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비교하면

엄마는 출근할 때마다 20원을 줍니다.
나에게.
엄마가 멀리 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베란다에 혼자 서서
날지 못하는 나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
지혜에게 갑니다.
종이인형 사러가자
지혜아빠는 목사님,
매일 매일 종이인형을 사러 가는 나를 미워해
나는 지혜하고 못 놀고
세탁소를 지나 문방구에 갑니다
20원을 내고 같이 놀 친구를 골라옵니다
친구를 오리고 나면 해가 뜨겁고
친구와 놀다 보면 해가 집니다
해지고 엄마가 돌아오면
내 친구는 삼양라면 박스로 들어갑니다
다시 만날 일 없어
박스 안에 들어가면 네 옷을 찾을 수 없어
안녕 안녕 영원히 안녕
너는 오늘 하루살이였어
내일은 또 다른 친구를 20원에 사올테야
다시 놀아달라고 하면 네 목을 뎅강
잘라버릴테다

안녕 안녕 영원히

_ 2009년 즈음에.
2009년에 썼던 메모를 어느 까페에 올려두었고 그걸 다시 발견했다.

네 목을 뎅강 잘라버린댄다.

생애사쓰기를 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나의 생애사도 더러 여러 방식으로 정리해본다.

다른 사람들이 생애사를 쓰도록 돕고 그들의 문장을 약간씩 다듬어주기도 하며 작년에는 매우 어렵게 장애인부모들과 중도장애인들이 자기의 생애사를 쓴 글을 묶어 책으로 만들어 내놓았다.

다른 사람들의 생애사를 읽다가 내가 쓴 기억에 대한 이런 글을 읽으면 섬짓하다.

그토록 내 유년은 피비린내나는 지옥이었나.

오늘도 씁쓸하다.

2014.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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