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죄가 없다.

1.

남편이 틀어놓은 뉴스와이에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자막속보 위로 신나는 여름방학이라는 뉴스가 흐른다.
초등학교 1학년들의 첫 방학을 소개하는데 교복을 입은 사립초등학교에.. 방학동안 기대되는 일을 발표하는 아이가 8월에 싸이판 가는데 바다에서 고기 잡을 일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낯설다.
아이들에겐 아무 죄가 없다.

2.

동생학원에 1학년 여자아이가 새로 들어왔다. 등록과정부터 부모가 결제는 나중에 할테니 아이 먼저 보내겠다고 하여 동생이 당황했다.
아이가 학원에 와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는 남자친구가 몇 명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단다. 오늘은 엄마와 함께 왔는데 눈물자국이 있는 상태로 계속 눈물을 흘리는데도 엄마가 눈물도 닦아주지 않고 데려다주고 갔단다. 아이는 그림을 그리며 엄마 아빠는 매일 “야근” 하느라 늦게 오고 언니가 둘 있는데 언니들은 심부름만 시키고 아무도 나와 놀아주지 않는다며 “저는 혼자예요” 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3.

자율적으로 혼자 알아서 하게 하는 범위가 어디냐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다. 다 부러진 연필을 그대로 가지고 다니는 경우를 보거나 알림장 한 번 들춰보지 않고 일주일을 보내거나 아이 혼자 바닥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는 모습을, 문득 문득 발견할 때 그렇다.

4.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 모두 다른 가정에서 모두 다른 모습으로 자라난다. 그 어느 아이 하나 소중하지 않으랴.
내 새끼도 챙기지 못하면서 남의 새끼 챙기는 것도 우습지만 내 새끼만 챙기겠다고 사는 짓은 더 우스운 일이니.

5.
사무실 건물에 같이 입주해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가끔 물품을 전달한다. 지난 달에는 정기후원도 약속했다. 작아진 신발이나 우리 아이의 우산을 사다가 같이 사는 경우도 있다.
나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더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 어릴 때 저런 센터가 있었으면 내 삶의 트라우마도 이렇게 강렬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매일 매일이 번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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