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아이들이 물 마시러 들락거리는
이 집은 어쩌면 우물
두레박 깊이 내려 시원한 물 한 모금
아니면 이 집은 펌프가 달린 수돗가
마중물 부어대면 쏴아하고 내려오는
녹맛이 나던 지하수
벌컥 벌컥 마셔도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잘만 가던
시원한 여름날
꼴락꼴락 늙은 개가 물 마시는 소리
와르르르 내 입에 쏟아지는 물 소리
손끝까지 가득한 출렁이는 물소리
물소리 그리고 눈물소리
자판을 두들기는 손끝마다 물방울
바닷가 바위위에 맞잡은 손이 떠올라
깍지낀 두 손바닥 손금마다 땀방울
턱 아래로 흐르는 진떡한 물줄기
바닷가 바위위의 깻잎쌈이 떠올라
오늘은 어디서 파도의 물방울을 맞고 앉았나
쏴아 쏟아질 거대한 파도소리
모든 게 휩쓸려 세상조차 사라지길
뇌수에 가득한 파도소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파도소리
쏴아하고 부서질 하얀 포말에
세상 모두 휩쓸려 태초로 가길
2014.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