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때는 말이야

“그때 내가 고등학생이었단 말야.”

두 테이블을 건넌 자리에 앉은 남자가 하는 말이 들렸다.

“우리 아버지가 20년 넘게 한 은행에 있었어. 근데 IMF가 터진 거지. 아버지가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고 쫓겨났단 말야.
사실 나는 대학은 당연히 가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거든.
근데 우리 엄마가 나를 부르더라?
우리집 형편이 이러저러하다. 그러니까 나보고 “대학을 안 가면 안되겠니?”라고 물어.
가지 말라, 한 것도 아니야. 아버지가 직장이 없어졌으니까, 엄마는 나를 대학을 못 보내주는거지. 그렇게 되더라고.

그래서 내 힘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어.
우리때 대학 등록금이 250만원이었어. 입학금만 어떻게 하면 다닐 수는 있겠더라고. 요즘은 600만원이라며? 요새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예술전문대학을 갔어. 그리고 거기서 내내 공연을 다녔지. 학교 다니면서. 돈을 벌려고 갖은 것을 다…”

저 남자는 98학번에서 01학번 사이겠구나. 이제 40대 중반일테고. 우리 세대가 겪어온 세월도 만만치 않아서. 대부분 사회초년생일 때 가족도 스무살 남짓이었던 우리도, 모두 길바닥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씹으면서 남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연스럽게 귀가 닫혔다. 나도 어디가서 저런 말을 하고 다니겠구나.
나이 먹어가며 꼰대가 되지 말자는 결심도 모두 허튼 거겠다.
나이를 먹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언젠가는 완전히 불가능해지겠지.

 

202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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