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어느 술집

간판엔 뭐라 뭐라 글자가 써 있는데

당췌 이놈의 지구가 흔들려 알아먹을 수다 없었다.
소리가 나는 플라스틱, 유치찬란한 발을 열고 들어선 그 집은 술도 팔고 차도 팔고 뭐 또 다른 것도 파는 것 같았는데
그 사람은 자꾸 나더러 집으로 가라 했다.
만원짜리 카스맥주 한 병을 두고
이 길에만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고
내가 말했다.
세월이 오래 지나 빚을 진 것만 같은데
술 취한 그 사람 1과, 술 취한 그 사람 2와, 술 취한 그 사람 3을
이 거리에 버려두고 나 혼자 멀리 떠났다고
만원짜리 카스맥주 한 병을 놓고 주절거려 봤지만
긴 얼굴에 푹 파인 드레스, 납작한 가슴의 그 사람은 여자이며 남자이고 예수이며 마리아처럼
나에게 자꾸 집으로 가라 했다.
이것만 마시고 집으로 가라 했다.
썩을 놈의 지구는 맨날 술에 쩔어 있는지
온 시야가 뿌옇게 되는 밤이면 뿌옇게 남은 그 얼굴이 생각나는데, 남자이며 여자이고, 가장 완벽한 인간이던 그 사람이.
젠장맞을 간판이 기억이 나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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