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밤 어떤 가족

유흥가 편의점 앞에 금발머리의 서양 여자아이가 늙은 남자와 공놀이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인가 싶었다. 편의점 앞 붉은 의자, 지저분한 탁자 앞에 아이와 머리색이 똑같은 금발의 여자가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탁자의 한 쪽 끝, 여자와 가장 먼 곳에 가장 싼 생수병이 놓여 있었다. 

유흥가는 일요일 밤이라 텐프로라고 쓰인 곳의 간판불은 꺼져 있었지만, 치킨집과 호프집엔 야외 탁자 가득 사람들이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물과 담배를 사서 나왔을 때도 아이는 계속 해서 그 늙은 남자와 공을 차고 있었다. 남자는 연신 웃고 있었다. 색깔이 들어간 어두운 안경을 쓰고 있었고 군복무늬의 반바지를 입고 초라한 쓰레빠를 신었다. 그에 비해 아이가 너무 반짝였다. 

아이가 소리높여 외쳤다. 
Daddy! Sixty two! mommy! Look!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빠였다. 담배를 피우며 앉아있던 여자를 다시 멀리서 바라봤다. 쉰살이라도 해도 괜찮을 얼굴이었다. 
아이가 안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 늙은 개와 산책을 하며 다시 그 가족을 떠올렸다. 비록 남루한 차림의 늙은 아비더라도 그 어떤 젊은 아비보다 진심으로 즐겁게 아이와 놀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며 인상을 쓰고 있던 금발의 아이엄마는 단지 내가 본 그 순간에 잠시 인상을 지푸렸을 뿐인지도 모른다. 내내 기쁜 마음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을 지도 모른다. 아이는 더 없이행복해 보였던 것을 다시 떠올렸다. 

세상을 보는 눈은 내 눈이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서 본 것일게다. 
좀 더 젊은 부모, 좀 더 세련된 부모, 좀 더 부유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안스럽다고 생각한 나의 시선에 내 욕구가, 내 불만이 가득 차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행복한 가족이 한가로운 밤을 보내고 있었을 뿐인데 나는 왜 그것을 굳이 오해하고자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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