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칼럼]갈등하며 가자

다 좋다고 하는 일이니 계속해서 떠들며 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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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사박물관 20130912 ⓒ이하나

 

어릴 때부터 어른들은 “싸우지 말고 착하게 지내야지” 라며 다독였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국산 캐릭터 뽀로로도 “착한 어린이는 싸우지 않아요.”라는 노래를 부른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배우며 자란다. 교육의 큰 줄기는 싸우지 말 고 때리지 말라는 것이다. 폭력예방에 대한 교육은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이다. 그러나 때리지 않기 위해서 싸우지 말라는 근거는 과연 합당한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2013년엔 “노터치 정책”을 실시했다. 서로 신체적 접촉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학부모 간담회에서 담당교사는 자랑스럽게 이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스킨십을 금지하면 싸우지 않게 된다는 것은 과연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그저 폭력을 줄이기 위해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과정을 생략하는 일, 급하게 임기 내에 많은 일을 처리하고 칭송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걸맞은 정책이다.

싸우지 않는 것은 과연 선한 일인가 묻고 싶다.
우리는 언제부터 싸우는 것을 이다지도 불경하게 여기게 되었는가.
감정을 가진 인간은 복잡한 체계를 가졌다. 인간은 아직도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 매커니즘은 너무나 미세하고 복잡하여 제대로 복제해 낼 수 없다. 한 인간과 한 인간이 부딪히는 일은 세계의 충돌이다. 가만히 있는 행성을 향해 돌진하는 혜성이 그저 스쳐지나가기도 하듯이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세계와 충돌하며 살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서로 스쳐가기도 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성숙한 관계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 흔히 말한다. 말은 쉽다.
미숙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 싸우되 때리지 말아야 한다. 싸우며 할퀴지 말아야 한다. 너와 나의 싸움이 참 괜찮았다고 악수하며 마무리 할 줄 알아야 한다. 공통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을 도모할 때 우리는 수많은 갈등을 만나게 된다.
갈등은 한자어다. 칡葛과 등나무藤이 이어져 있다. 갈등의 어원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얽히어 자라는 모양을 말한다. 등나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자라고, 칡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란다. 어쩌다 이 두 식물이 한 자리에서 서로 꼬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거나 그러면서 서로 자라긴 하는 모양이다.

공동체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자주 이 문제를 고민한다. 너무 다양한 의견,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 내부의 갈등, 거슬리는 사람 때문에 힘들다 한다. 당연한 일이다. 싸우는 연습을 하지 못하고 자란 어른들이 싸우는 일은 너무 힘겨워 피하고 싶은 일이다.
연초에 문득 너희에게 평화를 주러 온 게 아니라 분쟁을 주러 왔다는 젊은 예수의 말이 떠올랐다. 다 좋자고 하는 일이니 좋게 좋게 갈 일이 아니라, 다 좋다고 하는 일이니 계속해서 떠들며 싸워나가야 한다. 내 가치관에 숨어 있는 파렴치한 욕망에 대해서, 공통의 신념을 방해하는 자본의 힘에 대해서, 끊임없이 패배하는 원인에 대해서, 이기고자 하는 욕구에 대해서 계속해서 갈등하며 자라야 한다. 살아가는 이유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새롭게 시작하는 미디어협동조합 코코뉴스는, 내내 갈등하며,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적들과 계속 싸울 것이다. 싸울 준비가 되었다면, 함께 하길 권한다. 계속해서 나와 너와 그들과 우리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며 가자.

2016년 2월 16일

다시 일어서는 한국협동조합뉴스 코코뉴스 (Corea Cooperative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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