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깨닫는것들,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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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 민주시민교육 학교 출강 문제로 이번주에 교사들과 이룸 각 팀장들이 전화통화를 했다. 개학이 연기된 마당에, 어제부터는 재 연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어서 학교현장은 당황을 넘어서 이제 지친 상태. 언제 개학을 할 지 모르겠는, 또는 개학을 해서도 뭐가 제대로 진행이 될지, 걱정밖에 없다.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곳도 있어서 통화를 하며 수업내용에 대해 의논도 하고 있다.
우리가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의 수업은 대부분 모둠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별활동을 최대한 줄이고 협동과 토론, 활동으로 이어지는 교육안들인데, 코로나로 교실 내에서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이 강사들 사이에서 시작되었고, 교사들에게도 의견을 묻고 있다.

어떤 학교는 모둠활동 최소화, 물건 공유도 줄이겠다고 한다. 짝꿍도 없애고 1인 1책상으로 학생들 간의 거리를 두도록 교실 배치를 다시 하는 곳도 있다. 식당이 있는 학교는 아크릴칸막이를 설치하기도 하고 교실 안에서 밥을 먹는 경우는 아이들이 배식을 할 때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한다. 학교 입구에 열감지카메라를 준비하기도 하는데 지자체에서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 사이의 거리를 두려면 교실이 넓어야 하는데, 2000년대 이전에 지은 학교들은 70명씩 들어차던 교실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여유가 있지만 그 이후에 지은 학교들은 교실이 작은 편이다.

안양지역의 K초등학교는 과밀학급으로 유명하다. 한 반에 35명씩 11반이다. 요즘 초등학교 한 반에 30명 정도 되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보통 한 반에 25명 정도인데, 한 학교에 서너 반, 많으면 7개 반인데, 이런 학교는 그런대로 아이들 간의 거리를 둘 수 있겠지만 1개 학급당 인원수가 30명이 넘는 학교는 교실이 꽉 차서 맨 뒷 줄 아이들의 경우 사물함에 붙어서 수업을 받는다.

안양에서 과밀학급인 학교는 두 종류로 나뉘는데 시경계에 있는 학교, 즉 학부모들이 서울로 출퇴근 하기 좋으면서 유해시설이 없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사교육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위장전입이 많은 경우다. 애들 공부 더 시키겠다는 학부모들의 욕심이 위험한 교실을 만들어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교실에 아이들이 꽉 들어찬 것은 각종 호흡기 질환과 감염병에 취약하다. 자리가 좁으니 분쟁도 더 하다. 여름엔 답답하고 에어컨을 틀어도 쾌적하지 않다. 이런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1년 내내 감기에 시달린다. 아이들이 와서 엉기고 안기며 침과 콧물로 선생을 감염시키는 셈이다. 아이들도 서로 인플루엔자를 주고 받으며 산다.

일단 교육안은 죄다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강사들도 묘안을 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면서 개학연기가 또 되면 다시 얘기하기로 했고, 하반기로 미뤄봤자 별 이득이 없을 거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끝날 거 같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무리 요즘 애들이 적다고 해도, 한 학교에 보건교사 1명이 수백 명의 아이들을 상대한다. 이게 감염병 상태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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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룸에서 진행하는 수업의 일반적인 모둠형태

2.
각 단체들은 집체교육 형태의 공모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올해는 공모사업 모집이 일찍 시작되어 3월부터 발표가 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교육사업이 모여서 듣고 배우고 토론하고 활동하는 것들이라 실내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밀접한 자리에서 신체접촉이 불가피한 형식이다. 이 부분도 교육내용을 모두 변경해야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사업목표를 크게 변경하지 않으면서 교육내용을 변경하려니, 온라인을 이용하거나 콘텐츠 개발 제작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공모사업에서 온라인 콘텐츠 제작, 동영상제작, 책자 제작등은 사업비로 집행할 수 없는 규정이 있는 경우가 꽤 된다. 동영상 제작이 사업주체의 자산취득이라는 것이다. 2019년부터 이런 규정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동영상 제작이 왜 사업주체의 자산취득인지 이해할 수 없으나, 동영상은 사업주체가 나중에 홍보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거다. 이 규정을 올해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민간 사업공개모집으로 실적을 쌓아가는 공기관들은 빠르게 정신 차리고 적응해야 할텐데, 확신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민간에서 일하고 공기관이 실적 챙겨 먹는 이런 형태의 공모사업은 모두 없어져도 그만인 것이다.

공기관은 교육사업에 대해 평가할 때 1인당 얼마짜리 교육인가로 가성비를 따져 실적을 자랑한다. 의자를 몇 개 깔았느냐로 사업의 양적 평가를 한다. 행사와 교육 모두 마찬가지다. 1인당 1만 원짜리 교육인가, 1인당 10만 원짜리 교육인가로 평가한다. 이게 공무원들이 답답해서 저렇게 평가하느냐. 아니, 1인당 할당되는 교육비가 높으면 의회에서 까인다. 의회의 수준인 것이다. 의원은 누가 뽑으냐? 유권자가 뽑았다. 그러니 이건 의회의 탓도, 공무원의 탓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였던 것이다.

작년에 모 기초단체의 도시재생지역의 마을기자단 용역을 수행했다. 기자단 교육에 대해 담당부서에서 가장 걱정한 것은 1인당 소요되는 교육비가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한 마을의 마을기자가 20명 이상 필요치도 않고 20명을 넘어가면 양질의 교육도 어렵다. 총 용역비용이 1천만원이었는데 기자단 인원 20명에 1천을 모두 소진했다면 1인당 50만 원짜리 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행정감사에서 분명히 지적받을 거라는 게 담당부서의 고민이었다. 궁여지책으로 담당팀에서는 50명의 대학생을 불러모으는데 성공해 누적인원수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지역의 평생학습원의 질이 그 모양인 것도 이런 이유다. 3만 원짜리 강사 불러 10회 진행하면 교육비용 30만 원인데, 30만 원으로 수강생이 30명이면 1인당 1만원짜리 교육을 2개월 반이나 진행했으니, 훌륭한 사업이라고 평가받는다.
1천만 원 들여 진행한 행사에 의자를 천 개 깔았으면 담당공무원은 어깨 펴고 행정감사에 나갈 수 있다. 모객이 안되어 50명이 모였다. 담당공무원은 좌불안석이다. 기초의회에서 가만두지 않는다. 예산낭비라고 질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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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의자의 갯수가 사업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

나도 이런 평가의 기준을 알게 된 이후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무원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교육대상자의 누적인원을 발표해준다. 다들 엄청 흐뭇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다.
대시민교육과 행사를 평가할 때, 몇천 명, 몇백 명에게 세금으로 수혜를 줬다는 구질구질한 사고방식을 깨지 않는 이상, 감염병 앞에서 대책이 없는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량평가가 꼭 나쁜 것도 아닌데 참 후지게 만드는 시스템에서 살아왔다. 그러니, 지금의 이 거리두기가 얼마나 여러 사람을 성찰하게 하는가.

쪽수 채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다. 인원수 많은 걸로 승패를 걸다니 너무 후진적이지 않은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반성과 교훈은 다 헤아릴 수 없는 정도다.

2020.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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