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을 봄

더위가 시작되었다. 
귀한 사람과의 이별에 마음은 덕지덕지 끈끈하다. 
온 도시에 선거용 현수막이 펄럭인다. 예전처럼 노래하며 외치는 선거운동이 없다는 것도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다. 

선거에 나온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을 유심히 본다.
사람들의 사진을 자주 찍게 된 게 2년여, 되었다. 
이전의 내 사진엔 사람은 단 한 명도 들어있지 않았는데. 
한 사람을 보내는 자리에 쓰인 내가 찍은 사진이 나에게 던진 파문은 크다. 

버스전용차선에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가 움직인다. 
민소매에 붉은 색 등산조끼를 입은 할머니가 그 뒤에서 리어카를 밀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거나, 추워지거나, 그런 것은 먹고 사는 것을 지체시키지 않는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기억하는,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오전을 보냈다. 저 노인은 누가 기억해줄까.

귀중한 사람이 갔다.
그 분이 들으면, 누구 하나 귀중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고 물을 지도 모르겠다.
햇빛이 뜨거워도 쓸쓸함을 녹여주진 않더라.

얼굴과 손이 짭쪼름해져도, 스산함이 사라지진 않는다.
지치도록 잔혹한 이 봄, 징그럽고 지겨운, 이 봄이 간다.
사라진 사람은 영원해진다 해도, 이 봄은 사라지지 않을 모양이다.

 

201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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