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라 기억이여 치유하라 상처여

내앞에 깜빡이를 켜고 지나가는 405번 버스, 그리고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이길을 지날때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을 안고 달렸는가 생각한다
서초 사거리에서 유턴을 하던 일, 급하게 여기 저기 전화를 하며 다시 예술의 전당 아래 우면산 터널을 지난 일 그런 것들 말이다.

여기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이 보이고 그 아래 검찰청과 경찰청이 이어져 있나. 한때 나꼼수라는 팟캐스트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정봉주 전위원이 여기서 크리스마스의 구속이 결정된 날 사람들이 모여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구속 환송회를 했다

프로파일러의 강의를 듣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다. 이 사회에서 경찰과 검찰이 존재하고, 누군가를 단속하고 누군가가 누군가를 강제하고 재판하고 판단하고 단죄하고 구형하는 시스템, 그런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시스템 위에 군림하는가 생각한다. 법안에 있는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밖에있는 누군가를 내쳐야 하는 것이 법의 기본이라던 아무리 읽어도 삐딱함이 느껴지는 조르주 아감벤을 떠올린다.

인간 세상에 대해서 유지되는 그 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해서 사람들은 한 번이라고 고민하고 살까. 특정한 계급이 세상을 엄호한다는 핑계아래, 한없이 자행되는 폭력의 연속성을 생각한다.

인간이 얼마나 처참하게 걍팍하고 잔인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의 인격의 밑바닥을 보고 싶을 때마다, 나는 살인범이 사람을 죽이고 토막내고 그러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영화를 즐긴다. 어쩌면 그건, 그래, 내가 겪은 폭력의 역사는 매우 고상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모두 침묵하고 살고있다
말해야 한다.

나보코프의 말이 떠오른다.
말하라. 기억이여.

나는 얼마나 말 할 수 있 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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