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면 바닷물이 찹다는데
주문진 아들바위 다리뻗은 두 연인
회 한접시에 소주 한 병
깻잎에 싸먹는 달큰한 생물의 삶
살아 펄떡이던 삶을 작살내고
오독오독 씹으며 오가는 웃음
맞잡은 두 손가득 이유있는 진땀들
바다멀리 옹졸한 하늘 아래
배롱나무 꽃 진다고
애업고 우는 미친 여편네
차디찬 바닷물이 나는 싫어라
아무 것도 보기 싫다며 얼굴을 파묻는데
어디서 날아오는 비릿한 바닷냄새
생살을 토막내는 거대한 해무
눈 뜬 날 것이 칼날을 세우고 달겨들면
배롱나무 아래 무수히 피어난
하루짜리 버섯보고
멍청하게 웃는 미친여편네
거품물고 하악대기 전에
약 두 알 털어놓고
차디찬 바닷물이 나는 싫어라
찝찔한 바닷바람 나는 싫어라
배롱나무 꽃 진다고
애업고 우는 미친 여편네
201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