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고 1인 딸아이가 용돈이 모자라다고 계속 투덜거린지 몇 달여.
교통비 포함 주 4만원을 주고 있는데
어떤 주에는 괜찮고 어떤 주는 모자라다는 것이다.

정확한 용돈기입장을 만들어서 제출하면 검토하고 같이 상의해서 조정하자고 하였으나
아이는 용돈기입장 만드는 것을 어려워했다.

결국 지난 주엔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다니고 있는 애견미용학원을 일주일 쉬고
친구들과 빵집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지출액이 더 커져서 돈이 많이 모자란다고 하였다.

두 달여전쯤 아이가 애견미용학원을 다니면서
네가 배우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노동이고 그에 따라서는 상응한 댓가를 받는 것이 옳으니 우리집에서 키우는 개 목욕을 시키면 1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는 쉬는 날 일찌감치 자발적으로 개 목욕을 시키고 1만원을 받아가곤 했다.

용돈에 대해서 갈등을 오래 빚을 필요가 없어서
네가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별도의 방안을 강구한다면 지켜보겠느냐 물으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트윗에 이 내용을 올렸더니 필수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살림살이 예를 들어, 청소나 설거지 빨래 개기 등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과 그보다 개념을 조금 바꿔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상금을 부여하는 게 어떻겠냐는 고견을 들었다.

나 역시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때쯤에 아이에게 청소하면 얼마, 쓰레기 버리면 얼마 이런 상금제도를 만들었다가 이후 제 방청소를 하면 얼마를 줄꺼냐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어서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돈으로 환전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하여 미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아이가 토요일 오후에 일주일간 용돈을 사용한 내역을 아주 작은 노트에 적어왔다.

학교 끝나고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학원을 가거나 바로 친구들과 공부를 하러 가는 일이 잦은 것은 집에 들러 다시 버스를 타고 가면 버스비와 먹거리를 사먹는 돈이 비슷하고 중간에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것이 아이의 이야기였는데
집에 오면 조금 더 양질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내 의견이고 그 의견을 굳이 관철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여,
아이와 정한 규칙은 다음과 같다.

교통비 포함 주 4만원은 기본으로 하되 (주당 교통비가 최소 12,000원정도가 든다)
용돈기입장 일주일치 기록에 1만원 상금.
개목욕에 1만원, 발톱깎는 것에 5천원. – 이건 노동의 댓가
– 아이말로는 발톱 깎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으나 매주 개발톱을 깎을 수는 없으므로 목적은 아이에게 돈을 더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 이라 매주 해야 하는 목욕에 1만원, 2-3주에 한 번정도 해야 하는 발톱깍는 일엔 5천원으로 조정하기로 합의 –
200쪽이상의 책을 한 권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면 1만원 상금
재활용쓰레기 한 소쿠리 버리는 것에 2천원 상금.

으로 결정하고 합의했다.
모든 절차는 내가 제안하고 아이가 승락하는 방식으로 했고
독후감의 경우 200쪽이상의 책이라는 것에 대해 아이가 기준을 정하기 애매했는지 나보고 권장도서를 정해달라고 했으나 나는 그럴 경우 엄마가 재밌다고 생각한 책을 너에게 강권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엄마의 사고방식을 네가 답습할 수 있으며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너도 옳다고 생각하기를 바라게 되기 때문에 좋지 않은 듯 하니 네가 스스로 판단해서 즐겁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스스로 고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200쪽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짧은 책이라도 더 감동이 올 수 있으나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많은 글을 읽고 독해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므로 다수의 글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기 위해 200여쪽 이상의 책으로 정하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아이가 수락했다.

해서 아이는 어제 오늘 이틀 사이에 개목욕을 시키고 1만원을 벌고, 일주일치 용돈기입장을 적어 1만원을 받아갔다.
집에 재활용쓰레기가 쌓였는데 그건 하지 않았다.

큰 아이의 성격적 특성상,
무조건 그러모으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딱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만 구하는 스타일이라 돈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 내내 책을 하루에 두 권씩 읽고 독후감을 써내는 나같은 인간형이 할만한 짓은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책이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최근들어 돈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6살 작은 놈인데
내가 저 나이 때에는 돈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기질인지 환경인지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지 돈에 대해서 매우 민감히 반응하고
모든 물건의 가격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동전을 보면 매우 흥분하며 자기가 가져도 되냐고 좋아할 정도이고,
또한 돈을 달라고 조르기도 하는데
아이의 목적은 포켓몬카드를 사기 위해서이다.

5장들이 포켓몬카드 한 세트가 500원이므로 아이에겐 500원이 상당히 가치가 큰 돈이다.
얼마 전 할머니가 주신 용돈과 내가 줬던 천원짜리등이 모여 저금통에 들어가지 않은 돈이 1만원이 되었는데 이 돈으로 포켓몬카드를 사겠다고 해서
“가진 돈을 한번에 다 써버리면 안돼지” 라고 했더니
그렇다면 1만원 중에 6천원만 쓰고 4천원은 저금통에 넣겠다고 스스로 대답했다.

– 나에겐 매우 감동적인 경제개념이다. 나란 인간은 이게 매우 부족한 인간형 –

아이는 이래 저래 여기 저기서 용돈이 생길 때도 있고 아직 혼자 다니지 않으니 용돈을 줄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포켓몬 카드나 슈팅바쿠간 같은 장난감을 사는 것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타협해야 할지는 조금 고민해 볼 문제.
청소를 하면 천원을 달라고 하거나 구두를 닦으면 돈을 줄 것이냐고 묻는데
이걸 이렇게 대체해도 되는가 고민중이다.
(엄마 아빠가 주로 구두를 신지 않아 닦을 구두가 없다는 게 함정)

아무튼 그 외에도 6살짜리 작은 놈은
내가 휴대폰을 아이폰으로 바꾸고 나서 앵그리버드를 몰래 깔아놓은 것이 발각되어
앵그리버드를 하게 해달라고 조르길래
기적의 계산법 한 페이지에 20분으로 거래를 했는데
아직까지는 먹히고 있다.
(자랑같으나 이 아이는 덧셈 뺄셈 하는 걸 매우 즐기는 유형이다. 음..자랑 맞군. 암튼)

경제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늘 경제개념 때문에 곤란한 일을 많이 겪은 엄마로서
아이에게 경제교육을 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큰 아이는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가 되었으므로 나는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계산도 느리고 개념도 부족해
일부러 너희에게 좀 인색하게 굴 지도 모른다. 절대 너희들이 나를 닮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더니 애가 웃었다. 허허허;;

뭐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좋은 의견이 있으시다면 거침없이 알려주시면
경제개념 무탑재인 에미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201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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