가치관, 철학에 대한 얘기를 굉장히 진솔하게 해요. 이 활동도 일종의 민주시민교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2013년 즈음에 지역시민운동 업무를 보게 되면서 시민들과 현장에서 만나는 활동을 시작했어요.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인식도 그 즈음부터 생겼고요.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과정에서 공동의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 대한 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하나: 올해 초와 말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데, 정권이 바뀐 데 이어 시대도 변해 간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활동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어요. 두 번째 질문은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특별히 깨달은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여쭤 봅니다.
김지나: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좋은 의도에서,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도 사람들은 잘 움직이지 않아요. 저희 조합원 1,800여 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참여율이 10% 정도가 돼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면 정말 적은 인원이 모이고요.
‘민주교육 한 상 차림’이라는 제목으로 민주시민교육을 개설하니 전화가 왔어요. “민주시민이 뭐예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개념을 잘 모르시겠다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같이 얘기를 들어 보자고 말씀드렸는데 “전 민주시민이 아닌데요.”라고 하셨어요. 더 다가가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답변인 거예요. 젊은 여성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생각에 강의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까지로 잡았거든요. 그런데 실제 오신 분들은 50대 이상인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기획 의도대로 진행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개인의 인권이 유린되지 않는 사회이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획일화되어 있죠. 틀에서 벗어나는 스타일로 의사표현을 하면 문제아 취급을 받기 십상이잖아요. 학교 안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그렇다면 지역사회에서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독일에서는 쟁의하는 법도 학생 시절에 배운다고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해요.
성인에게도 민주시민교육은 필요하죠. 시민들이 강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내용,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형식 면에서는 토론이 좋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면서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형태를 합의하고 실천해 나가는 거예요. 이런 활동이 시민들이 바라는 민주시민교육이 아닐까 싶어요.
이정우: 우리 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이 많이 진행된 것 같지는 않아요. 시민사회에서 그 주제가 나온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 아닌가 해요. 사실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주제가 애매하거든요.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문제점을 얘기하기에 앞서 개념에 대한 합의조차도 되어 있지 않은 거예요. 모여서 얘기할 때마다 겉도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 문제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이라는 표현에 공감하지 않아요. 우리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탈정치화되어 있잖아요. 학교교육도 그렇고 평생교육도 그렇죠. 권위주의 정권 시절부터 교육 현장에서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고, 지금까지 관행으로 굳어져 있어요. 우리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에는 정치 혐오가 결합되어 있다고 보거든요. 정치교육을 한다고 당당하게 진행해도 될 텐데,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용어로 벽을 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용어에 우호적인 사람이 많지 않아 보여서 굳이 이 용어를 고집해야 하나 의문이 들기도 해요.
1987년 이전에는 민주-반민주 대립구도가 있었죠. 지금도 그 구도는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 사회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해요. 그동안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자한당도 총칼로 정권을 잡지 않아요. 민주-반민주라는 이분법은 너무 낡은 개념이에요. 그 대립구도가 와해되었음에도 우리가 여전히 평화롭지 못한 이유를 성찰해야죠. 시민사회가 근본 문제를 찾는 데에 너무 게을렀던 거예요. 자기확신을 반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지금까지의 시민사회교육에 비판적인 입장이에요. 크고 작은 정치적 주체들의 주장이 현실적인지 공허한지를 분석하는 역량이 우리 안에 있어야 할 거예요. 그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성숙한 시민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규숙: 제가 생각하는 우리 세대의 화두는 ‘자기 권리를 찾는 것’이에요. 가정교육, 공교육, 사회교육이 서로 엇박자를 치고 있어서 내가 어디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책임지고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달라서 충돌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시민들과 소그룹을 조직해 보면 놀랄 때가 많았어요. 제가 워낙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기초가 없었기 때문에 이분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하고 최대한 친절하게 전달하려 했거든요. 대면해서 눈빛이나 태도를 가만히 보면 제가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미 알고 계세요. 그런데도 상대 의견을 수용할 마음이 없는 거예요. 어떤 형태이든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의향이 없고, 막무가내로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요. 섣불리 교육하려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표현은 투박할지 몰라도 자기 생각을 다 가지고 계세요. 북한이탈여성도 만나 뵌 적이 있는데 그때도 깜짝 놀랐어요. 남북한의 경험을 함께 가지고 계시니까 오히려 시야가 넓은 부분이 있고, 많은 가능성과 재능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이렇게 권리도 책임도 알고 자기 주관도 있으니 충분히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행동하는 분들의 수는 지극히 적잖아요. 어떻게 하면 앎을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다른 분들께 여쭤 보고 싶어요. 가능성을 갖춘 분들이 새로운 시민으로 사회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김지나: 저와는 다른 경험을 하신 것 같아요. 저희 강의에 참여하신 분들은 정말 잘 모르고 오셨던 것 같거든요. 강의 시간대에 차이 때문일 수도 있어요. 다섯 번의 강의를 모두 듣고 나서도 ‘우린 뭘 해야 하지?’라는 반응이었어요. 기본적인 지식을 익혔는데도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잡히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 토론 시간에 제안을 했어요. 안양시에서 하고 있는 시의회 모니터링이라도 해 보자고요. 의왕시 곳곳의 자연이 개발 명목으로 훼손되는데, 그것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 보자는 얘기도 나왔어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는 의견이 다수였어요. 누군가 앞으로 나가자고 방향을 제시해 주면 따를 수 있겠다는 분위기라 토론 끝에 정당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이하나: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용어를 재고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도 웬만큼 나온 것 같고요. 배워도 바로 써먹을 수 없는 공부를 해 왔다 싶기도 해요. 다음 단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 봅니다.
교육 형태가 일방적인 강의에서 대화 모임에 이르기까지 발전해 왔는데, 일방적 강의는 누구에게든 크게 유용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여를 중시하고 스스로 배워 나가는 방법이 현재 시점에서 가능할까요?
김지나: 아직은 강의 형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에 목말라하는 분들도 많아요. 저희가 세 시간짜리 강의를 준비한 이유가, 그보다 짧으면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충분히 전달하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드리고 싶어서 간식까지 준비해 가면서 시간을 길게 잡았어요. 참여하신 분들도 예전에 비해 더 만족하시더라고요.
배움 이후의 행동을 원하는 분들도 아주 많아요.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접목하기를 바라세요. 강의가 진행된 뒤에 브레인스토밍이든 만민공동회든 쌍방향 소통을 할 기회를 만들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간다면 스스로 더 성장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정우: 강의와 워크숍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은 형태인가 하는 문제의 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어떤 방법이 더 좋다고 잘라서 말하기는 어려워요. 교육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기획 의도예요. 강의든 100인 토론이든 주최자들이 특정한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면 근본적으로 일방적인 것이라고 봐야 해요. 이 부분을 극복하려면 모인 사람들이 지속적인 공동체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한 목표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시민들이 교육 뒤에 애매하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하겠죠.
요즘 많이들 자치분권을 이야기하는데 사실상 시민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거의 없어요. 내 힘으로 시의 살림을 바꾸는 것은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있거든요. 그것이 공허감의 원인이에요. 교육 내용이 문제가 아니에요. 할 수 있는 일이 실제로 없는 거예요. 실질적인 변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덜 공허할 것 같아요. 이 문제로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탓이 크니까요. 중앙정부가 권력을 이양하면 시민이 참여 가능한 영역이 확대되고 실질적인 참여율도 높아질 거예요. 오히려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개인이 사회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닦고 사회적으로 책임질 줄 아는 존재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현재의 교육은 마음 수양과 사회성 함양 분야를 분리해요. 인문학이나 평생교육 분야에서는 탈정치화되어서 자기계발이나 마음 수양에 기울어져 있고, 사회 의제와 관련한 교육 분야에서는 마음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아요. 이 부분이 민주시민교육의 한계를 만든 지점이 있어요.
마음을 다루면 개인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나를 성찰해 보는 과정에서 기쁨이 생기니까요. 계속 사회적 의제만 분석하노라면 피곤해져요. 당위성은 강조되는데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잖아요. 내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쁨을 느껴요. 그 부분을 지금까지 놓쳤던 거예요. 내 삶의 범위 안에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구조적인 접근만 해 왔죠. 조금 더 유연해지면 좋겠어요.
이하나: 우리는 평소에 “정치랑 종교 얘기는 하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우리의 생활을 불구로 만드는 말이죠. 자치력을 상실하게 하고 영적인 부분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규범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시키는 대로 일하는 노동자로 살기를 원하는 통치체제가 그런 규범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규숙: 저는 문서나 책보다는 현장에서 살아있는 경험을 했을 때 더 많은 것을 습득하게 되더라고요. 더 재미있고, 지속가능하기도 하고요. 제가 이런 사람이다 보니 저와 비슷한 성향의 분들과 함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시민과 시의원 간의 만남을 주선해 보면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돼요. 본인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저희가 준비해요. 면담을 신청했으니 꼭 가야 한다고, 가서 궁금했던 것들을 직접 물어보시라고 하죠. 의원들이 점심식사를 한 후 잠깐 시간을 내는 것인데, 시민들이 만나겠다고 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으면 거부하기 어려워요. 본인 목소리로 시의원에게 의견을 전달할 자리를 만드니까 해당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시더라고요. 이후에 의회 방청을 하면 주의깊게 보세요. 한 번 만났던 사람이 그 자리에 있으니 눈길이 가는 거죠. ‘혹시 내가 한 얘기를 언급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동기부여를 해 주는 것 같아요.
이렇게 노력해도 행정이 움직이지 않으면 시민들은 스스로의 활동을 체감할 수 없게 돼요. 원하지 않았던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어야 하죠. 실제로 시청 앞에 조명 공사를 하고 조경하는 것을 저희는 원치 않았거든요. 의견서를 작성해서 전달했지만 시 측은 전부 강행했어요.
요즘은 언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양시민신문이 있던 시절에 저희의 의견을 정리해서 글을 하나 실었거든요. 공무원들도 시의원들도 그 신문을 봐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힘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시민의 동기부여에 언론이 큰 역할을 하는 거예요.
활동 결과를 정리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봐요. 저희는 활동 결과를 꼭 보내 주십사 부탁을 드려요. 메일을 못 보내시면 손으로 적어서 샤진을 찍어 달라고 말씀드리죠. 설령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없음’이라고 적어서 보내 달라고 해요. 그렇게 하면 책임감을 느끼고 꼭꼭 결과를 보내 주세요. 약간의 의무감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하나: 우리 사회에는 공론화가 필요한데 너무나 대립이 첨예해서 대화하기 어려운 건들이 있어요. 마을공동체 기반으로 활동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국가 전체의 문제가 축소판으로 나타날 것 같거든요. 이러한 갈등에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획득하신 노하우가 있나요?
이규숙: 저희 단체는 기독여성단체잖아요. 그렇다 보니 작년에 성평등 개헌이 있었을 때 의견 충돌이 생겼어요. 양성 간의 차별을 완화하자는 얘기에는 다들 동의하셨는데, ‘성평등’이라고 하니까 동성애-성소수자 문제로 비약하시더라고요. 기독여성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있느냐, 왜 그 개헌에 동의하는가 하는 질문을 받아서 굉장히 곤란했어요. 한국 Y의 입장, 안양 Y의 입장, 저의 입장이 무엇인지 밝히라고 요구하시는 바람에 난처했죠. 다양한 성정체성의 존재를 인정하고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인데, 제 얘기를 들으실 생각은 그다지 없어 보였어요. 성평등 문제에 있어서도 아주 보수적인 분들의 경우에는 여자가 남자의 종속적 존재라고 생각하셔서 대화 자체에 진전이 없었어요.
얼마 전에는 민우회와 토론하는 자리에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어요. 원로 여성학자들과 영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간극이 크잖아요. 원로들이 젊은 분들에게 물었어요. 현재 나타나는 미러링 같은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생각을 듣고 이해하고 싶다는 뜻이었죠. 영 페미니스트들이 이렇게 대답했어요. ‘당신은 나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 이해받고 싶지도 않다.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지만 왜 내가 이 자리에서 내 생각을 털어놓아야 하느냐.’ 어떤 사안에 대한 생각을 말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 거죠. 그 말을 듣고 나니 조금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정우: 제가 속해 있는 교회나 시민 모임에서는 갈등이 표면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아요. 동질적인 모임이니까요. 우리 사회가 넘지 못한 주제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동성애 문제도 있고 북한 문제도 있죠. 제 생각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소는 소득격차예요. 양극화 문제가 엄청나거든요. 일상 생활 속에서는 비슷한 소득 수준을 갖춘 사람들끼리 모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부각되지 않아요. 하지만 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대단히 큰 이슈죠.
이하나: 최근에 집에 대한 고민이 생겼는데, 경실련에서 아파트 가격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더라고요. 부동산 거래는 정의로운지, 지금의 정책은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행동을 해 왔는지를 되짚었는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안양 Y에서는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했죠. 건설 단계에 대한 문제제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아파트 건설에 쓰이는 자재가 어디에서 왔는지 잘 모르잖아요.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 언론에서 이기적인 님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통신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고 주장하면 전화요금을 더 내겠느냐고 응수하죠. 국가 기간산업을 통해 기업이 이득을 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아요. 우리가 침묵하고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경제가 점점 정의롭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죠.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의왕아이쿱에서 경험하신 갈등이 있을까요?
김지나: 저희도 내부적인 갈등은 없어요. 다만 친환경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소비자로 가입하신 분들이 민주시민교육이나 각종 캠페인에 반감을 가지시는 경우는 있어요. 왜 여기서 미투 운동에 대한 이슈토크를 하느냐는 거죠. 저희에게 직접 말씀하셨다면 협동조합의 7원칙에 대해 말씀드렸을 거예요. 이런 부분을 매장 단위로도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해요.
세대 간 갈등이나 좌우대립도 심각한 문제예요. 촛불집회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욕설을 들어 보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세월호 리본을 달고 다니면 빨갱이라느니 김정을 좋아한다느니 하는 얘기를 들어요. 저희 아이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하러 갔다가 한 할아버지에게 직접 들은 말이에요. 아이는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생각으로 엄마를 따라왔는데 엄마가 눈앞에서 비난을 받은 거잖아요. 아이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어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그 할아버지와 저희 사이를 떨어뜨려 줬죠. 자리도 양보해 주고요. 할아버지가 계속 소리지르는 걸 들으면서 아이가 “저 할아버지는 우리한테 왜 그래?” 하고 물었어요. “생각이 달라서 그래.”라고 하니까 “소리지르는 것 그만했으면 좋겠어.”라고 해요. 지금에 와서는 촛불집회에 잘 간 것 같다고, 엄마가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라고 해요.
아이에게는 서로 생각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지만 제 마음속에는 선입견이 생겼어요. 어르신들은 원래 그렇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는 거예요. 되도록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요. 요즘 60대 이상인 분들을 조합에서 만나게 돼요. 뜨개모임을 여니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이런 사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진 않지만 자연스럽게 최근 이슈들이 화제에 오르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여쭤 봐요. 그러면 우리 세대야 이러저러하게 생각했지만 젊은 세대는 다르겠지, 라고 하세요. 이런 경험을 통해 선입견을 조금씩 허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3개월마다 한 번씩 이슈토크를 해요. 가벼운 주제, 무거운 주제를 자유롭게 다뤄요. 열 분 미만이 오시니까 참여자의 수가 적죠. 미투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남성분들이 와 주시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생각을 꺼내 놓고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 싶은 거예요. 그런 자리라면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겠죠. 서로의 얘기를 듣고 싶어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쉽지는 않겠지만요.
이하나: 사전에 드린 질문은 아닌데, 내년부터는 민주시민교육을 다른 방향으로 해 봤으면 좋겠다고 상상하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실현 가능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소망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지나: 지금까지는 정치, 민주주의, 인권, 헌법 등에 대한 교육을 했어요. 다음에는 생활 밀착형 문제로 강의 내용을 구성해 보고 싶어요. 내 문제로 시작해서 변화를 위한 행동까지 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올해 만들어진 몽당과 관련한 계획이 여러 가지 있어요. 일단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해 보고 싶어서 계획을 세우고 있고요. ‘몽당 청문회’를 열어서 시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해요. 지역 정치인을 한 명 한 명 자세히 들여다보는 활동도 예정되어 있어요.
이정우: 민주시민교육이 지역에서 확산되려면 결국 지역주민과의 관계 형성이 굉장히 중요할 거라고 봐요.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짜면 아무리 홍보해도 많은 분들을 모을 수는 없어요. 이미 형성된 공동체 속에서 관계를 만들고 사전에 대화할 기회를 많이 만들면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얘기해 봐야 해요. 그 대화를 통해 어떤 강좌나 워크숍이 필요한지 디자인해 보는 거죠. 현재 존재하는 공동체가 더 튼튼해지려면 어떤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지를 같이 의논하는 거예요. 생각처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요. 시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규숙: 시민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활동을 고민하고 있어요. ‘젠더 미디어 모니터링’이라고 해서 젠더 관점으로 드라마를 보는 활동을 구상 중이에요. 드라마 속에 드러나는 성 역할을 모니터링해 보는 거죠. 대학생 그룹과는 무조건 진행하려고요. 젊은이들은 SNS 활용을 잘하잖아요. 그들이 느낀 바를 바로 SNS에 올리면 사회적인 호소력, 영향력이 상당히 클 것 같아요. 숙련이 더 되면 ‘가짜뉴스 판별법’이라고 해서 종편 채널의 뉴스를 분석해 보고 싶어요. 향후 3년 안에 이뤘으면 하는 목표예요.
이정우: 저는 TV를 잘 보지 않아요. 폭력적인 언어가 난무하거든요. 특히 아침드라마가 그렇죠. 그 점을 의식할 수 있는 훈련을 다음번에 진행하기로 했어요.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비폭력 대화를 공부하는 격주 모임이 있어요. <비폭력 대화>라는 책을 탐독하고 있죠. 모일 때마다 한 챕터씩 읽어요. 그 책에 따르면,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부터가 굉장히 폭력적이에요. 일단 상대방의 가치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하거든요. 상대방을 수용하는 것이 비폭력 대화의 첫 단계인데 그 단계부터 실행이 안 되는 거죠. 모일 때마다 30분씩 일상에서 찾은 비폭력 대화의 예에 대한 대화를 나눠요. 폭력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바꿔 볼 수 있겠다는 사례를 공유하는 거예요.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실천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 활동은 지속적으로 하기로 했어요. 워크북 형태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실제 대화의 실상을 알게 되면 좋겠어요. 민주시민교육에서 말하는 다양성 존중의 핵심은 비폭력 대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이하나: 마지막으로 민주시민교육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 드려요. 모여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해결책이 금방 나올 수도 있으니 상상해 온 것들을 거침없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지나: 학교 교육을 진행하면서 교육지원청에 갈 일이 생겼어요. 군포의왕교육지원청인데, 의왕이 자꾸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희가 하는 일의 담당 장학사님이 군포를 담당하시는 분이라 의왕 지역은 열외가 되는 거예요. 불합리한 일이죠. 의왕의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약해서 그런가 싶어서, 네트워크를 빨리 조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네트워크를 조직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단체를 묶을 만한 공동 의제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해요. 안양에 있는 협의회처럼 회비를 내고 소속되는 형식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였으면 해요. 회비도 개인으로서 내는 거예요.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이규숙: 소그룹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분들과 단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분들은 출발 지점부터 달라요. 그 점이 네트워크 조직에 방해 요인이 되는 것 같아요. 소그룹은 동질성이 강한 조직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고 합의도 비교적 쉽게 이루어지는데, 단체 베이스로 움직이는 활동가들은 사정이 달라요. 단체에서 벌이는 다양한 활동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어서 내부적인 갈등이 있거든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활동하는 일도 생겨요.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단체들이 있지만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바쁘니 참여하지는 못해요. 여러 단체가 연대해 행감에 들어가자고 하는데 단체의 급한 일이 들어오면 행감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버리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이정우: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말이 우리의 실정을 잘 표현해 준다고 생각해요. 단체를 운영해 보면 어느 시점부터 동력이 사라지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저는 새로운 사람을 계속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봐요. 만나던 사람을 계속 만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네에서 새 친구를 일상적으로 만나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소개팅을 자꾸 하는 거예요. 사실 낯선 사람들을 자꾸 만나려는 태도는 시민단체가 갖춰야 할 기본 자세죠.
모임에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내용이 참 좋더라고요. 기존 정치 담론과 기본적으로 달라요. 마음을 다루면서 근본적인 부분을 추구하더라고요. 이 책에서도 낯선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해요. 자신이 활동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는 활동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하나: 만나서 일없이 수다만 떨어도 많은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우리는 사업만 하고 있네요.
이정우: 맞습니다.
김지나: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벤치마킹해 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경제, 정치, 사회·환경 부문에 내로라하시는 분들이 지역에 있거든요. 이분들의 얘기를 콘텐츠화하는 거예요. ‘슬기로운 생협생활’이라는 제목으로도 몇 가지 콘텐츠를 잡아 보고 있어요.
이하나: 아이디어를 냈는데 실현되지 않거나, 내가 참여하지 못하고 그 결과를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 봐 걱정돼서 아이디어를 펴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봐요.
이정우: 온라인상에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우리가 하는 일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디어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지만 그렇게 공유해야 확산에 도움이 된다고 봐요.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해도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없어요. 모임을 시작할 때 어떤 게임을 하면 좋은가 하는 작은 아이디어부터 큰 틀에 대한 생각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포털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 곳을 관리하는 일은 굉장히 큰 노동이 되겠죠. 누구나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면 좋겠는데 기술적으로 불가능한가요?
이하나: 가능합니다. 플랫폼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아요. 게시판만 달면 되거든요.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스팸 게시물이 달리는데, 이 문제를 방지하려면 카톡이나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하도록 세팅할 수 있어요.
이정우: 문제는 참여도겠죠. 북미 지역의 사례를 보면, 아이들이 교회에 거의 안 가요. 한 달에 한 번 가면 잘 가는 거예요. 그래서 로테이션 워크숍 모델이라는 커리큘럼을 만들었어요. 채택율이 점점 높아지는 커리큘럼이에요. 요리, 연극, 과학실험을 포함한 4주의 패턴을 만들어 놓고, 그 활동들을 교육적인 스토리 하나로 엮어요. 스토리 하나를 한 달 동안 배우는 거죠. 그 한 번의 교육만이라도 받으면 좋다는 거예요. 교회학교를 담당하는 북미의 여러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계속 올려요.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정보량이 아주 방대하거든요.
우리가 만드는 사이트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들어가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볼 거리가 없는 거죠.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자료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올리면서 내용이 풍성해지는 구조였으면 좋겠어요.
이하나: 강사팀과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하는 각 기관의 허락을 얻어서 강사 구인 페이지를 만들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강사가 어떤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내년 2월 정도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영배: 1번 질문입니다. 귀하가 관여하는 기관·단체에서는 어떤 민주시민교육을 시행했거나 하고 있습니까? 어떤 내용으로 시행했고 어떤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십니까? 통일 관련 민주시민교육의 내용과 성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정성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본부 주관으로 ‘찾아가는 통일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경기도민이 대상이었고요. 저는 통일기획위원 자격으로 다섯 차례 강의를 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번영과 시민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요. 공장 단위사업장에서도 하고 지역에서도 했는데, 중심 내용은 남북 경협에 기초해 북방 경제를 개척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노동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경협 판로가 뚫리지 않고 우리 내부에서 경제민주화를 이루지 못하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할 수가 없어요. 전체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지불 능력이 없으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지속 인상 같은 과제를 풀 수가 없죠. 그러니 평화를 위한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단위사업장들이 각자의 임단협에 매몰되어 있어요. 사업장의 움직임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인데도요. 평화를 통한 번영이 노동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한 가지 교육 프로그램은 제가 소장으로 있는 ‘소통과 혁신 연구소’에서 주관한 것입니다. ‘백두산 평화기행’을 2013년부터 45번 진행해 왔어요. 북·중·러 접경, 백두산 천지, 한일유적지 탐방을 통해 평화 교육을 실시했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올해에는 ‘사단법인 평화철도’ 주관으로 ‘열차평화기행’을 두 차례 하기도 했어요. 서울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 열차를 타고 달리면서 철원 일대, 평화전망대, 금강산 철길 등을 탐방했죠. 현지 탐방 교육으로서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신영배: 정성희 소장님은 노동 문제와 평화통일 문제를 가장 좋은 교육 내용으로 전달하는 몇 안 되는 분이지 않나 싶습니다. 백두산 평화기행은 특히 시각적인 효과가 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천 마디 백 마디 말을 듣기보다 한 번 가서 눈으로 보면 큰 깨달음을 얻고 변화할 수 있죠.
송재영: 경기도 차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도내 각 지역의 네트워크 ‘민넷’을 조직해 경기도 측에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도의원들과 연계해서 요구한 결과 당시 남경필 도지사가 더민주와의 연정 사업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시행했어요. 3년 연속으로 예산을 줄곧 늘려 왔고요. 실제로 교육을 시행해 보니 평화통일 부문을 생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엊그제 경기도에서 도지사까지 참여하는 500인 포럼이 열렸는데, 민주시민교육의 내용 범위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어요. 환경, 여성, 인권 교육이 민주시민교육에 포함되는가를 두고 의견 대립이 있었던 거예요. 통일 교육도 논란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 논란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평화통일이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죠.
저는 작년에 군포에서 큰 테마를 잡고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했어요. 3년 전에 군포시민교육센터를 만들었거든요. 센터 주최로 통일과 관련한 다섯 번의 강의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경기도에서는 통일교육을 생소하게 여겼지만 오히려 군포에서는 대대적인 행사가 열린 거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이승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협회장 등 걸출한 분들을 모셨어요. 통일교육을 대중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뛰어들었는데, 주민이나 시민단체의 반응이 썩 크지는 않았어요. 사실 시민단체 회원들도 낯설다고 느꼈어요. 일반 주민들에게는 얼마나 낯설었겠습니까. 자체 평가를 해 본 결과, 우리나라에서 통일 문제란 상당히 중요한 분야이고 교육의 필요성은 분명해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중화해서 민주시민교육과 연결할지가 숙제로 남았습니다.
백두산 평화기행이나 열차평화기행은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을 것 같아요. 기왕 직접 가서 보고 느낄 기회가 있다면 옛날처럼 대충 둘러보고 마는 방법은 지양해야겠죠. 저희가 군포 강의에서 모셨던 이시우 사진작가는 DMZ를 촬영하는 분인데, 연합사 문제를 잘 설명하시더라고요. 남북 분단의 본질을 잘 보여 주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분 강의를 들은 주민들이 “어, 그럼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네요?”라고 하셨거든요. 예전에는 미국의 부당한 처사를 감히 얘기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일반 주민들이 쉽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가 많이 달라진 거예요. 이렇게 역사적인 사실을 통일의 당위성, 민주화와의 연관성으로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전문가를 모시고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해서 남북 분단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야 하겠습니다.
신영배: 감사합니다. 송 대표님의 경험은 우리 지역의 민주시민교육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세현 전 장관 강의에는 몇 분이 오셨나요?
송재영: 그분의 스케줄에 맞추느라 휴가가 끝나는 시점에 강의 일정을 잡았어요. 250석 강당에 150명만 오셨죠. 꽉 찰 줄 알았는데요. 최승호 MBC 사장이 PD였던 시절에 강의를 하면 500명이 모였거든요. 영화 <공범자들> 상영할 때요. 저는 정세현 전 장관 정도라면 그 정도 인원은 모일 줄 알았어요. 아쉽죠.
곽호경: 저희 평화아카데미는 참여정부 후반기였던 2007년에 안양·군포·의왕의 평화 담론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평화와 번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던 시기여서 정기적으로 활동을 진행해 왔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분위기가 변해 가는 것을 확실히 느꼈어요. 초창기에는 30명이 수강해서 7~8강 듣고 마무리하면 수강생끼리 네트워킹이 되었거든요. 이제는 네트워킹이 굉장히 어려워요. 시민들의 관심도 굉장히 멀어졌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요. 최근에야 정상회담, 북미회담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죠.
그전까지는 시민들의 마음 속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진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저희의 교육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죠.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서 진행한 민주시민교육 워크숍을 통해서 바꾸게 되었는데, 포커스를 시민에 맞추기로 했어요. 민주주의적인 가치로 통일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관점에서 내용을 재구성했어요. 분단으로 인해 생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자는 내용으로, 민주주의적 가치부터 연습하자는 접근법을 시도했죠. 생소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민주주의는 알겠지만 통일까지 받아들인 건 아니라는 반응이 적지 않더라고요. 통일이 내 삶과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자기성찰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더 활성화해야 할 것 같아요.
평화 강좌는 곧 종강 예정이에요. 실은 4년 동안 규모를 점점 줄였어요. 전체 8강이었던 강좌를 4강으로 반토막 냈고, 1년에 여러 차례 하다가 한 번으로 축소했어요. 이번에도 수강생 15명을 모으기가 정말 어려웠는데, 홍보도 더 적극적으로 했고 예전에 강의를 들었던 분들이 다시 관심을 가져 주셔서 참여도가 조금 높아졌어요.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것도 같아요. 강의를 연속으로 쭉 듣기보다는 듣고 싶은 강의를 취사선택하는 경향도 보여서 그 부분을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이승수: 아까 송재영 선생님께서 이승환 선배가 군포에서 강의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가서 들었거든요.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통일을 왜 빨리 하려고 하느냐, 그건 후세대의 몫이다.’라는 이야기에 공감이 갔어요. 우리 세대가 할 일은 남북 평화를 정착시키고, 철도를 연결하고, 경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거죠. 무리하게 통일을 밀어붙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은 아닌 거예요. 지자체보다는 민간 통일 교류에 주목하시는 것 같았는데 젊은 세대의 시각과 통하지 않나 싶어요.
곽호경 씨가 말씀해 주신 평화아카데미 활동을 SNS에서 자주 봤어요. 비슷한 교육을 박달동에서도 했고 YMCA에서도 했지만, 각자 파편화되어 있어서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민주시민교육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외로워 보여요. 그분들이 소수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비슷한 일을 해 온 단체들이 연대할 필요가 있어요. 네트워킹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으면 해요.
평화아카데미가 활동을 10년 이상 지속했으니 강의를 들은 사람이 500명 이상이겠죠. 그런데 수강생들이 서로 모여서 뭔가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어요. 지역대학교의 한 학과도 학생들이 기수별 동문회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죠. 그 네트워크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요. 우리 통일운동은 그에 너무 못미치지 않나 싶어요.
저는 민주당 활동을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해 왔어요. 지금까지도 30~40대 당원을 중심으로 한 모임에 나가요. 이분들이 촛불시위 등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강좌를 거치고 민주시민교육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통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지역단체가 사진전을 열거나 북한 영화 상영을 할 때면 예전에 비해 쉽게 참여해요. 앞으로는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결성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영배: 두 번째 질문입니다. 우리 지역에서 평화통일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정성희: 예전의 민주시민교육에서는 반독재, 민주주의 쟁취가 초점이었습니다. 이제는 민주주의의 확대, 심화 단계에 들어섰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의식, 제도, 이를 뒷받침하는 의결 구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민주화는 되었지만 경제민주화가 안 되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국회의원의 대표성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아직 정치민주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봐요. 경제민주화도 아직이고, 문화민주화도 그렇고요. 민주주의적 방식을 익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수많은 방식의 참여를 인정하고, 의견을 모아 하나의 공동 의견에 합의한다는 것이 어렵죠.
분단과 대결로 점철된 지난 70년이 민주주의의 쇠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봐요. 수구 냉전세력이 대결을 유지시키려 하고 민주정치도 후퇴시키고 있어요. 소통과 공감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로 작용하는 거죠. 그러니 이 사회를 평화 번영으로 이끄는 데에 통일교육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남 갈등을 일으키는 세력을 견제하지 않으면 올바른 남북관계를 견인할 수 없습니다.
신영배: 광폭 연대와 차이 인정이 필요하죠. 주옥 같은 말들입니다.
송재영: 아들이 물어봐요. 통일은 너무 먼 얘기 아니냐고요. 정치, 경제, 문화가 다른데 어떻게 통일을 하느냐는 거예요. 연방제 방식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해 줬어요.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나 미국 등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라고요. 지금의 분단 상태는 아이들에게 손해를 끼쳐요. 조그마한 남한에만 갇혀 있지 말고 러시아, 시베리아를 통해 세상을 봐야죠.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논의할 필요가 있어요.
민주시민교육을 할 때 북한과의 관계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요. 그래야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부딪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대의제 정당정치는 한계에 봉착했어요. 그 체제는 주권자를 온전하게 대변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거예요.
남북 화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민주적 질서에 동의하고 참여하는 데에 제약이 걸려요. 반공주의가 극심하던 시대에는 안보 위협이 있는데 무슨 민주주의냐는 얘기들을 했거든요.
평화통일교육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난관이 있어요. 저희는 시민단체고, 얘기의 소재가 생소하고, 동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란 말이죠. 극복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한반도 문제를 풀어 가는 것이 민주정권 발전의 핵심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곽호경: 저는 혐오사회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이해하지도 못해요. 평화통일교육 영역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 아니라는 차별적인 시각이 문제가 돼요. 그 시각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먼저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통일 이후에 서로의 정치체제를 맞춰 나가는 가정을 상상해 보면 거의 대재앙이죠. 이 미래의 사회혼란이 공포로 다가와요. 통일 비용도 그렇고요. 우리 사회가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남북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서로 맞춰 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러한 공포를 극복하기 어려워요. 성찰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거죠.
이승수: 태극기부대가 우리의 적은 아니잖아요. 서로 싸우기보다는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민주시민교육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북한 사진전을 열다 보니까 항의 전화를 받아요. 보수적인 한 선배님이 ‘다 좋은데, 북한 비핵화 문제부터 나서 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북한이 알아서 하고 있겠지만 요구를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니 ‘너희가 그런 것까지 생각한다면 사진전 정도는 봐 줄 수 있지.’ 이런 입장을 보이세요.
4~5년 전에 지방자치학교를 만든 적이 있어요. 그 취지가 다양한 사람들과 평화적으로 함께 논의해 보자는 것이었거든요. 손학규 의원, 원희룡 지사도 오고요. 지역의 합리적인 자한당 분들도 모셨어요. 그런 시도가 한 번으로 그쳐서 좀 아쉬운데, 보수적인 색채를 지닌 분들과도 같이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송재영: 광폭 연대네요.
신영배: 최근에 어떤 분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통일은 우리 사회에서 설명되어야 하는 사안이라고요. 지난 70년 동안 남북이 서로 적으로 살았는데 서로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없다는 거예요. 그나마 있는 정보도 왜곡되고요. 설명부터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는데,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간다는 것은 눈물겹고 힘겨운 일이죠.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협력구조를 만들지 않고서는 더욱 그럴 거예요. 어떤 사진을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지도자들의 손을 양손에 잡고 있는데 마치 이들을 이끌고 가는 모습 같은 거예요. 양쪽 모두 만만치 않은데도 우리의 의지를 가지고 나아가려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움직임을 향한 전 국민적인 지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럼 세 번째 질문입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평화통일교육의 내용과 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성희: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민주시민교육의 많은 영역 중 핵심은 평화, 경제,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전 분야에 연결되어 있는 것은 이 분야라고 봅니다. 이 문제가 풀려야 나머지 문제도 풀리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더 대중적이고 중층적인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북한 영화 상영회와 사진전을 개최해 봤는데, 이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죠. 현장 탐방성 프로그램도 그렇고요. 그에 비해 평화아카데미 강좌는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오시고 내용에도 깊이가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층위의 여러 형태가 있었으면 해요.
교육 내용으로는 남북한의 각종 제도, 운영 방식을 서로 비교해 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중국의 사회주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고 하잖아요. 북한의 제도에도 장단점이 있어요. 가치판단을 하고 논쟁을 하기보다는. 우선 팩트에 기초해서 북한을 바로 아는 시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이승수 동지가 아까 좋은 말씀을 해 주셨어요. 북한에 부정적인 분들과 서로 다툴 일이 아니에요. 일방적으로 한쪽 입장을 강조하지 말고 같이 해 보자는 것이죠.
방식에 있어서는 현장 탐방식, 토론식 교육이 최고예요. 탐방이 가장 효과가 높고, 그것이 어렵다면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한 마디씩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PPT든 영화 상영이든 주관하는 분들이 일단 강의를 한 다음 질의응답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보통이었죠. 토론식 교육이 좋기는 하지만 진행하기는 어려워요. 전체 토론이 힘들어서 분반 토론을 한다고 하면 각 반에서 잘 이끌어 나가는 역할이 중요하죠.
지난 12월 3일에 ‘남·북·해외 공동사진전’이 열렸어요. 북한의 ‘조선6.15편집사’, 일본의 ‘조선신보사’, 우리나라의 ‘민플러스’가 함께 주관한 것인데 처음에는 서울역사에서 진행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불발이 되어서 종로구에 있는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했죠. 아무래도 서울역사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잖아요. 일반 시민들이 일부러 가 보기는 어렵죠. 서울 전시 이후에는 코레일과 협조를 해서 각 지방 역사에서 전시를 할 수 있었어요. 역사의 협조를 얻는 일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철도역이 갖는 상징성이 있어요.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바로 북경, 모스크바, 베를린까지 갈 수 있잖습니까.
백두산 역사기행 가이드가 칭다오에서 국제여행사를 운영한다고 해요. 저한테 전화해서 얘기하기를, 장가계 인근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복원된다는 거예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죠. 내년이 3.1운동 100주년이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갈 텐데, 이 코스를 개발하면 역사기행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이승수: 정성희 선배님께서 진행하시는 백두산 기행 같은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고 가 보고 싶은데, 사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는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있었어요. 저도 몇 번 다녀왔고요. 평화아카데미에서도 초창기에 철원, DMZ 현장 탐방을 진행했어요. 갈수록 남북간 유대감이 떨어져서 그런지 진행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정세가 달라졌으니 재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생각하고요. 지자체를 통해 예산을 일부라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장학습을 통해 평화통일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었으면 합니다.
앞서 팩트에 기초한 북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민주평통에서 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니 내용이 어째 반공교육으로 흘러가더라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도 해야 한다고 봐요.
송재영: 사람들의 인식은 외부에서 오는 겁니다. 기존 인식과 다른 정보를 10년 정도 대하면 생각이 또 달라질 수 있죠. 사람들이 북한의 생활상을 쉽게 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요. 지금은 정보가 차단되어 있잖아요. 상대에 대해 알기 시작하면 정서도 통하게 돼요.
이번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고 감동받은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부모와 손 잡고 유치원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움직이잖아요. 북한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일상을 누리는 사람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어요.
그곳에도 나름대로 경쟁이 있죠. 김일성대학에 가기 위해 노력하고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경쟁에서 낙오되더라도 직장은 보장된다는 점이에요. 아이들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저 시스템은 괜찮은데?’라고 느낄 수 있어요. 동영상 같은, 접근하기 쉬운 매체를 이용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죠.
북한의 의사결정구조가 비민주적인 독재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대의제도 민주적인 구조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주권을 위임받는 사람들의 대표성이 떨어지잖아요. 마치 북한 사람들은 한 사람의 의견에 무조건 모두 따르는 것처럼, 의사결정체제가 무너진 것처럼 얘기하지만 집단민주주의 체제가 더 민주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와요. 북한의 논의 구조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어요. 장단점을 파악해야죠.
북한 사람들이 개인으로서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 매뉴얼을 만드는 일이 중요할 것 같아요. 콘텐츠를 더 만들어서 확산시켰으면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일부 종편TV의 프로그램도 유용해요.
곽호경: 워크숍 방식의 참여형 교육이 접근성 면에서 좋아요. 그러한 교육이 차후에 이론 강좌를 찾아보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상반기에 통일시민 워크숍을 진행했거든요. 남북의 현 상황, 우리 사회의 문제, 나 자신을 살펴보는 활동을 7회에 걸쳐서 1회에 두 시간씩 해 봤어요. 참여하신 분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컸고, 이후에 평화 강좌를 한 번 들어 볼까 하고 용기를 내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 방법을 더 발전시켜 보고 싶더라고요.
서로 둥그렇게 자리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협동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팀 경쟁활동도 해 보고, 진행자가 이간질시키는 가운데 서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협의하기도 했어요. 마지막에는 자기 생각을 얘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바로 말을 꺼내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이미지카드, 느낌카드로 소감을 표현해 봤어요. 이런 방법을 이용하니까 주제에 굉장히 쉽게 접근하시더라고요.
송재영: 일상생활에서 접근하기 좋은 매체가 동영상이에요. 통일과 관련한 좋은 콘텐츠가 나오면 많이 볼 것 같아요. 최진기 씨라는 유명 강사가 통일이 되면 얼마나 경제적인 이익이 큰지 말하는 동영상들이 있거든요. 이렇게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고 짧게 동영상을 만들면 효과가 클 거라고 봐요. 지방에서 이런 걸 만들 여력은 없으니까, 중앙에서 재정을 확보한 다음 계획적으로 제작하면 좋겠어요. 동영상 팀 조직을 제안해 봅니다.
이승수: 제가 통일교육 관련한 자리에 처음 가 보는 친구 세 명을 교육장에 데려가 본 적이 있어요. 전혀 운동하던 친구들이 아니에요. 나중에 어땠는지 물어보니까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래요. 좀 더 깊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우리가 좀 더 자신있게 교육 내용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합리적인 분을 찾을 수만 있다면 탈북자와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해 보고 싶어요. 서울에 있는 ‘통일의 길’이라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탈북자 강의를 한 번 들어 봤거든요. 대체로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북한에 대한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라면 그런 분들과 대화할 필요가 있죠. 저희와 생각이 조금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신영배: 한홍구 교수님 같은 내공이 깊은 분들을 모셔서 강연회를 하면 어떨까 싶어요. 북한에 반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모시는 거죠. 굉장히 효과적일 것 같아요.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 되는 행사, 스포츠나 문화 행사와 결합하면 좋겠고요. 설민석 같은 유명 강사를 초청할 수도 있겠죠. 아니면 이천에 있는 민주화운동기념공원 같은 곳에 갈 수도 있어요. 무료로 한 두 시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일단 예산 확보를 해야겠죠.
4번과 5번 질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언급하죠. 우리 지역에서 진행되는 평화통일교육의 문제점과 개선할 점은 무엇일까요?
정성희: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지난 정권들에서 전반적으로 위축된 탓에 활동을 어렵게 해 왔잖아요. 지금은 한반도의 대 전환기이고,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와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에요. 잘 홍보해서 모집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겠고요. 교육 후에는 상품을 건 퀴즈를 낸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교육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교육의 효과를 지식 단계, 의식 단계, 실천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텐데 지식에서 실천으로 점점 나아가야죠. 많이 아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올바른 의식을 가지고 실천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도록 활동을 잘 조직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방법 면에서는 현장 탐방과 퀴즈 방식을 강조하고 싶어요.
이승수: 예전에 비해 지역 정치인들이 시민사회 활성화나 민주시민교육에 관심을 덜 가져요. 과거에는 시민사회와 함께 연구하는 의원들도 있었거든요. 가끔은 우리가 작은 이권단체만도 못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힘이 없어 보인다는 뜻일 텐데 우리가 넘어서야 할 부분이겠고요. 지방정치인을 압박하고 설득해서 시민사회 활성화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영배: 결국은 정치 세력화에 대한 얘기인데, 정치력 강화는 매우 중요하죠. 각종 단체의 협조를 얻으려면 그 문제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고민해 보겠습니다.
곽호경: 시민정치세력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항상 고민이에요. 강좌 이후에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고 모여서 후속 활동을 했으면 하는데 잘 되지 않고 있거든요. 늘 방법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피스모모’라는 단체를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평화교육을 하는 젊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여기세어 올해 ‘탈분단 평화교육’을 진행했어요. 몸 활동, 소규모 토론 등의 활동을 이용해서 통일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이렇게 평화감수성 교육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결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이번에 퍼실리테이션 방식을 활용해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이 부분도 더 확산해 보면 좋겠습니다.
신영배: 평화아카데미에서 강좌 후 팔로업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6.15 조직이 지역에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소중한 분들과 계속 함께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홍보 면에서는, 지역자치센터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어요. 포스터에 지자체나 민통련 이름이 들어가 있으면 아주 잘 보이는 곳에 붙여 주시거든요. 홍보 면에서나 예산 확보 면에서나 협력할 필요가 있어요. 민주당, 새마을운동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 같은 조직도 통일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에요. 그쪽 SNS에 가입한다든지 해서 민주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 같아요. 설령 그분들이 오시지 않더라도 이런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야 우리가 소수로 전락하지 않고 정치력이 생기리라고 생각합니다.
송재영: 남북이 경제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부분이 왜 절실한가를 대중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척 중요하고 시급한 건이에요. 우리나라에서 1년 사이에 자살하는 사람이 1만 2천 명이에요. 매년 대전쟁이 일어나는 셈이죠. 청년 실업, 조기 퇴직, 노인 빈곤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있어요. 경제적 문제 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비참한 이야기죠. 진보정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거든요. 경제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니까요.
한국 사회같은 중진자본주의사회가 생산력을 확대하려면 경제 규모를 늘려야 해요. 인구를 늘림으로써 경제 규모를 확장시키지 않으면 빈곤 문제를 풀 방법이 없어요. 통일이 곧 경제력 상승이라는 점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치가들보다는 경제학자들이 이 얘기를 해 줘야 하는데, 다들 입을 다물고 있으니 우리가 할 수밖에 없죠. 사실 정치가들은 이 점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개성공단을 만들고 경협을 확장하려는 거예요. 정치 세력이 이 문제에 관여하니까 일반 시민들도 정치적 논리로만 이 문제를 볼 수 있겠지만, 사실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사느냐 죽느냐가 여기에 걸려 있어요. 민주시민교육에 참여하시는 30명, 30명의 시민에게부터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영배: 6번으로 넘어가도 되겠죠?
정성희: 광폭 연대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 단계부터 각 영역의 사람들과 함께 상의해야 해요. 중도에 보수 진영 사람들까지 모아야죠. 차이는 인정하되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평화통일 행사를 할 때 모시면 좋겠어요.
시 측에 요구하고 싶은 첫 번째 사항은 예산 지원입니다. 두 번째는 홍보나 모집에 협조해 주십사 하는 거예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서 초동 단계부터 같이 기획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협조해 주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없는 예산으로 어렵게 진행했죠. 그러니 홍보나 조직에 한계가 생긴 거예요. 지금은 평화통일에 대한 일반 시민의 관심이 높아요. 민주평통이 후원한다고 하니까 주민자치센터에 포스터를 하나 붙일 때에도 장애가 없잖아요.
중도 보수층에 속하는 시의원들도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경협이 일자리고 밥이라고 조금만 설명하면 시민들은 박수를 쳐요. 평화에 기여하면서 자신의 정치적인 기반도 다질 수 있거든요.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실 것을, 이 자리를 빌어서 당부 드립니다.
신영배: 평화통일과 관련한 시민단체들의 제1 요구는 사회적 대화체예요. 민과 관이 협력해서 만드는 남북평화교류협의체 말이죠. 시, 정당, 관변단체, 시민사회단체, 민주평통의 결합체 개념이에요. 각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TF팀을 만드는 거예요. 일단 만들어지기만 하면, 그 안에서 논의할 내용은 시민사회단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면 되거든요.
송재영: 군포시 사람들을 보면 조직이 많아요. 요리사, 미용사, 다 어딘가에 속해 있거든요. 이 사람들을 각종 행사의 준비위원으로 모시고 각자가 속한 곳의 회원들을 불러 달라고 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러면 당이 확장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시의원, 국회의원 같은 사람들을 부를 수 있고 예산에 대한 협의도 더 긴밀하게 할 수 있죠.
신영배: 이 논의에 꼭 들어가야 할 얘기가 있는데, 안양시에는 평화통일교육과 관련한 조례가 지정되어 있잖아요. 군포와 의왕에도 이러한 조례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곽호경: 저희는 시민성교육 사업에 민주시민교육 분야로 예산 제안을 넣었어요. 한 단체가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최대 600만 원인데 500만 원을 신청했거든요. 이필운 시장 당선 직후에 근거 조례가 없어서 지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그때 서울에서 민주시민교육조례가 만들어졌는데, 그걸 받아서 송현주 의원이 안양시 조례 발의를 했어요. 그 조례를 근거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죠. 7주 강좌를 진행하는 데에 500만 원이 전부 들어가요. 큰 강좌를 기획한다면 남북교류조례나 새로 만들어진 평화통일교육조례를 근거로 들어서 제안해야 여러 가지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신영배: 민주평통은 예산을 집행만 하다 보니까 위탁을 받아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개념이 부족해요. 우리도 위탁사업에 대비하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정성희: 경기도 평화통일교육센터에서 교육을 진행하잖아요. 안양에서는 어떻게 진행합니까?
곽호경: 이룸을 통해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서 민주시민교육을 해요. 초, 중, 고등학교에서 신청을 하면 저희가 들어가서 진행해요. 경기도교육청에서 통일시민교과서를 만들었거든요. 내용이 아주 좋아요. 성인이 봐도 될 정도예요. 그 교과서를 바탕으로 통일시민 영역의 교육만 올해 20차례 했어요.
신영배: 7, 8번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정치교육뿐 아니라 인권, 여성, 노동, 생태, 미디어, 평화통일 등 다양한 영역의 교육을 망라합니다. 각 영역의 교육은 전체 민주시민교육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역에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와 교육체계 정착을 위한 민간교육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필요하다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성희: 민주주의 교육은 민이 주인 되는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것이고, 각 영역을 심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한 의식 변화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고, 제도를 개선하는 집행부와 대의기관의 구성원을 교체할 수 있어요. 더 나아가서는 생산수단의 사회화까지 생각할 수 있겠죠. 이념과 체제 문제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는 사상이든 이념이든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면 수용할 수 있는 시대예요.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시장경제를 활용하잖아요. 배부른 사회주의를 만들겠다는데 그것이 잘못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자본주의라고 다 좋은 것만도 아니죠. 신자유주의의 극단적인 폐해도 있고, 정부가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기존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통일 문제는 경제 관점에서 보면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문제예요. 사람들은 ‘통일’ 하면 체제통일을 생각하거든요. 민생경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해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을 설득할 수 있고, 어르신들과도 손자들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측면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요. 전쟁을 경험하신 분들이라 대화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대결 위주로만 생각해서는 우리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거죠.
통일 비용은 제로예요. 왜 그런가 하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하기 때문이거든요. 우리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시작되는 수가 있습니다. 항구적인 평화 제체를 공고히 한 다음 자연스럽게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평화통일교육의 방법 면에 있어서는 존중과 소통이 있어야 해요. 우리 아들도 내 말을 듣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누구를 가르치겠습니까. 현장 탐방, 토론 같은 방법론이 필요해요. 그러자면 네트워크가 있어야죠. 중도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이 정권을 최대한 활용해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영배: 8번 질문과 관련해서 이하나 국장님이 생각하시는 네트워크는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이하나: 여러 가지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교집합들은 있지만 전체적인 큰 틀은 아직인 것 같아요. 모여 본 적도 없고요. 같이 일도 하고 결과물도 볼 수 있을 만한 사업을 해 보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사실 여러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을 하려면 어려움이 많을 거예요. 서로가 낯설고 어려울 테고요.
다양한 아이디어를 상상해 보고 있어요. 청년층 중에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문턱이 높아서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해서 선배들의 구술을 채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고요. 안양1번가나 안양역 광장 같은 곳에서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한 버스킹, 정책제안 발표대회를 열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간단하게 얘기해 보는 거죠.
아주 강력한 수준의 네트워크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서로 연락처 정도는 공유하면 좋겠어요. 누구를 통하면 어느 진영에 연락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영배: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를 구성할 생각은 없나요?
이하나: 비용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죠. 이번에 안양의 시민단체들이 행정감사 모니터링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를 어딘가에 공유하지 못했어요. 웹페이지에 올리기만 해도 시민들에게 유포할 수 있다고 제안을 드려 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으시더라고요.
신영배: 범시민 사회대화체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어렵나요?
이승수: 어렵게들 생각하시는데 굉장히 간단한 일이에요. 게시판을 만들고, 그 게시판 주소를 담은 QR코드를 만들어서 뿌리면 됩니다. 기존 플랫폼을 이용해도 돼요. 포털, 페이스북, 카카오톡(플러스친구), 인스타그램 등 수십 가지가 있으니까요. 의지와 시간만 있으면 네트워크는 만들 수 있어요. 다만 예산에 따라 홍보력이 달라질 수 있겠죠.
신영배: 평화통일 쪽은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려고 합니다.
송재영: 엊그제 경기도의 민주시민교육 관련자들이 모여서 토론을 했는데 논쟁이 아주 치열했어요. 환경 단체, 노동 단체, 장애인 단체 등 시민단체들이 모인 자리였거든요. 왜 논쟁이 붙었는가 하면, 시민단체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한 것이 모두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주장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차명제 교수(한일장신대 NGO정책대학원)는 그게 왜 민주시민교육이냐고 반문하는 거예요. 논란이 과열되기에 제가 중재하면서 얘기했어요. 다양한 영역의 교육이 모두 민주시민교육이라고요. 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아야 할 내용을 다루잖아요.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보입니다. 정보의 독점 때문에 대의제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거예요. 전문가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죠. 민주시민교육은 시민에게 정보를 주고 공유하는 과정이에요.
독일에는 연방 차원에서나 주 차원에서 운영하는 교육원이 있어요. 그곳에서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하거든요. 히틀러는 선거로 당선된 사람이에요. 그런데 파시즘으로 대학살이 일어났잖아요. 더는 그런 일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시작한 거예요. 우리나라도 촛불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 등 공식적인 차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얘기할 수 있는 겁니다.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일상에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민을 기르기 위해서예요. 우리가 주권을 가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행사하는 방법을 모르잖아요. 대의제 체제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거죠. 지역에서부터 자치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거예요. 어두웠던 시절에는 좋은 투표를 하자는 소극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직접 권력을 행사하자고 말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사회에 참여하는 공익적인 인간을 육성하는 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이라고 봅니다.
민주시민교육 안에는 여러 갈래가 있는데 서로 연결되어 있죠. 민주시민을 육성한다는 큰 틀에서는 공통점이 있어요. 하지만 독자적인 영역은 별도로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작년부터 경기도에서 이 부분을 추진하고 있어요. 열 군데에 지역네트워크를 구성했거든요. 살펴보니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해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가장 정통성이 있는 곳이란 말이죠. 자연스럽게 그곳이 중심이 되어서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그동안 민주시민교육을 해 오지 않았어요. 더 많은 지역단위와 논의해야 한다고 제가 문제제기를 한 것이 그런 이유예요.
군포시의 다른 시민사회단체, 마을공동체, 자원봉사센터, 문화재단까지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려고 해요. 얼마 전에는 자원봉사센터에 가서 강의까지 했어요. 예산을 만들어 내면 우리가 프로그램을 기획해 들어가겠다고요.
권위주의 시대에는 그런 방식이 필요했어요. 먼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전국 조직을 띄우고 여기로 들어오라고 하는 거죠. 요즘에 이런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나중에 충돌이 일어납니다. 대표성을 놓고 논쟁하게 돼요. 시민들 의식이 얼마나 높아졌는데요. 뭉쳐라, 모여라 한들 마음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역별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했어요.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를 만들어야 해요. 박람회나 발표회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진행에 있어서 공동으로 해야 할 부분과 개별적으로 해야 할 부분도 논의해서 잘 나누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주도권 싸움이 생겨요. 시민운동하던 사람들이 더 양보해야죠. 시민들의 네트워크를 추동하는 역할을 해야지, 우리를 따라오라고 하면 안 돼요.
곽호경: 저희는 지역네트워크 이룸을 통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안양에서는 민주시민교육 강사진을 교육하고 매년 워크숍을 통해 재교육하는 틀이 갖춰져 있어요. 저는 이 틀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강사들은 자기 영역에 자부심이 있지만 그 외 영역에 대해서는 보통 관심이 없거든요. 워크숍을 통해서 다른 접근에 눈을 뜨게 되고, 이 과정을 2~3년 반복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강의안에 녹여 내는 단계까지 다다랐어요. 지역 차원의 느슨한 네트워킹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승수: 작년에 안양박물관에서 ‘안양굴뚝전’이라는 전시를 열었어요. 1970~1980년대 안양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도였는데 실제로 몇 번 가 보니까 내용이 너무 빈약하더라고요. 제가 있는 모임에서 문제점을 정리하고 개선 방향을 적은 보고서를 만들었어요.
안양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강의를 들으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대농단지는 일제 강점기에 비행장이었대요. 전쟁이 끝나면서 공장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1980년대까지는 석수동에 핵우산 부대가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는 잘 모르죠. 보존되어 있는 부분이 없고,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도 없으니까요. 1980년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역사에 있어 안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데 그 부분에 대한 기록도 드물어요. 이런 역사를 복원하고 보관하는 사업을 하면 어떨까 싶어요.
안양문화원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들었어요. 아카이빙을 하려고 예산 2천만 원을 받았는데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반납했다는 거예요. 올해에도 6백만 원 예산을 받았다가 반납했고요. 예산은 있어요. 우리가 힘이 없고 네트워킹이 부족해서 놓치는 것 같아요. 내년에는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영배: 마무리하겠습니다.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이죠. 일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적폐가 청산되지 않은 것도 결국 분단 상황 때문입니다. 협치와 시민 참여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겠죠. 소중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