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지난 3월 24일부터 31일 사이에 서울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인디다큐 페스티벌이 열렸다. 코코뉴스와 연대를 맺은 창작집단3355가 공동체상영을 진행하는 영화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엽서 이미지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Masquerade of Her>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감독 박강아름의 사적 다큐멘터리다. 한 사람의 생활 일부가 기록되어 후세에 남을 때 그 중 기록의 가치를 갖는 것들이 있다.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기록의 가치를 갖는 사적 다큐에 해당한다. 십대때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여자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다. 한국사회에서 성장한 20대 후반의 여성의 정체성은 어떤 것들이 규정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 영화에 담겨있다.

이 영화의 첫 촬영은 2008년에 시작되었다. 영화는 텀블벅 후원을 거쳐 2015년에 마무리되어 그 해 4월 26일에 첫 시사회를 열었다. 2008년부터 박강아름은 “나는 왜 남자친구가 안 생길까?” 하는 사적인 질문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감독의 카메라는 계속해서 한 여성의 사적인 생활을 기록한다. 사회는 감독이자 주인공인 박강아름에게 단호하게 ‘남자친구가 안 생길만 하다’라고 말한다. 10대 소년소녀들부터 감독의 선배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외모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남자친구 없는 몇 년을 지내며 주인공은 체중조절도 시도해보고 외모의 변신도 꾀해보지만 신통치 않다. 결국 주인공은 특별한 실험을 준비한다. 외양을 바꿔보고 사회의 인식을 시험한다.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각자의 역사 속에 깃든 선입견으로 그녀를 규정하고 원래 주인공의 모습보다 훨씬 더 보기 좋다는 말을 건네며, 심지어 ‘몰라보겠다’, ‘훨씬 예쁘다’, ‘진작 좀 그렇게 하고 다니지’라고 쉽게 말을 한다. 주인공은 연령과 계층을 넘나드는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외모로 판단할 수 있는 어떠한 상을 구현해낸다. 교복을 입고, 무슬림복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한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 충실하여 주인공을 대한다.

박강아름의 원래 모습은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은 편안한 모습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젊은 여성들은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으며 살아갈까? 내가 좋아한다고 정한 것들은 진정 자기가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의 영향으로 좋아하기로 결심한 옷일까? 청바지에 흰 면티는 가장 편안하고 무난한 복장이라 했나? 소녀시대가 청바지에 흰 면티를 입은 그 날부터 대한민국 여성의류에 관한 미의 기준은 뒤집어졌다.

미디어는 이미지를 쏟아내고 대중들은 거리낌 없이 소화한다. 이미지가 세계를 점령하면서 개인이 각자 스스로 창출해낼 수 있는 계층에 대한 이미지는 소멸된 셈이다. 누군가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낸다는 것은 ‘반전’이라 불리며 행위자는 ‘특이한 사람’이 된다. 이미지를 먹고 자란 사람들은 늘 새로운 이미지를 갈구하면서도 기존의 질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길 바란다. 고대 서사의 원형에서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를 소비하는 것처럼 예측 가능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길 바란다.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초단위로 쏟아지는 정보는 사람들의 뇌를 흥분시킨다. 일상이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힘겨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사회에서 돌출적인 인물이 되고 그들의 실험은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지적 자양분이 되지만 과로누적의 사회에서는 귀찮은 일이 된다.

▲ 아주 사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사회의 통념을 녹여냈다

박강아름의 실험은 지금 이 나라에서 한 사람을 대하는 인권존중의 민감도가 어디쯤 와 있는지 보여준다. 기계에 사람의 몸을 맞추고 옷에 사람을 끼워 넣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물질이 만들어놓은 것에 인간을 액체처럼 변형시켜 계속 자르고 다듬는다. 사람들은 스스로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에 가서 누워 묻는다. 내가 이 침대에 사이즈가 맞느냐고.

문명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은 사실 자본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더 많다. 자본의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다리가 잘려나간다. 발목이 없는 사람들이 침대에서 기어 나와 절룩거리며 기뻐한다. 나는 이제 침대에 맞는 사이즈가 되었다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자본의 영향력 없이 순수하게 대할 수 있을까. 이미 모두 침대에 맞춰 스스로를 다듬은 마당에 혼자 삐쭉하니 튀어나온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테세우스가 되어 프로쿠르스테스를 죽이고 싶어 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강아름처럼, 그의 영화를 후원한 사람들처럼, 그의 영화를 보러 간 사람들처럼 죽이지 말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설득하여 다리를 다르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설득하는 테세우스들의 실험이 2016년 5월 26일 인디포럼에서 다시 열린다.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프로듀싱을 맡은 창작집단3355에 연락하면 공동체 상영도 추진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진지하고 묵직한 주제를  발랄하고 즐겁게 풀어낸 다큐다. 105분의 상영시간 동안 너무 웃다가 눈물을 흘릴 수 있으니 마스카라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영화 한 장면

제작_박강아름
각본 Screen Writer_박강아름, 정성만
프로듀서 Producer_김문경
촬영 Cinematographer_박강아름
편집 Editing_박강아름

박강아름 필모그라피
1999 <섹스>
2000 <물어보는 거야, 너한테>
2004 <유실>
2004 <파리의 노래>
2006 <똥파리의 꿈>
2007 <내 머리는 곱슬머리>

공식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hermasq/

http://www.koconews.org/news/articleView.html?idxno=439

코코뉴스에 게재된 영화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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