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이 분노가 될 때 – 실은..

흰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쓴 그니가 말했다.

속상하다는 걸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을 때 감정의 변화가 오잖아요? 그 때는 단순히 속상한 마음, 서운한 마음, 섭섭하고 사소한 것들이 이제 분노가 되거든요. 감정이 변하는 거죠.
그래서 그 감정이 변했을 때 터뜨리지 않으려고 거리를 더 두는 경향들이 있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말을 안 하게 되기도 하고 물리적 거리를 멀리 하게 되는데요.
실은.. 그런 게 관계를 더 악화 시키거든요.

저 사람이 왜 나에게 말을 안 걸지?
그런 마음이 들면 그 때는 섭섭한 걸 넘어서서 이유를 모르게 화가 나는 마음으로 바뀌거든요. 그건 상호 마찬가지예요. 실은.. 서로 똑같이 느끼고 있는 거죠.
ㅇㅇ님이 느끼시는 것을 ㅁㅁ도 똑같이 느끼게 돼요.

이 사람은 한 문단에서 무척이나 많은 “실은..”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사람은 진실을 밝히고자 애쓰는 사람일까 생각했다.
상대방이 나의 진실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 감정을 폭발시켜서 싸움이 날까 두려워서 회피하느라 말을 아낄 때, 숨겨둔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분노로 치환된다는 진실을 나에게 알려주고자 했다.

그가 아는 것은 진실일까.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고립된 생각을 말할 때 그의 눈빛은 무척 커다란 호기심에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내 눈빛에 강하게 주목하며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 눈빛을 받다 보면 내 말의 어딘가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나만의 아집이 드러나 버렸다. 그래서 ‘이건 저만 느끼는 거겠지만..’ 이라고 덧붙일 수 밖에 없었다.

섭섭해.
기분나빠. 라는 말을 그대로 전달했을 때
저 사람이 과연 나에게 사과해줄까, 저 사람이 이 감정을 이해해줄까 의심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자리를 뜨거나 입을 다문다.

나의 고립된 생각, 내가 만들어 놓은 틀.
‘저 해당당사자는 절대 내 맘을 모두 이해하지 못할거야’ 라는 고정관념이 많은 것을 변질시킨다.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맘을 드러내는 일이 문제해결의 시작일텐데, ‘실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1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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