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1. 아이들이 바다에 갇혀 사그라지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지.
그리고 19분 전 화요일이 되어서 참사 후 112일째다.

2. 아이들이 아이들을 괴롭혔다. 죽도록 때리고 죽고 싶을 만큼 놀렸다.
성인이 된 한 아이는, 총을 들고 세상을 향해 울었고 가해자가 되었다.
또 다른 아이는, 맞아서. 죽었다.

또 어떤 아이가. 불타 알아볼 수 없게 된 채. 죽었다.

3. 눈이 녹지 않아서였다고 했다. 겨울에도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

4. 파도가 갑자기 몰아쳐서 그랬다 했다. 심신을 단련하러 간 아이들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5. 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마지막으로 살아나온 사람은 청년이었다. 콜라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꽃다운 청춘들이 계산을 받고 점포를 지키다가 탈출 지시를 받지 못하고 무너지는 건물 아래 깔려 죽었다.

6. 부실공사 때문이라고 했다. 등교길에 암시롱도 않게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던 아이들이 갑자기 버스와, 다리 상판과 함께 강물속에 처박혔다.

7.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문을 잠궜다 했다. 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수많은 아이들이, 아니 아기들이. 불타 죽었다.

8.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죽고 죽이고 죽음으로 내몰린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가자의 아이들도, 이 곳의 아이들도 또 다른 곳의 아이들도.

9. 아디다스 월드컵 축구공을 사달라는 걸 한사코 거절했다. 그 공을 누가 만드는 지 아느냐고 말해주지 않았다.
태극무늬가 들어간 축구공을 산 아이는 코를 골며 자고, 스무살의 반짝이는 아이들은 친구의 방에 모여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신다.

10. 지금 이 집에 있는 누구 하나. 생존자 아닌 이가 없다.
생존하라.
그저 산다고 살아지는 게 아니다. 살아남으라. 살아남아, 살아남아, 욕이라도 하라.

눈 뜨는 순간부터 눈 감은 시간까지, 웃고 떠드는 찰라 사이 사이에 뼈가 저리다.

지옥이다.
여기가. 바로.
우리는 지옥에서 살아남아 뚜벅뚜벅 걷는 처절한 인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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